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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 논문 썼다? 억지로 만들어진 가짜 천재" 원로 경제학자의 일침

일산백송 2022. 5. 8. 14:18

"고등학생 때 논문 썼다? 억지로 만들어진 가짜 천재" 원로 경제학자의 일침

김준석 입력 2022. 05. 08. 11:47 수정 2022. 05. 08. 11:50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 "2000년대 초 수시제도 도입..고등학생이 논문 쓰는 황당무계한 일 벌어져"
이준구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홈페이지제공)© 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고등학교 때 논문을 쓰는 천재가 전혀 나올 수 없는 것은 아니나 우리 사회에서 고등학교 때 논문을 썼다는 친구들은 억지로 만들어진 가짜 천재"
원로 경제학자인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최근 논란이 된 대입 스펙 쌓기 위한 고등학생들의 '논문'과 관련된 논란을 비판했다.

이 교수는 6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그 많은 천재들은 어디로 갔을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2000년대 초 대학입시 제도가 바뀌면서 갑자기 고등학교에서 논문을 쓰는 천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썼다.

그는 이런 천재들이 성장해 학계를 이끈다면 우리 학문의 수준이 세계 최고에 오를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학계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자신이 서울대에서 가르쳐 온 학생들 중에서도 "이전 세대의 학생들과 비교해 천재스럽다고 느낀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썼다.

심지어 어떤 학부모로부터 고등학생인 자식이 '경제학원론'을 저술했으니 감수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일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날고 긴다는 서울대 학생도 이해하기 힘들어 애를 먹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며 "일개 고등학생이 경제학원론 교과서를 저술했다니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는 일 아닙니까"라고 되물었다.

이 교수는 자신과 이전 세대의 교육을 받은 제자들은 고교시절은커녕 대학생 때도 외국 저널에 논문 한 편 실어보지 못했다며, 논문이 스펙쌓기 수단으로 변질됐음을 지적했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변변한 논문 하나 써 본 적이 없다"며 "대학생활을 하면서 논문을 쓴다는 건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게 우리 세대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수준이었다"고 이 교수는 회고했다. 이전 세대의 교육을 받은 제자들 역시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 논문 한 편 써낸 적이 없는 그들이었지만 지금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학자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2000년대 초 도입된 수시전형이라는 새로운 대학입시제도를 지목했다. 자신이 과거 새 입시제도 도입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이같이 일이 일어날 거라고 강력히 지적했으나 귀기울이는 사람이 없었다고 밝히며, "결국 고등학생들이 논문을 썼다고 나서는 황당무계한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현재는 논문 집필을 스펙으로 인정하지 않는 쪽으로 방침이 바뀌었다고 전하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강태영·강동현씨 '논문을 쓰는 고등학생들에 대해 조금 더 알아봅시다' 보고서 갈무리) © 뉴스1 /사진=뉴스1
이준구 명예교수 홈페이지 갈무리
한편 이 교수는 지난달 28일 윤석열 정부 장관 후보자들을 향해 "자기관리를 무척 소홀히 해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한 일들을 보면 구질구질하다"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내내 문제가 되었던 것은 인사검증 시스템의 부실이었다. 국민의힘 당은 그 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망신을 주기 일쑤였다"고 했다.

이 교수는 "그런데 막상 정권이 바뀌고 보니 국민의힘 당이라 해서 손톱만큼도 더 나을 게 없다는 느낌"이라며 "마치 의혹의 백화점이라 해도 좋을 만큼 다양한 형태의 의혹에 휩싸인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과연 그런 사람들이 국정은 제대로 수행할 능력과 도덕성을 갖추고 있는지 심히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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