내 운명 그것이 알고 싶다.

진로 이야기

100세시대 月收 1000만원 …공무원 너도나도 ‘행정사’ 도전

일산백송 2016. 4. 4. 15:59

100세시대 月收 1000만원 …공무원 너도나도 ‘행정사’ 도전

인허가 대행·정책자문 역할
연금 깎이고 재취업 어렵자
은퇴뒤 ‘꿈의 직업’떠올라



공무원 1·2차 시험 면제 유리 
세종청사 3일간 1270명 신청 
차관·대사·시장 출신도 북적


중앙부처가 모여있는 세종청사는 지난주 행정사 자격시험 접수로 들썩였다.
시험 시행을 맡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공식 서류신청 전인 3월 30일부터 4월 1일까지
세종청사에서 공무원 대상 비공식 방문접수처를 열었기 때문이다.

첫째 날 50여 명, 둘째 날 300명가량이 신청서를 낸 데 이어 알음알음으로 소식이 퍼지며
마지막 날에는 900명 이상이 무더기로 접수해 3일 간 약 1270명의 현직 공무원이 몰렸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4일 

“응시하려는 공무원이 많아 올해 처음으로 세종청사에 직접 찾아가 신청서를 제출받았다”며 

“부처 실·국장급도 다수 신청했다”고 말했다.

행정업무를 대행하는 행정사가 공무원들의 은퇴 후 ‘꿈의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무원연금이 깎인 데다 재취업 문턱까지 높아진 탓에 우선 자격증이라도 취득해놓고 보자는 심리가
형성돼 공무원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재 영업을 하고 있는 행정사 사무소는 지난해 기준 전국 8619개나 된다.

경제부처 과장 A 씨는 “지난해부터 동기 모임에 가면 행정사가 자주 언급되곤 한다”며
“올해 자격증을 취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한행정사협회 관계자는 “차관, 시장, 대학총장, 대사를 지낸 전직 공무원들까지
행정사 사무소를 열기 위해 실습 교육을 받고 있다”며
“수입이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본인 노력에 따라 월 1000만 원을 넘게 버는 경우도 있는 만큼
100세 시대에 노후 대비가 가능한 자격증”이라고 말했다.

2011년 3월 8일 이전 공직에 입문한 경력 10년 이상 공무원의 경우 1·2차 시험이 면제돼
사실상 응시만 하면 합격한다는 점도 행정사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다른 부처 국장인 B 씨는 “제도가 언제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무시험으로 자격증을 줄 때 따
놓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행정사 시험을 주관하는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시험을 면제 받고 행정사 자격을 취득한
전·현직 공무원은 지난 3년 간 21만3543명에 이른다.
같은 기간 시험을 치른 일반인 합격자는 956명이다.

단순 서류작성 뿐 아니라 인·허가 대행, 행정처분 이의신청, 법령 및 정책 자문까지 업무 범위에
포함되기 때문에 인맥과 경험을 갖춘 고위 관료 출신 행정사가 ‘합법적 로비스트’로 활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행정사 자격 취득을 고려 중인 경제부처 실장 C 씨는 “행정업무 컨설팅의 경우
합법인지 로비인지 모호할 수 있기 때문에 행정사 자격증을 보유하는 게 안전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