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고도 정부가 애 낳으라 말할 자격 있나"
한겨레 원문 기사전송 2014-11-12 08:55 최종수정 2014-11-12 09:26
[한겨레] 맞벌이 엄마들 ‘보육예산 논란’에 불안
“이럴 줄 알았으면 출산 고민했을 것”
전문가들 “보육복지는 국가 책임
저출산 대책 문제로 접근해야”
부산에 사는 박소연(35)씨는 박근혜 정부의 여성 고용·복지 정책의 ‘맞춤’ 수혜자다.
2년 터울씩 아이를 셋 낳았지만 박씨는 일과 아이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하지 않아도 됐다.
첫째(6)와 둘째(4)는 누리과정에 해당돼 월 22만원씩 지원받고,
만 1살인 막내도 ‘어린이집 영아반(0~2살) 보육료’ 명목으로 월 34만7천원씩 지원받는다.
덕분에 박씨는 지난해 11월 시간제 정규직 일자리를 구해 하루 6시간씩 주5일 일하기 시작했다.
박씨는 일하는 엄마들이 보육 걱정하지 않고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현 정부의 여성 고용 및 복지 정책 기조에 딱 맞는 모범 사례인 셈이다.
하지만 박씨는 요즘 무상보육 재원 논란을 보며 씁쓸하고 불안하다.
박씨는 “사실 엄마들로선 누가 지원하는 게 중요하지 않다.
무상보육 혜택을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대통령이 보육은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했으면 약속을 지키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씨가 한 달에 버는 돈은 76만원.
만약 첫째와 둘째가 받아온 누리과정 지원 44만원이 끊기면, 이를 고스란히 박씨가 떠맡아야 한다.
한 달에 한 명당 10만원씩 추가 지출되는 특별활동비까지 고려하면 박씨는 더는 일 할 이유가 없다.
“언제든 무상보육 지원이 끊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 불안하다.
애를 낳으라는 건지 낳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출생아 수)은 1.19명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다.
지난 6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발표한 세계 합계출산율에서도 224개국 가운데
한국은 219위(1.25명 기준)로 ‘초저출산 국가’다.
사회의 지속성과 활력을 유지하려면 추세를 반전시킬 저출산대책이 필수적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무상보육의 재원 다툼을 넘어 정책의 지속 여부조차 논란이 되자,
정부가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저출산 대책을 경시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강원도 춘천에서 미취학 아들 2명을 키우는 맞벌이 엄마 신미정(39)씨는
“첫째를 낳을 때 지금처럼 무상보육 논란이 있었다면 선뜻 애 낳기 어려웠을 거 같다.
월급만 빼고 모든 물가가 다 오르는데 저출산이 문제라며 무상보육 책임을 지방에 떠미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2010년 육아정책연구소가 조사해보니,
도시 중산층 가정이 아이를 2명 키울 때 월 평균 148만6천원을 써 전체 소득의 절반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아교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만 4살이 되면 0~3살보다 4~6살에서 30만원 정도 양육비를
더 쓴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최근의 논란은 양육비 부담이 커질 시점에 보육료 지원이 끊길 수도 있다는 뜻이어서,
부모들의 불안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장기적 안목으로 무상보육 등 저출산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백선희 서울신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무상보육 정책이 만능은 아니지만 한국의 장기적인 미래를 준비하는 저출산 정책의 하나다.
무상보육이 움츠러들면 출산에 부정적인 태도를 가질 가능성이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정책연구본부장은
“프랑스 등 저출산을 극복한 나라들은 20년 넘게 저출산 대책에 투자해 효과를 봤다.
이제야 양적인 보육 정책을 확대한 한국도 (정책을 축소하기보다) 장시간 노동 등
다른 분야까지 개선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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