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저격한 총기를 인터넷 보고 만들었다는데
연합뉴스 2022.07.12. 06:0044 읽음
(서울=연합뉴스) "총기 제조법은 인터넷 동영상을 참고해 만들었고, 부품과 화약류는 온라인에서 구매했다."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언론에 따르면 아베 신조(67) 전 일본 총리에게 총을 쏴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41)는 경찰 조사에서 이렇게 진술했습니다.
'총기 청정국'이라 불리는 일본에서, 일반인이 사제 총기를 만들고 살상의 도구로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요.
◇유튜브 보고 사제 총기 제작…집에서 여러 정 발견
사건은 8일 오전 11시 30분께 일본 나라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앞 거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유세를 하는 아베 전 총리 뒤로 천천히 다가간 야마가미는 7~8m 떨어진 거리에서 총을 두 번 쐈는데요.
당시 영상을 보면 '탕' 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가 자욱이 퍼집니다.
범행에 사용한 사제 총은 길이 40㎝, 높이 20㎝로 금속관을 2개 묶어 나무와 테이프로 고정한 형태였습니다.
한 번 발사하면 1개 관에서 6개의 총알이 발사되는 구조였으며 화약은 불꽃놀이용이 쓰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했죠.
경찰은 야마가미가 유튜브 등 동영상을 참고해 수차례 총을 제작한 것으로 봤으며, 실제 그의 집에서 사제 총 여러 정이 발견됐습니다.
◇"조악한 사제 총도 살생 가능"…모방 범죄 어쩌나
이번 사건으로 모방 범죄 우려도 큰 상황. 사제 총기 사건 발생 다음날인 9일 오전 1시 48분께 40대 남성 A씨가 인터넷 포털 주식 게시판에 '용산에 간다, 멧돼지 잡으러, 총알 6발 남았다'등 윤석열 대통령 테러 암시 글을 올렸다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지난 2016년 10월 19일 직접 제작한 사제총기로 경찰관을 살해해 무기징역을 받은 성병대씨는 당시 인터넷 제작법을 보고 사제총을 만들었습니다. 나무토막에 철제 파이프를 붙여 쇠구슬과 화약을 넣고 난사했죠.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조악한 사제 총이라도 사람을 살생할 수 있다"며 "만약 본인이 총기를 만들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인터넷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고 관련 부품을 구매할 수 있어 그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개인이 만든 총기류를 뜻하는 사제 총기를 국내서 직접 제작하거나 정식 절차를 통해 구입하지 않고 등록 신고하지 않으면 불법이지만 음지에서 제작되는 경우가 많죠.
오윤성 교수는 "인터넷을 금지하기 어려워 (총기 제작을 막을)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며 "관세청 등에서 총기 제작과 관련된 물품을 좀 더 강하게 단속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유령총 문제로 몸살 앓는 미국…국내서도 '관리 필요' 목소리
"위험한 무기에 접근해서는 안 될 이들이 가정집 지하에서 일련번호 없는 총기를 만들어 극악무도한 범죄에 사용하고 있다."
지난 5월 J.B.프리츠커 미국 일리노이 주지사는 온라인에서 구매한 부품을 조립하거나 3D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사제 총기, 이른바 유령총(Ghost Gun)을 불법화했습니다.
앞서 4월에는 미국 정부가 유령총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는데요. 그동안 완제품만 총기로 규정한 기존 정의를 변경, 부품 판매 역시 총기와 동일하게 허가를 받은 거래상이 구매인의 신원을 확인하고 진행하도록 했죠.
백악관에 따르면 지난해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유령총은 약 2만 정에 달하며, 2016년과 비교해 10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국내에서도 최근 불법 사제 총기 제작에 악용될 수 있는 3D프린터 문제를 지적하는 연구(김은영 가톨릭 관동대 경찰행정학과 부교수와 윤민우 가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연구진, '3D 프린팅 총기의 위험과 규제의 필요성')가 나왔는데요.
연구진은 "그간 국내에서 3D 프린터로 제조된 모의총기 관련 범죄와 테러 사건이 없었기 때문에 경각심이 낮아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관련 총기의 제작·유통·사용·밀수입 등을 차단하고 감독할 시스템과 기구 신설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박성은 기자 장진아 인턴기자
junepen@yna.co.kr
'범죄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하대 성폭행 사망 피해자, 추락 후 1시간 넘게 방치" (0) | 2022.07.19 |
---|---|
'인하대 여대생 사망'..男 동급생이 성폭행, 3층서 추락해 숨지게 해(종합) (0) | 2022.07.15 |
여동창에 입맞추다 혀 잘리자..때려 죽인뒤 시신 유기한 70대 (0) | 2022.07.07 |
파출소에 날아온 화살총..경찰 7명, 20분간 숨어 있었다 (0) | 2022.07.05 |
안동시 여성 공무원, 동료 직원이 휘두른 흉기에 사망(종합) (0) | 2022.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