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없는 '금수저' 아냐"…서울대 로스쿨학생 집단 자퇴

"실력없는 '금수저' 아냐"…서울대 로스쿨학생 집단 자퇴
"로스쿨제도의 부족한 점은 로스쿨제도의 개혁으로 채워야"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2015-12-03 19:34:21 송고

11월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DB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변호사 시험법 개정안 반대 

전국로스쿨 결의대회에서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변호사 시험법 개정안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3일 법무부가 사법시험 폐지를 2017년에서 2021년으로 4년 유예하기로 한 발표와 관련,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이 오후 긴급전체 학생총회를 열고
법무부의 발표에 반발해 학생 전원이 자퇴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자퇴서에서
"7년간의 유예기간마저 모자라 다시 4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사실상 사법시험을 부활시켜
로스쿨제도를 황폐화하려는 모습에 깊은 절망을 느낀다"며
"이제 로스쿨 학생임을 포기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벌레'이기 싫고, 실력없는 '금수저'도 아니"라며
"열심히 노력해 걸어온 이 길이 '음서제'로 폄하되는 것도 더 이상은 싫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법무부의 사법시험 유예선언은 사실상 사법시험 부활을 의미"한다며
"사법시험을 폐지한다던 법에 대한 신뢰가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현실 속에서
무엇을 믿고 법조인의 길을 걸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사법시험과 로스쿨 제도를 병존시킨 결과, 일본 로스쿨 10곳 중 9곳이 정원미달하는 사태에 이르렀고,
로스쿨은 사법시험을 위한 고시학원화했다"며 "로스쿨과 사법시험은 공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꼬박 3년동안 등록금 내가며 의무적으로 교육받고, 변호사시험을 통과해도 실력 여하에 관계없이
평생 '2류'로 낙인찍혀야 하는 로스쿨제도와 통과만 하면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연수원에서
2년간 월급을 받으며 무료교육을 받고, 개천의 용으로 추앙받는 사법시험제도가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사시와 로스쿨의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이들은 "로스쿨제도가 완벽한 제도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시를 존치하는 것이
로스쿨제도를 보완할 수 없다"며
"로스쿨제도의 부족한 점은 로스쿨제도의 개혁을 통해서 채워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조인은 시간을 가지고 다양한 사건을 경험해야만 성장할 수 있다"며
"로스쿨 변호사들을 일반화해 평가하기에는 아직 충분한 시간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자퇴서가 쓸모없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며 "우리의 꿈과 로스쿨제도를 지켜달라"고
덧붙였다.

양새롬 기자(flyhighr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