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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이야기

"천장 에어포켓 덕에 살았다"…생사 엇갈린 포항아파트

일산백송 2022. 9. 7. 00:05

"천장 에어포켓 덕에 살았다"…생사 엇갈린 포항아파트

생사 엇갈린 포항 아파트

두번째 구조된 50대 여성
저체온증 있지만 의식 명료

하천물 범람에 주차장 물차
빠져나오지 못해 주민 참변

피해 큰 부산·울산·포항
지반 무너져 풀빌라 기우뚱
해안도로 폭격 맞은듯 파괴

포스코 침수로 가동 중단
장기화땐 천문학적 피해

입력 : 2022.09.06 17:56:07   수정 : 2022.09.06 23:33:15

 

 

 

 

◆ 태풍 힌남노 피해 ◆


6일 태풍 힌남노의 폭우로 잠긴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소방·군 관계자들이 실종된 주민 1명을 추가로 구조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오후 9시 41분께 침수된 지하주차장에서 51세 여성을 구조했다"며 "의식은 명료하고 저체온증을 보인다"고 밝혔다. [사진 = 연합뉴스]
경북 포항의 침수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차를 빼러 갔다가 실종된 7명 가운데 극적으로 생존한 김 모씨(51·여)와 전 모씨(39)는 에어포켓(air pocket)이 목숨을 살렸다. 물이 차 있어도 내부에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인 에어포켓이 있어 물속에서도 오랜 시간 견딜 수 있었던 것이다. 배가 침몰했을 때도 조타실 등에 생기는 에어포켓으로 장시간 생존하는 경우가 있지만 물이 꽉 찬 지하주차장에서도 에어포켓이 생겨 이들의 목숨을 살린 것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들은 이날 오전 7시 41분께 지하주차장에 차를 빼러 나갔다 순식간에 차오른 물에 휩쓸려 실종했다. 김씨는 실종된 지 14시간 만에 구조돼 저체온증이 있지만 의식은 명료한 상태에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전씨 역시 13시간 만에 구조됐지만 건강한 상태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함께 실종된 주민 3명은 숨진 채 발견됐고 나머지 2명은 이날 오후 10시 30분 기준 여전히 실종 상태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강풍과 함께 많은 비를 쏟아내면서 6일 경북 포항시 오천읍 항사리 지역의 풀빌라 한 채가 약해진 지반에 내려앉아 불어난 물에 휩쓸리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날 포항에서는 강한 폭우로 오천읍과 인덕동 일대가 상당수 침수됐다. 물난리로 지반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오천읍에 있는 한 풀빌라 건물 1채가 범람한 강물에 휩쓸려 기운 채 절반쯤 잠기기도 했다.

지하주차장에 물이 찬 포항 인덕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당시 주민들은 관리사무소의 안내방송에 따라 차량을 이동하기 위해 지하주차장에 몰려왔고 지하주차장에 물이 차오르자 주차장 출구 앞은 지상으로 빠져나가려는 차량들로 극심한 정체가 빚어졌다. 하지만 순식간에 지하주차장에 물이 차오르자 일부 운전자는 차량을 버리고 달아나면서 차량 이동이 막히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이런 상황에서 일부 운전자들이 차량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참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아파트 바로 옆 하천은 폭우로 범람하면서 지하주차장에 물이 한꺼번에 유입된 상황이었다.

해병대는 도심 곳곳에 고립되는 주민들이 많아지자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 2대와 고무보트(IBS) 17대를 투입해 건물 옥상이나 차량 위 등으로 대피한 주민 27명을 구조했다.

힌남노가 휩쓸고 지나간 부산도 해안가 상가와 도로가 폭격을 맞은 듯 처참한 모습으로 변했다.

이날 오전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 해안도로 100여 m 구간은 아스팔트가 폭풍해일에 모두 부서지며 떨어져나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3~4차로 규모의 도로에 깔려 있던 아스팔트는 1~2m 크기 덩어리로 떨어지면서 주변 인도와 해안 상가 앞에 잔뜩 쌓여 나뒹굴고 있었다. 피서철 수많은 관광객이 들렀던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민락수변공원 앞 편의점은 전면 유리창이 모두 부서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해운대구 마린시티 해안도로에도 월파 피해가 이어졌다. 해안도로 인근 가게는 큰 돌과 도로 바닥에 고정돼 있던 연석 등이 파도에 휩쓸려 들어와 유리와 벽면이 부서졌다. 마린시티 바닷가 쪽 상가 10여 곳에서 피해가 발생했으며, 해안가와 가장 가까운 상가 4~5곳은 폭격을 맞은 듯 처참히 부서졌다.

제주에서는 초속 40m가 넘는 강풍이 몰아치면서 1만8000여 가구에서 정전 피해가 발생했다.


서귀포시 남원읍사무소는 건물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 난간과 1층 창문이 강풍에 부서졌고, 서귀포잠수함 주차장은 파도와 함께 수백 개의 돌덩이와 길이 6m 통나무 등으로 채워졌다. 제주 강정항 내 일부 도로는 강풍을 동반한 파도로 20여 m가 파손됐다. 제주시 오라2동의 한 도로변 전신주는 강풍에 두 동강 났고, 제주국제공항 인근 10m 야자수도 뿌리째 뽑혔다. 울산에서는 1명이 실종되고 경북 경주에서는 8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오전 1시께 울산 울주군 언양읍 남천교 인근에서 20대 남성 1명이 불어난 물에 휩쓸려 실종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119 구조대 50여 명이 실종자 수색에 나섰으나 물이 불어나고 유속도 빨라져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주 진형동 한 주택에서는 80대 여성이 흙더미에 매몰돼 숨진 채 발견됐다.

한편 인근 하천 범람으로 포항제철소 생산과 출하 등 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됐다. 업계에 따르면 배수작업과 전기 공급이 늦어질 경우 재가동을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우려된다.

[박동민 기자 / 서대현 기자 / 우성덕 기자 / 진창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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