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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사상 첫 5연속 금리 인상.. 벼랑 끝 몰린 영끌족

일산백송 2022. 10. 13. 07:51

한은, 사상 첫 5연속 금리 인상.. 벼랑 끝 몰린 영끌족

김준영입력 2022. 10. 13. 06:01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
0.5%P↑.. 사상 첫 5차례 연속 인상
14개월 새 2.5%P 올려.. 긴축 강화
"고물가 지속.. 금리인상 기조 유지"
14개월 새 가계이자 年 33조 증가
1인당 164만원 이상 불어난 셈
기업 이자부담 증가액 4조 육박
주택 매매 위축·집값 하락 불가피
'한은 물가 중심 정책' 예고에
시장에선 금리 인상에 무게 둬
금통위원 간 11월 인상폭 이견

한국은행이 석 달 만에 다시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에 진입했다. 고물가 잡기가 한은의 최대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원·달러 환율 상승 추세가 좀체 진정되지 않자 경기침체 등의 후유증 우려에도 빅 스텝 행보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연 2.50%→3.00%) 인상했다. 이번 결정에는 전체 금통위원 7명 중 2명이 0.25%포인트 인상의 소수의견을 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번 금리 인상으로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3%대 기준금리 시대가 도래했다. 4·5·7·8월에 이어 다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가 인상된 것은 한은 역사상 처음이다. 한은은 15개월 동안 기준금리 동결을 이어오다가 지난해 8월 0.25%포인트 올리며 ‘통화정책 정상화’(저금리 시대 마감)를 예고했다. 이후 이달까지 기준금리는 1년 2개월 만에 총 2.50%포인트 상승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 상승으로 인해 물가의 추가 상승압력과 외환부문의 리스크가 증대되고 있는 만큼 정책대응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 상승 국면이 진정됐음에도 5%대 중후반의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 총재는 “근원 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과 기대인플레이션율도 4%대의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며 “내년 1분기까지는 5%를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격차 확대와 이에 따른 환율·물가의 추가 상승 위험도 빅 스텝 결정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빅 스텝 직전까지 한국(2.50%)과 미국(3.00∼3.25%)의 기준금리(정책금리) 격차는 최대 0.75%포인트였다.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면서, 미국과의 격차는 일단 상단 기준으로 0.25%포인트까지 좁혀졌다. 하지만 다음 달 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 한·미 기준금리 차이는 0.75∼1.00%포인트로 다시 벌어진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가계와 기업의 부채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족’, ‘빚투(빚내서 투자)족’의 고통이 크다. 이 총재는 “이번 빅 스텝으로 인해 가계와 기업을 합쳐 이자 부담이 12조2000억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경제성장률도 0.1%포인트 정도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 총재는 “5%를 상회하는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한다면 기대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우리나라에 더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물가 오름세를 꺾기 위해 물가 중심으로 경제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12일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의 모습. 남정탁 기자
◆“주담대 연내 8%”… 2년 전 영끌족 원리금 50% 늘어 ‘곡소리’

12일 한국은행의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으로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가 연 0.50%에서 3.00%로 2.50%포인트 오르면서 1년 동안 가계대출자가 부담해야 할 이자는 33조원, 1인당 이자 부담은 164만원 이상 불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준현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가계부채 현황 자료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만큼 오르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의 경우 전체 가계대출자의 이자는 약 3조3000억원 증가한다. 이번 같은 빅 스텝 상황에서는 전체 이자 부담이 약 6조5000억원 늘어난다. 이는 올해 2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에 은행·비은행 금융기관의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 추정치(평균 74.2%)를 적용해 산출한 결과다. 이 산식대로라면 지난해 8월 이후 금리가 2.50%포인트 오른 만큼 그 과정에서 가계대출자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이자만 33조원(3조3000억원×10)에 달한다.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올린다면 대출금리 상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에 8%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년 전 집값이 뛸 때 초저금리만 믿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한 채무자 중에는 연말이나 내년 초 연 상환액이 50% 넘게 급증하는 사례도 나타날 전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가파른 금리 인상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경제 전반의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물가안정을 위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가계뿐 아니라 자영업자·소상공인을 포함한 기업들의 이자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분석에 따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릴 경우 기업들의 대출이자 부담은 약 3조9000억원 증가한다.

올해 들어 증가세가 둔화한 가계대출과 달리 기업대출은 계속 불어나고 있어 금리 인상기에 기업은 한계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한계기업(3년 연속 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이나 집을 비롯한 보유 자산을 모두 팔아도 대출을 갚을 수 없는 고위험가구 등이 향후 금융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

기준금리 인상의 충격은 부동산 시장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서울을 비롯한 전국 주택매매시장에서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난 가운데 주택 매매는 더욱 위축되고 있고 추가적인 집값 하락세도 불가피해졌다. 이 총재는 부동산 가격에 대해 “올해 1∼8월 실거래가 기준으로 3∼4% 정도 떨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고, 금리 인상으로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2∼3년간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르고 가계부채가 늘어난 것이 금융불안의 큰 원인 중 하나였기에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가격이나 가계부채가 조정되는 것이 고통스러운 면이 있어 죄송한 마음이 들지만 거시(경제) 전체로는 안정에 기여하는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이번 빅 스텝으로 거래절벽과 가격 하락이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금리 인상 랠리가 마무리됐다는 신호가 나타나야만 거래가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2일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붙은 대출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2023년 초 기준금리 3%대 중후반 될 것”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빅 스텝’을 밟는 과정에서 전체 금통위원 7명 중 2명(주상영·신성환 위원)이 0.25%포인트 인상의 소수의견을 냈다. 올해 4월부터 5·7·8·10월까지 다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과정에서 금통위원들의 의견이 갈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리 인상을 둘러싼 시장과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금통위는 사상 두 번째 빅 스텝의 배경으로 세계경제의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지속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기조 강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미국 달러화 강세로 인한 주요국의 통화가치 절하를 꼽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간담회에서 “이번 기준금리 50bp(1bp=0.01%포인트) 인상이 환율 때문만은 아니지만, 9월 원화(가치)가 급격히 평가절하된 것이 주요인 중 하나이기는 하다”고 밝혔다. 이어 “원화의 급격한 절하는 수입물가를 올려 물가상승률에 영향을 미치고, 이로 인해 물가상승률이 떨어지는 속도를 상당 부분 지연시킬 위험이 늘어나서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원화의 평가절하 자체가 여러 경로를 통해 금융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보다 높아지면 외화 유출 규모가 커지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다. 환율 상승은 수입 가격을 높여 국내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은은 내년 1분기까지 물가상승률이 5%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물가 오름세를 잡기 위해 물가 중심의 정책 운영을 예고했다. 물가가 잡히기 전까지 금리 인상을 지속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다음달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폭을 어느 정도로 가져갈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유보했다. 이 총재는 “11월 인상폭에 대해서는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이 워낙 크고 금통위원 간에도 다양한 견해가 있는 상황”이라며 “미 연준의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국제에너지 가격 움직임 등 대외 여건 변화와 그 변화가 국내 물가와 성장 흐름,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내년 초 3%대 중후반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총재는 이번 인상 사이클에서 기준금리가 최종 3.50%에 이를 것이라는 시장 전망에 대해 “다수 위원이 말한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도 “다만, 그보다 낮게 보고 있는 위원도 있다”고 답했다.

김준영·유지혜·박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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