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운명 그것이 알고 싶다.

범죄 이야기

"이은해가 항상 고마워하는 존재" 조력자 조씨 수상한 행보

일산백송 2022. 5. 5. 19:49

"이은해가 항상 고마워하는 존재" 조력자 조씨 수상한 행보

중앙일보

입력 2022.05.05 15:07   업데이트 2022.05.05 15:33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왼쪽)·조현수씨가 지난달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사건 발생 후 2년 11개월이 지났지만 ‘계곡 살인사건’에는 의문부호가 달려있다. 검찰이 지난 4일 이은해(31)씨와 조현수(30)씨를 구속기소 하면서 이들의 행태를 일부 공개했지만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서다. 사망한 윤모씨의 유족은 “남아있는 이씨와 관련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수사기관이 끝까지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①‘키맨’ A씨의 신병처리는

세간의 관심은 2019년 6월 30일 사건 현장에 있었던 이씨의 지인 A씨(31)에게로 쏠린다. 앞서 이 사건을 재수사한 경기 일산서부서는 A씨를 살인 등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A씨가 계곡 살인 사건에 가담했다고 보고 이씨 등과 같은 혐의를 적용했다. 피해자 윤씨가 나오는 물놀이 동영상에 등장하는 A씨는 이 사건의 ‘키맨’으로 꼽힌다.

그러나 검찰은 전날 A씨의 신병처리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 보도자료를 통해 “A씨 등 관련자에 대해선 계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씨 등과 달리 A씨는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A씨는 수사기관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그의 진술이 당시 현장의 진실을 규명할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②조력자는 왜 발 벗고 나섰나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씨가 지난달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씨 등의 조력자인 조모(32·구속)씨와 김모(31·구속)씨의 행동엔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이들은 도주 중인 이씨 등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은신처를 마련해주는 등 범인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는다. 특히 조씨는 지난해 12월 13일 자신의 집에서 이씨 등과 도피 계획을 함께 세웠다. 김씨를 시켜 경기도 고양시 삼송역 인근의 한 오피스텔을 임차하게 한 뒤 이씨 등이 은신처로 사용하도록 돕기도 했다.

이씨는 도주 기간 다수의 지인과 온·오프라인에서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중엔 어릴 적부터 이씨와 돈독한 사이인 이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자신을 이씨의 지인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한 시사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조씨는 이은해씨가 항상 고마워하는 존재다. 이씨 등이 도주 중에도 불법 사이트 운영을 하면서 조씨가 시키는 일을 배당받아서 하고 수익은 현금으로 달마다 받았다”고 했다. 조력자들이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왜 이씨를 도왔는지는 수사기관이 더 조사해야 할 부분이다. 검찰 관계자는 “조씨 등 2명을 범인도피 혐의로 구속하고 조력자 2명은 불구속 상태로 수사하고 있다. 다른 범인도피 사범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③사라진 윤씨의 7억원?

윤씨 유족은 고인의 돈이 사라졌다는 의혹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씨는 숨지기 전 연봉 5400만원(2019년 초 기준)을 받았지만 “라면을 살 돈이 없다”며 지인에게 3000원을 빌릴 정도로 궁핍한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족에 따르면 윤씨는 수년 전 지인들에게 “3억원을 저축했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는 회사 대출과 퇴직금 중간 정산을 신청해 약 1억원을 받았고 제1·2 금융권 대출로 약 1억 2000만원을, 가족과 지인들에게 1억 4000만원을 빌린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윤씨한 사망한 시점엔 남아있는 돈은 없었다고 한다. 유족은 사라진 금액을 7억여원으로 추정한다. 검찰 조사결과 윤씨의 재산 대부분은 이씨와 그 가족, 지인 명의 계좌로 이전됐다. 유족은 윤씨 지인들의 증언과 윤씨의 생전 문자 내용을 토대로 이씨가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윤씨의 경제적 이익을 착취한 행위에 대해) 관련자들을 수사하고 있다”며 “해당 금액에 대한 몰수보전 청구 여부와 환수할 수 있을지엔 대해선 수사와 관련해 확인해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