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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와보니 조선궁궐 같아..서민과 멀어지는 이유 알겠다"

일산백송 2022. 5. 10. 17:00

"靑 와보니 조선궁궐 같아..서민과 멀어지는 이유 알겠다"

이건율 기자 입력 2022. 05. 10. 15:47 수정 2022. 05. 10. 16:11 
■청와대 74년 만에 전면 개방
입장 전부터 수천 명 관람객 붐벼
종묘제례·연극 등 공연 즐긴 시민
"구중궁궐 느낌, 개방 이유 알겠다"
청와대 입장권은 중고 거래 활황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이 진행된 10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정문 앞에서 개방을 기다리고 있다. 김남명·이건율 기자
[서울경제]

“청와대 땅을 다 밟아보다니 오래 살고 볼 일입니다(경기도 양평 거주민 93세 조 모 씨).”

10일 오전 11시 37분께 청와대 정문이 74년 만에 전면 개방되자 손에 매화를 든 국민대표 74인을 선두로 수천 명의 관람객이 손을 흔들며 차례대로 입장했다. 녹음이 우거진 청와대 내부를 본 관람객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감탄사를 연발했다.

몰린 인파 사이로 “대박이다” “정말 예쁘다”는 말들이 잇따라 나왔다. 관람객들은 곳곳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청와대 건물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화창한 날씨에 요깃거리를 손에 든 관람객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서울 종로구 청와대가 개방된 10일 오후 시민들이 정문을 지나고 있다. 이건율 기자

이날 전라도에서 아침 일찍 올라왔다는 정회진(77) 씨는 “대한민국 역사상 역대 대통령이 거주하고 일했던 곳을 개방해 구경할 수 있었던 기회는 단 한 번도 없었다”며 “대통령 취임식과 거의 동시에 개방이 이뤄지는 만큼 감회가 새롭다”고 소회를 전했다. 딸과 함께 방문한 김 모(71) 씨도 “청와대 개방 첫날 첫 개방 시간에 청와대를 방문할 수 있어서 행운”이라며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났지만 다른 자리에서 앞으로 5년을 잘 이끌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청와대 대정원·녹지원·영빈관 등에서 진행된 다양한 공연도 관람객의 흥을 돋웠다. 아이와 함께 영빈관 앞 공연장을 찾은 강 모(38) 씨는 “아이들은 청와대가 개방된다는 의미를 잘 모를 듯해 걱정하며 도착했는데 공연을 보며 즐거워해서 다행”이라며 “청와대 내 공연이 꾸준히 이뤄진다면 이후에도 청와대를 재방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청와대 대정원에서 10일 오후 종묘제례악 공연이 열리고 있다. 김남명 기자

청와대 내부를 둘러본 뒤 비판적인 생각을 갖게 됐다는 시민도 있었다. 서울 중구에 거주하는 김 모(42) 씨는 “청와대 내부에 들어와 보니 왜 대통령이 서민들과 멀어지는 건지 알겠다”며 “청와대에 왔는데 조선 시대 궁궐을 둘러보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말이 실재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정문에서 대정원과 본관을 구경한 후 관저와 침류각·상춘재를 거쳐 녹지원을 지나며 청와대를 관람했다. 다만 청와대 건물 내부 관람이 전면 통제되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남편과 함께 청와대를 찾았다는 김 모(71) 씨는 “이왕 개방한 거면 내부까지 다 보게 해주면 좋겠는데 관람을 제한해 아쉬움이 남는다”며 “건물 유리 벽을 통해 내부를 구경하려고 했지만 커튼으로 가려져 있어 그마저도 마땅치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6500여 명의 인파가 몰린 만큼 기본적인 통제에도 어려움을 겪는 장면들도 보였다. 일부 시민들은 출입이 제한된 관저 내부에 출입을 시도하기도 했으며 통제 구역에서 음식물을 섭취하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관람객의 입장권 확인도 어려웠다. 익명을 요청한 A 씨는 “출입증을 들고 있기는 했지만 사람들이 한꺼번에 출입하다 보니 확인 절차를 밟지 않고 출입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본관 앞을 구경하고 있다. 김남명 기자

청와대와 함께 북악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도 54년 만에 추가 개방됐다. 이날 오전 7시부터 청와대 서쪽 칠궁과 동쪽 춘추관을 통해 산을 오를 수 있다. 등산로에 다녀온 김 모(63) 씨는 “그동안 다녀보지 못한 길이라 궁금했는데 이번에 전면 개방돼 좋다”며 “모든 민초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한편 이날 청와대 관람의 열기는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까지 확산됐다.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는 9일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청와대 관람 티켓을 사고파는 게시물이 82건 이상 올라왔다. 플랫폼 측에서 내부 정책에 따라 삭제한 게시물을 포함하면 실제 거래가 이뤄진 숫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2장 기준 2만 원에서 5만 원 사이에 거래됐다.

이건율 기자 yul@sedaily.com김남명 기자 nam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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