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체크]목걸이 선풍기 전자파가 암 유발?
CBS노컷뉴스 조태임 기자 입력 2022. 08. 06. 08:03 수정 2022. 08. 06. 08:15정부 "시중 유통 휴대용 목·손 선풍기 전자파..국제 기준 37~2.2% 수준, 안전"
정부는 단시간 노출됐을 때 위험한 전자파 양, 환경단체는 장시간 노출 됐을 때 위험도
"전기·전자제품 사용시 가급적 멀리 두고 사용" 권고
■ 진행 : 조태임 앵커
■ 패널 : 선정수 (뉴스톱 기자)
◆ 선정수 > 네, 저는 더위와 습기에 약해서 남들 하고 다니는 것 보고 나도 하나 사서 쓸까 했었는데요. 전자파 위해성 논란이 일었습니다. 안 사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조태임 > 전자파 논란이 있었군요. 예전에 손 선풍기, 휴대용 선풍기도 전자파 논란이 있었잖아요. 그때 정부는 '괜찮다' 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 정부는 어떤 입장이에요?
◆ 선정수 > 이번에도 정부는 '괜찮다'고 하고, 시민단체와 학계는 '위험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런 입장입니다.
◇ 조태임 > '정부는 괜찮은데 시민단체는 위험하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 한번 따져볼까요. 먼저 어떤 시민단체가 문제제기를 한 거에요?
◆ 선정수 > 환경보건시민센터라는 환경단체에서 문제제기를 했어요. 이 곳은 과거 학교운동장 석면 문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지원 등 굵직한 활동을 했는데요. 2018년에는 우리가 흔히 손풍기라고 부르는 휴대용 선풍기에서 전자파가 높은 수치로 검출됐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휴대용 선풍기 전자파 논란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2일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최예용 소장이 휴대용 선풍기 전자파 측정 시연을 하고 있다. 이 센터는 휴대용 선풍기 전자파가 세계보건기구가 전자파를 발암가능물질로 지정한 배경연구인 어린이 백혈병을 높이는 전자파 수치인 4mG보다 수십~수백배 높았다고 주장했다. 과기부는 이에 대해 1일 휴대용 선풍기 전자파 측정 결과 인체보호기준을 충족했다고 발표했다. 2022.8.2 xyz@yna.co.kr (끝) 연합뉴스
◇ 조태임 > 그런데, 그때도 정부는 괜찮다, 이번에도 괜찮다. 그런데 환경단체는 문제가 있다.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요?
◆ 선정수 > 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지난달 26일 '휴대용 선풍기 전자파'라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목걸이형 선풍기 4개와 손선풍기 6개를 구입해 제품별로 또 거리를 다양하게 벌여가면서 전자파 수준을 측정했는데요.
그 결과 4종류의 목걸이형 선풍기에서 평균 188.77mG(적게는 30.38mG에서 많게는 421.20mG)의 전자파가 측정 됐습니다. 이 수치를 두고 센터는 "WHO의 발암가능물질 지정 배경 연구값인 4mG의 47배"라고 해석했습니다.
◇ 조태임 >mG, 밀리가우스라고 읽는군요. 단위도 저는 좀 생소하고, 좀 복잡한데요.
◆ 선정수 > 우선,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2002년 극저주파 자기장, 이걸 우리가 흔히 전자파라고 하는데 이 극저주파 자기장을 '발암물질2B군'으로 지정했습니다. 인체에 암을 일으킨다는 제한적인 증거가 존재하고, 동물 실험에선 발암성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부족한 경우를 말하는데요.
◇ 조태임 > '제한적으로 존재한다?' 위험이 있긴 있다 그런데 명확하지는 않다 이런 의미인가요?
◆ 선정수 > 이걸 설명하기 위해서는 과거 한 조사 결과를 설명해야 하는데요. 고압송전선로 전자파 노출과 소아백혈병과의 관련성이 1979년에 첫 보고된 이후 지속적으로 확인됐는데요. 이후, 관련 연구들을 종합하면 4mG를 기준으로 낮을 경우에는 위험도가 증가하지 않았지만 4mG 이상 노출에선 위험도가 2배 높아졌습니다. 이런 이유로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극저주파 노출기준을 4mG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조태임 > 그럼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4mG의 47배면…매우 위험할 것 같은데, 정부는 왜 안전하다고 하는 거에요?
◆ 선정수 > 이 환경단체의 주장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반박했습니다. 과기부는 1일 시중에 유통 중인 휴대용 목・손선풍기(목선풍기 9대, 손선풍기 11대)에 대한 전자파 측정 결과, 측정한 제품 모두 인체보호기준을 충족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과기부는 "휴대용 목·손 선풍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국제적으로 권고된 인체보호기준의 37~2.2% 수준으로 나타나 인체에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과기정통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조태임 > 설명을 듣다 보니 너무 헷갈려요. 둘 다 권위 있는 국제 기준을 근거로 하고 있는데 어떤 차이가 있는 거죠?
◆ 선정수 > 둘 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합니다. 정부가 준용하는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은 국제비전리복사보호위원회(ICNIRP)가 만든 것입니다. 국립전파연구원이 2016년 12월 발간한 '전자파 인체안전 이슈 조사 연구'를 살펴보면 "전자파 노출 기준에 대해 대부분의 국가는 ICNIRP 기준과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어요.
ICNIRP 기준을 참고해 더 강하게 적용하는 국가도 있는데 스위스, 벨기에, 이탈리아, 그리스 등이 그러하다. 또한 독자적으로 기준을 정하여 적용하는 국가도 있는데 러시아, 중국, 일본, 미국 등이 해당되며 특히 일본은 ICNIRP 기준치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밝힙니다.
◇ 조태임 > "대부분의 국가는 ICNIRP 기준과 동일하게 적용한다" 그럼 정부 말이 맞는 것 아닙니까?
◆ 선정수 > 환경보건시민단체와 학계의 주장을 잘 살펴보면 "ICNIRP 참고 기준 자체를 만성 질병 위험 평가 기준으로 사용하는 나라는 없다"라고 밝힙니다.
◇ 조태임 > '만성 질병 위험 평가 기준' , 이게 무슨 말이에요?
◆ 선정수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환경보건학과 박동욱 교수 등은 2018년 10월 한국환경보건학회지에 '휴대용 손 선풍기의 극저주파 자기장 발생 수준 평가와 쟁점 고찰'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는데요.
연구진은 "ICNIRP 참고 기준은 최고치로서 어떤 순간이라도 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 기준은 단시간 급성 영향을 예방하기 위한 기준이기 때문이라는 건데요. 그러니까 짧은 시간 노출됐을 때 위험한 정도, 그러니까 매우 강한 충격을 의미하는 거죠.
그렇다보니 논문에서는 "이 기준은 호르몬 영향, 인체 항상성 교란 등에 장기간 노출되어 일어나는 암 등 만성 질병 위험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적용할 수 없으며, 평균하거나 누적해서 평가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 조태임 > 정부는 누적 기준이 아니라 현재 기준으로 측정하니 '기준치 이하다. 안전하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고, 시민단체와 학계는 '현재 기준을 만성 노출 위험을 평가하는데 쓸 수 없으니 기준을 강화하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군요.
◆ 선정수 > 서로가 상반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조태임> 방송 들으시는 청취자분들이 '그럼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거야, 어째야 하는거야?' 라고 하실 분들 많이 계실텐데요. 휴대용 선풍기를 비롯한 많은 가전제품에서 전자파가 나오고 있잖아요. 어떻게 사용하는 게 현명한 방법일까요?
◆ 선정수 > 전자제품에서 발생되는 자기장의 강도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서 줄어듭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전기·전자제품을 사용할 때 가급적 멀리 떨어지라고 권장하는 겁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손선풍기를 사용할 때는 최소 25cm 이상 떨어지라고 권합니다. 제품 구조상 충분한 거리를 둘 수 없는 목걸이형 선풍기는 가급적 사용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어린이와 임산부, 노인 등 건강 취약 계층은 더 조심해야 합니다.
◇ 조태임 > 어찌보면 건강과 관련있는건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사전에 조심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극저주파 자기장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나라들이 있다면서요?
◆ 선정수 > 스위스는 가장 엄격한 인체 보호 기준을 적용하는 나라인데요. 극저주파 자기장이 1μT(마이크로 테슬라)가 넘는 지역에 유치원, 초등학교, 병원과 같은 시설이 신설되지 않도록 관리합니다.
아직 명확하게 건강 영향이 입증되지 않았지만 사전주의, 다시 말해서 인과관계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잠재적인 위험은 회피할 수 있는 사전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원칙을 적용한 겁니다.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백정기 충남대학교 전파정보통신공학과 명예교수가 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휴대용 선풍기 전자파 검증 결과 발표에서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2022.8.1 pdj6635@yna.co.kr 연합뉴스◇ 조태임 > 우리나라는 관련 논의가 진행이 되고 있나요?
◆ 선정수 > 정부는 미온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고요. 국회에선 몇 차례 문제제기가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논의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국회 입법조사처가 낸 보고서가 있는데요. 2015년 2월입니다.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의 현황과 개선 과제'라는 보고서인데요.
"극저주파 자기장에 대한 지속적인 노출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 등은 한목소리로 극저주파 자기장에 대한 지속적인 노출의 잠재적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사전주의적 접근방법에 따라 전자파의 인체 위해성에 대한 과학적 증거를 더 찾고, 연구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전자파의 잠재적 위험성을 최소화하는 방안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전자파에 대한 막연한 불신과 우려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 조태임 > 건강과 관련한 건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고 예방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너무 공포감을 가질 것도 아니지만 안전불감증이라고 해야 할까요? 건강 불감증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렇다고 너무 낮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국제기구들이 잠재적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전자파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시작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죠.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 선정수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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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조태임 기자 jogiz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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