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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 나빠지고 소화 안돼요"…치매만큼 무서운 이 병 정체

일산백송 2022. 8. 15. 21:39

"기억력 나빠지고 소화 안돼요"…치매만큼 무서운 이 병 정체

중앙일보

입력 2022.08.15 05:00

업데이트 2022.08.15 10:13

중앙포토

최근 치매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비교적 젊은층이 “치매 증상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병원을 찾곤 한다. 그중에서 치매보다는 우울증으로 진단을 받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하지만 어떤 우울증은 경우에 따라 치매로 진행할 수 있는 위험요인이나 전조증상으로 나타난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지은 교수의 도움말을 바탕으로 우울증의 증상과 치료법, 그리고 치매와의 구분법에 대해 알아봤다.

우울증의 증상은

우울증은 의욕 저하, 우울감, 그리고 다양한 정신 및 신체적 증상을 일으켜 일상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는 질환이다. 이 질환은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2~3명이 경험한다고 알려진 매우 흔한 정신건강 문제다. 노년기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이 자주 느끼는 증상은 ‘기억력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또 마치 치매에 걸린 것처럼 인지 기능의 문제를 심하게 호소하기도 한다. 이 경우 ‘가성 치매’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진짜 치매는 아니지만 치매와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우울증을 가진 사람들은 인지 기능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기분이 가라앉거나 매사에 관심과 의욕이 떨어질 수 있다. 또 입맛이 떨어지고 잠을 잘 못 자는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특히 몸이 여기저기 아프거나 기운이 없고, 소화가 잘되지 않아 가슴이 답답한 상태 등의 ‘신체 증상’을 자주 호소하는 것도 노년기 우울증의 특징이다. 하지만 우울증이 있는 노년층에게 요즘 기분에 대해 물어보면 대부분 ‘잘 모르겠다’ 혹은 ‘그냥 그렇다’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우리나라 노인들이 본인의 감정 상태에 대해 직접적으로 표현해 본 경험이 적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따라서 노년층에서는 우울한 기분을 분명하게 호소하지 않더라도 그 이면에 우울증이 숨어있을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우울증은 어떻게 치료할까

노년기 우울증은 전체 노인의 약 10~20%에서 흔하게 나타나지만 치료를 받는 비율은 매우 낮다. 우울증은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삶의 질이 낮아지고 신체 질환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사망률을 높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노년기 우울증은 항우울제 등의 약물을 사용하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고 좋아질 수 있다. 항우울제는 수면제나 안정제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다른 약물과 함께 사용해도 안전하다. 따라서 고령 환자에서도 대부분 불편함 없이 복용 가능하다.
앓고 있는 신체 질환이나 복용하는 약물, 최근의 스트레스 사건, 불안정한 환경요인 등도 노년기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원인들에 대해 포괄적으로 평가하고 개입하는 것 또한 치료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치매로 이어지는 우울증?

노년기 우울증을 잘 진단하고 치료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치매로의 진행 가능성 때문이다. 치매로 이어지는 우울증은 인지 기능의 변화가 동반되기 때문에 인지 기능 이상 여부를 꾸준히 관찰해야 한다. 노년기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눠진다. 첫 번째 그룹은 2~30대 젊은 나이에 우울증이 발생해 나이 들어서까지 지속되는 ‘조발성 우울증’이다.반면 두 번째 그룹은 젊었을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가 중년 이후에 우울증이 발생하는 경우로 ‘만발성 우울증’이라고 한다. 이 경우에는 뇌의 퇴행성 변화가 동반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특히 주의 깊게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또한 우울증 초기부터 인지 기능의 문제가 동반되거나 치료 중 우울 증상은 좋아졌지만 기억에 호전이 없는 경우, 그리고 우울증 약물치료에 반응이 좋지 않은 경우에서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신경퇴행성 질환이 동반됐을 가능성을 필히 고려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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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과 치매를 구분하는 방법은

우울증과 치매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여러 질문이 필요하고 인지 기능 검사나 자기공명영상(MRI)검사와 같은 뇌 영상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우울증과 치매를 구분할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인지 기능이 어떻게 나빠져 왔는가’에 대한 내용이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의 80% 이상은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이러한 퇴행성 질환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나빠지는 것이 특징이다.
즉, 우울증 환자의 경우 ‘기억력이 갑자기 나빠졌다’ 혹은 ‘기분 상태에 따라 기억력이 좋았다 나빴다 한다’라고 보고할 수 있는 반면, 퇴행성 치매 환자는 ‘기억력이 조금씩 점차적으로 더 나빠진다’라고 보고한다.
따라서 현재의 인지 기능뿐만 아니라 2~3년 전 기억력에 대해서도 파악이 필요하다. 또한 작년과 올해의 기억력도 비교해 봐야 한다.

예방이 중요한 우울증과 치매

우울증이나 치매에 의해 일상적인 활동이 줄어들 수 있다. 이때는 우울증으로 인해 의욕이 없고 귀찮아서 ‘안’하는 것인지, 아니면 인지 기능에 문제가 있어서 실수가 생기고 ‘못’하는 것인지 잘 구분해야 한다.
또한 치매는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우울증을 잘 치료하는 것이다. 특히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우울 증상이 있는 경우 치매 진행이 더 빠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박지은 교수는 “나이가 들어 우울증이 발생했다면 꼭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고, 혹시 머릿속에서 치매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체크해야 한다”라며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면,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꾸준히 병원에 내원해 인지 기능 검사를 받는게 좋다”라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