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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부인 "시나리오 잘짜라".. 박현정 음해 직접지시 정황

일산백송 2015. 12. 28. 11:15

서울시향 사태
[단독]정명훈 부인 "시나리오 잘짜라".. 박현정 음해 직접지시 정황
시향 사태 당시 鄭감독 비서에 문자
동아일보 | 입력 2015.12.28. 03:06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62)의 부인 구순열 씨(67)가
지난해 12월 서울시향 직원의 호소문 발표 당시 서울시향 직원에게 직접 보고받고 지시하는 등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27일 확인됐다.
서울시향은 28일 이사회를 열어 정 감독에게 ‘1등급 호텔 스위트룸’을 제공하는 등
파격적인 조건으로 계약을 3년 연장하는 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 정 감독 부인, 호소문 사태 개입 정황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구 씨는 서울시향 직원의 호소문 발표 직전인 지난해 11월 하순
정 감독의 비서인 백모 과장(40·여)에게 ‘시나리오를 잘 짜서 진행하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구 씨는 또 박현정 전 시향 대표를 겨냥한 사무국 직원들의 투서 발송, 기사화,
성추행 고소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자신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모두 지우라’는
취지의 지시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본보가 입수한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예술감독 추천 및 재계약 체결(안)’ 문건. 서울시향 제공


구 씨는 백 과장에게서 호소문 사태와 관련해 진행 상황을 시시각각 전달받기도 했다. 

백 과장은 지난해 11월 30일 구 씨에게 ‘곽○○을 고소인으로 섭외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곽 씨는 당초 박 전 대표에게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였지만 

허위 사실로 밝혀져 현재 피의자 신분으로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백 과장과 구 씨는 ‘○○일보 김○○ 기자의 기사를 확정했고 다른 기자들과도 접촉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받는 등 호소문 사태가 여론에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언론플레이를 한 정황도 포착됐다.

수사 당국은 서울시향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구 씨가 시향 직원에게서 당시 상황을 일일이 보고 받고 

지시를 내린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 국적인 구 씨는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돼 경찰에 입건됐지만 

시향 사태 이후 프랑스에 머물며 한국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경찰은 구 씨에 대해 범죄 혐의자에게 적용되는 ‘입국 시 통보’ 조치를 내린 상태다. 

경찰은 백 과장 등 서울시향 핵심 관계자를 불러 조사 중이다. 

하지만 이들은 구 씨의 지시를 받지 않았다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서울시향-정 감독 재계약 살펴보니…


본보가 27일 입수한 서울시향의 ‘예술감독 추천 및 재계약 체결’ 문건에는 

그간 정명훈 감독이 서울시향과 서울시에 요구해 온 사항 대부분이 반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혜, 횡령 논란이 지속된 ‘항공료’는 정 감독과 부인 몫으로 외국과 한국을 오갈 때 1등석 2장을 

지급하던 것을 명목상으로는 1장으로 줄였다. 

하지만 한국 입·출국 시만 지원하던 항공권을 ‘외국 간 입·출국 시’에도 지원하기로 해 

정 감독의 수혜 범위가 더 늘었다. 게다가 정 감독이 사전 통보만 하면 동반자에게도 1등석 1장이 지급된다.

정 감독의 호텔 숙박비 지원도 재계약서에 명시했다. 

정 감독이 호텔에 묵기만 하면 ‘1등급 호텔 스위트룸’ 숙식비가 지급된다. 

지금까지는 정 감독이 청구하면 서울시향이 호텔비를 보조하는 방식이었다. 

이 때문에 ‘집수리’를 이유로 서울시향에 호텔비를 청구한 정 감독과 박 전 대표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정 감독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미라클 오브 뮤직(MOM) 등이 주최하는 외부 공연 출연도 자유로워진다. 

서울시향은 승인만 얻으면 정 감독의 

△외부 출연 및 출강 

△외국 단체 공연 지휘 연주 

△비영리 단체 직무 겸직을 모두 허용하기로 했다.

2009년 이후 정 감독은 MOM 주최 등 외부 공연에 60회 이상 출연했고 

수익금을 자기 재단으로 기부해 ‘셀프 기부’라는 비판을 받았다.

약 15억 원에 이르는 정 감독의 연봉은 “무보수로 일한다”는 정 감독의 공언대로 

내년 1월부터 ‘기금’으로 조성된다. 이 기금은 서울시향 단원의 기량 향상, 교육 목적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이 같은 재계약 내용에 대해 최흥식 서울시향 대표는 “그런 내용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뒤 

취재진과 연락을 끊었다.

이철호 irontiger@donga.com·박훈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