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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이야기

거짓말탐지기가 지목한 범인, 열에 아홉은 '有罪'

일산백송 2015. 8. 1. 10:55

거짓말탐지기가 지목한 범인, 열에 아홉은 '有罪'
조선일보 | 최재훈 기자 | 입력 2015.08.01. 03:00 | 수정 2015.08.01. 08:30


['농약 사이다' 피의자 할머니는 '판단 불능'으로 나와]
핵심 질문 반복적으로 물어 호흡·맥박·혈압·땀 등 4가지 항목 반응 체크
심약한 사람은 불안해하고 사기꾼은 능청 떨지만 진실과 거짓 잘 가려내

거짓말 탐지기 검사는 어떻게 하고 그 결과는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지난 14일 경북 상주시 한 마을회관에서 발생한 '독극물 사이다 사건' 용의자 박모(여·82)씨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검사가 지난 30일부터 이틀간 실시됐다. 

박씨는 마을회관에 있던 사이다에 고독성 살충제를 넣어 할머니 6명이 나눠 마시도록 해 

이 중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아 구속까지 됐지만, 당사자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경찰 수사에서도 직접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사건이 진실 공방으로 이어지자 가족들이 "억울하다"며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요청했다. 

검사는 대검찰청 심리분석실이 맡았다. 

상주로 내려간 심리분석관들은 우선 박씨에게 검사 과정을 설명한 뒤 박씨의 몸에 호흡·맥박·혈압·

손끝 전극(땀 반응) 등 4가지 요소를 체크할 수 있는 장치를 부착했다. 

이어 박씨의 혐의와 관련된 핵심 질문 2~3개를 반복적으로 묻고, 박씨가 대답할 때 몸에서 나타나는 

반응 수치를 체크했다.



그런데 박씨의 검사 결과는 

'진실'과 '거짓'을 확정하기 힘든 '판단 불능' 수치가 나왔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가 일관되게 이번 사건과 자신은 무관하다는 답변을 반복했지만, 

진실이나 거짓을 가릴 만한 유의미한 수치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은 박씨의 검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오는 3일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거짓말탐지기 검사는 4가지 항목의 미묘한 변화를 감지해 수치화한 후 결과를 종합해 

진실 또는 거짓을 판정한다. 보통 검사에 앞서 30분에서 1시간 피검사자의 신체 반응 수치를 관찰하고, 

실제 검사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돼 있다. 직접 검사에 참여한 분석관뿐 아니라, 

다른 분석관 여러 명이 함께 분석에 참여한다.

일반적으로 피검사자가 심약해 평소보다 긴장하거나 심리적인 동요가 있으면 결과가 거꾸로 나오지 않을까, 사기꾼 등 임기응변에 능한 사람들은 기계도 속일 수 있지 않을까 우려하지만, 

과학적 기법을 활용하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2009~2012년 검찰이 실시한 거짓말탐지기 검사에서 '거짓' 판정을 받은 피의자가 최종적으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례가 90.5%나 된다. 

무죄를 주장하는 피의자에 대해 거짓말탐지기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지목한 10명 중 9명꼴로 

실제로 유죄판결을 받은 것이다.

2009~2012년 실시한 6273건의 검사에서 결과가 '진실'이 나온 경우는 

전체의 27.8%(1747건), '거짓'은 49.5%(3105건), '판단 불능'은 22.7%(1421건)였다. 

판단 불능은 진실 또는 거짓을 판단하기에는 수치가 모호한 경우다. 

검찰 관계자는 "피검자가 작정하고 기계를 속이려고 애쓰는 경우도 있지만 

스스로도 인식하기 힘든 아주 미묘한 신체 변화를 잡아내기 때문에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80대 노인인 박씨의 경우, 검사 결과가 '진실'로 나오든 '거짓'으로 나오든 그 결과가 

법원에서 결정적인 증거로 인정받기는 어렵다. 

대법원 판례가 아직까지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검찰 관계자는 "직접 증거 없이 정황 증거만 있는 이런 사건의 경우에는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가 

증거능력은 없더라도 때로는 피의자로부터 자백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거짓말탐지기 검사 의뢰는 2009년 1456건에서 2012년 1803건으로 해마다 꾸준히 느는 추세다. 

피의자가 자신의 결백을 강조하려고 검사를 요구하는 경우가 더 많지만, 

피해자가 "내 말이 맞는다"면서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까지 검찰에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은 사람은 피의자(또는 피고인)가 65.1%, 

피해자(또는 고소인)가 31.3%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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