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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이야기

남편 따라 집 팔고 해외 나갔다가, 후회한 아내 결국..

일산백송 2021. 10. 6. 09:27

남편 따라 집 팔고 해외 나갔다가, 후회한 아내 결국..

김하나 입력 2021. 10. 06. 07:58 수정 2021. 10. 06. 08:29 

 

2006년 펀드 투자하고 해외 근무 갔다가 자산 날려
이후 아내 주장으로 부동산으로 내 집 마련했지만..
남편은 '집값 거품'이라며 매도 원해
"내 집 한 채는 있는 상태에서 재테크 논의해야"

서울 아파트 전경. / 사진=뉴스1

 

재테크 수단으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고민되는 부분이다. 특히 주식이냐 부동산이냐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지난해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던 주식은 올해초까지도 강세였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면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에도 코스피 지수가 2% 가까이 급락하면서 3000선이 붕괴됐다.

외국인들이 팔아치우면서 주가는 6개월 전으로 후퇴하게 됐다.

그럼에도 주식은 시장만 열리면 매매가 쉽고, 소액으로도 가능한데다, 상대적으로 세금도 적다보니 재테크의 중요한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비해 부동산은 매매가 상대적으로 번거롭고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다보니 매매가 조심스럽게 이뤄진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집안 전체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위험이 있으며 거래세와 보유세가 높은 편이다.

재테크에서 주식과 부동산은 맞서는 일이 잦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vs 삼성전자'는 주식이 낫다는 사례에서 흔히 비교된다. 특히 부부 사이에 선호하는 재테크 수단이 다르다면 더욱 문제다. 적당히 배분을 하면 좋지만, 특수한 상황이 되면 이 또한 나눠서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가 운영하는 고준석TV는 6일 주식을 선호하는 남편과 부동산을 선호하는 아내 사이에서의 재테크 과정을 짚어주는 영상을 공개했다.

 

대기업 사내커플로 만나 맞벌이 부부된 남편 A씨와 아내 B씨. 남편은 사내에서도 잘 나가던 탓에 일찌감치 해외지사로 근무를 할 기회가 생겼다. 2006년 아내 B씨를 비롯해 자녀들을 데리고 해외에 나가면서 A씨는 집을 처분하게 된다.

관리가 어려운 데다가 돈을 집에 묶어두기 보다는 주식에 묻어두는 게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A씨는 집을 팔아서 마련한 5억~6억원가량의 자금을 해외펀드와 국내펀드에 골고루 분산(?) 투자했다.

은행 예금보다 수익률이 높을 것이라는 판단이 주효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펀드들은 반토막이 났고, 좀처럼 복구되지 않았다. 2009년 한국으로 돌아와 금융상품을 수습해보니 남은 돈은 1억5000만원이었다. A씨에게 해외근무의 화려한 이력이 추가됐지만, 자산을 반 이상 까먹은 계좌도 남게 됐다. 결국 부부는 전세를 구해 살면서 처음부터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가 주식을 선호하는 남편과 부동산에 투자를 원하는 아내와의 재테크 스토리를 설명하고 있다. / 자료=고준석TV

 

그로부터 5년후인 2014년 전세금에 5년동안 모은 돈 1억원 등을 합쳐 자금은 3억원가량이 있었다.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당시 6억원가량이던 서초동 서초우성 5차(408가구) 전용면적 59㎡를 매입했다.

맞벌이 부부인 A씨와 B씨 모두 신용대출로 1억원씩 추가로 받으면서 자금을 마련했다.

내 집 마련이 끝이 아니었다. 지지부진하던 집값이 2016년 다소 오르면서 남편은 집을 팔자고 주장했다. 당시 집값은 8억원 정도였다. 남편의 주장은 이랬다. A씨는 "2년 만에 2억원이 오르다니 집값의 거품이 심하다"며 "이러면 금방 집값이 꺼질 수 있으니, 집을 팔아서 대출금을 갚고 전세로 살면서 여유자금은 주식에 넣으면서 맘편하게 살자"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일리는 있었지만, 이로인해 주식투자를 하자는 남편과 부동산을 지키자는 아내와의 갈등이 본격화됐다.

아내 B씨는 "그래도 우리 가족이 살 집인데 시세가 떨어지면 어떠냐"며 아파트 매도를 반대했다. 남편은 완강한 아내에 집 팔기를 포기하게 됐다. 이러한 결정에는 '맞벌이 부부'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남편이 혼자버는 '외벌이'가 아니다보니 자산에 대한 의사결정도 함께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초동 서초우성 5차 전용 59㎡는 지난 8월 16억6500만원에 매매됐다. 나와있는 매물의 호가는 17억원에 달한다. 2호선과 신분당선이 교차하는 강남역 근처, 서초동 아파트는 재건축을 통해 새로운 부촌을 형성하고 있다. 전용면적 84㎡의 경우 30억원 안팎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매물들의 호가는 33억원을 넘었다. 호가대로 거래가 이뤄진다면 3.3㎡당 1억원을 돌파하게 된다.

지역 내에서 소형 아파트 비율이 적은 편이다. 때문에 20년이 넘은 서초우성 5차는 상대적으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단지 바로 옆인 래미안서초에스티지S는 소형이 아예 없고, 래미안서초에스티지의 경우에는 전용 59㎡가 30가구 밖에 되지 않다보니 최근 5년간 거래가 없었다. 올해 입주하기 시작한 서초그랑자이 전용 59㎡는 지난 7월 입주권이 20억원에 매매됐다. 

고준석 교수는 "집값이 오르면 오르는대로 떨어지면 떨어지는대로 부부간에 자금을 어떻게 굴릴지를 두고 갈등은 꾸준하게 발생한다"면서도 "가족들이 살 집 하나는 마련한 상태에서 다음 재테크를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초동은 대치동과 비교돼 교육환경 등이 단점으로 꼽히지만, 교통이 편리하고 직장인 수요들이 받쳐주기 때문에 집값이 빠지기는 어려운 입지"라며 "이러한 조건에도 현재 남편 A씨는 '너무 집값이 올랐다'며 매도를 주장하고 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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