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 만에 700명대.. 오늘 거리두기 강화
김성모 기자 입력 2021. 04. 09. 03:02 수정 2021. 04. 09. 07:07
정세균 "풍전등화 위기 상황"
순회 모임으로 감염이 전파된 A교회 관련 확진자가 8일 0시 기준 7명이 늘어 전국 13개 시·도에서 총 208명이 확진됐다. 서울 서초구 실내 체육시설 관련 확진자는 54명이 추가돼 누적 55명이다. 학교·학원 관련 집단감염 사례도 잇따랐다./뉴시스
코로나 새 확진자가 7일 하루 700명 나오며 ‘4차 대유행’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700명대 확진자 규모는 3차 대유행 정점을 겨우 벗어나던 즈음인 지난 1월 7일(869명) 이후 석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8일 오후 9시까지도 확진자가 606명을 기록, 이날 자정까지 집계하는 최종 확진자는 600명대 중·후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확산세를 막지 못하면 4차 유행이 현실화될 수 있는 ‘풍전등화’의 위기 상황”이라며 “정부가 먼저 각성하고 실효성 있는 방역 대책 마련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9일 발표해 내주부터 적용될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는 현행(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보다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전반적인 단계 상향보다는 유흥 시설 등 일부 시설에 집합금지 등 강력한 ‘핀셋 규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8일 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일부 업소·업종에서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아서 (확진자가) 대폭 나오는 경향이 있다”며 “이에 따라 집단 감염이 많이 발생한 곳에 특화해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혈전 생성 논란으로 접종이 중단된 가운데 8일 오후 대구 달서구 보건소 입구에 아스트라제네카 예방접종 잠정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시스
코로나 확진자는 자꾸 느는데, 국내 2분기 접종 대상자의 67%가 의존하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에 대한 정부 방침은 하루 만에 뒤집히며 혼란도 커지고 있다. 당국은 유·초·중등 보건교사 등 젊은 층이 대거 속한 대상자들 접종을 코앞에 둔 7일 저녁, “‘60세 미만'에 AZ백신 접종을 보류·연기한다”는 방침을 전격 발표했지만, 8일 권덕철 장관은 “(전문가 논의를 거쳐) AZ 백신 접종 재개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구체적인 재개 방침 등을 오는 11일 발표할 예정이다.
‘깜깜이 감염’ 28%로 급증… 술집·식당·직장 일상공간서 동시다발
국내 코로나 새 확진자가 8일(0시 기준) 700명을 기록하면서 ‘4차 대유행 현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도 8일 “4차 유행 진입”이라는 표현을 썼다. 2월 중순 이후 하루 확진자가 300~400명대로 지속됐지만 지난주부터는 5일 연속 500명대로 올라선 데 이어 7~8일엔 668명, 700명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최악으론 곧 하루 확진자가 2000명까지 급증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감염의 ‘저변’이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4차 대유행의 가장 큰 특징으로 ‘감염 저변 확대’를 꼽는다.
3차 대유행이 코호트 격리 조치가 이뤄진 20여 요양 병원, 상주 BTJ열방센터 같은 선교 모임 등 특정 시설을 중심으로 확산했다면, 최근의 확산세는 식당·주점·직장, 지인 모임 같은 일상생활 공간을 매개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 감염이 여러 곳에서 잇따라 발생하기 때문에 특정 장소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3차 유행 때보다 방역이 더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다.
8일 기준 부산에선 유흥 주점 35곳과 직업 소개소 6곳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233명 발생했고, 사하구 목욕탕과 헬스장 이용자 61명이 무더기로 감염됐다. 서울에선 서초구 체육관 이용자와 직원, 이들의 가족까지 55명이 집단감염됐다. 인천 연수구 어린이집에서도 교사와 어린이 36명이 확진받았고, 대전 동구에선 학원 1곳을 매개로 학생과 가족 등 72명이 줄줄이 감염됐다.
감염 저변의 확대는 방역 지표상으로도 뚜렷하다. 확진자 중 감염 경로가 일상의 ‘개인 간 접촉’인 비율은 지난달 7~13일 33.6%였지만 지난주에는 39.8%로 뛰었다. 반면 ‘집단감염’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경우는 같은 기간 36.5%에서 26%로 떨어졌다. 전국 확진자 중 비수도권 발생 비율은 지난해 말부터 줄곧 30% 수준에 머물렀으나, 지난주부터는 40%대까지 상승했다.
텅 빈 백신 접종센터 - 8일 광주 북구예방접종센터(전남대 북구국민체육센터)는 15일부터 시작하는 화이자 코로나 백신 접종 준비를 위해 좌석을 설치했다. 정부가 8일부터 예정했던 특수·교육 직군 종사자 대상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보류하면서 지역마다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잘못된 신호’ 보냈다
일일 확진자 수 급증은 이달 들어 본격화하고 있지만 대유행의 전조는 이미 한 달 전 나타났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 비율은 지난달 7~13일 21.8% 정도였으나 14~20일에는 25.8%로 증가했고 지난주에는 28.3%까지 치솟았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다는 것은 지역사회에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가 널리 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거리 두기 완화 조치가 방역 경각심을 느슨하게 만든 촉발제가 됐다”고 지적한다. 코로나 장기화로 국민들의 방역 피로감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거리 두기 조치를 오히려 완화하자 ‘외출해도 문제없다’는 식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8일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로 거리 두기 단계를 상향한 뒤, 올 2월 13일 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로 하향 조정했다. 이후 확진자가 400명대 이상으로 올라섰지만 정부는 비수도권 유흥 주점의 영업시간을 밤 10시 이후로 풀어주고,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의 예외를 확대하는 등 점차 방역 조치를 완화했다. 김우주 고려대 교수는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져야 하는 상황임에도 당국이 스스로 세운 거리 두기 조정 지침을 깨고 방역 강도를 풀어준 것은 문제”라고 했다. 대유행 전조가 커지자 부산과 대전은 최근 자체적으로 지역 내 거리 두기 조치를 1.5단계에서 2단계로 상향했다. 정부에서 전국적 방역 조치가 나오지 않자 지자체가 먼저 움직인 것이다.
정부는 다음 주부터 적용될 새 거리 두기 조치를 9일 발표한다. 하지만 이도 안일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교수는 “이번 주 평일이 4차 대유행으로 가는 것을 막는 ‘골든 타임’이었다. 다음 주부터 거리 두기를 강화하더라도 이미 늦은 것”이라며 “상황이 급하게 돌아가면 언제든 새로운 대책을 내놔야 하는데 ‘2주 간격 방역 조정’이라는, 정부가 스스로 만든 원칙에 갇혀버린 느낌”이라고 말했다.
◇”자가 진단 키트 도입” 논란
확산세가 커지면서 일부 전문가 사이에선 ‘자가 진단 꾸러미(키트)를 활용해 확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의 표준 검사법은 유전자 증폭(PCR) 검사다. 의료 기관·선별검사소에서 의료인이 검체를 채취해 유전자를 검출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높다. 결과가 나오는 데 6시간 정도 걸린다. 반면 자가 진단 꾸러미는 개인 스스로 검체를 채취해 단백질 등 코로나 구성 성분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30분 정도면 결과가 나오지만 PCR 검사보다 정확성이 떨어진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최근 확진자 중 20%는 무증상자인데, 이들은 스스로 진료소를 찾지 않는다”며 “개인의 코로나 검사 접근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자가 진단 키트를 국내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정확성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시기상조”라고 했다. 코로나 양성인데도 음성으로 잘못 판정해 오히려 감염을 확산시킬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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