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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대피소서 성폭행" 동일본대지진 대피소의 추악한 민낯

일산백송 2021. 3. 12. 15:06

"밤마다 대피소서 성폭행" 동일본대지진 대피소의 추악한 민낯

조선비즈 김우영 기자 입력 2021.03.12 12:30

10년 전 동일본대지진 당시 난민대피소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 여성들의 증언이 제기됐다.

지난 11일 일본 NHK는 동일본대지진 10주기를 맞아 ‘묻힌 목소리들(Buried voices)’이란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지진 피해가 가장 심했던 후쿠시마, 이와테미야기 등 3개 현에 거주했던 여성들의 성폭행 피해를 다뤘다.

일러스트=정다운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쯤 일본 산리쿠 연안 태평양 앞바다에서 규모 9.0의 거대 지진이 발생했다.

한순간에 난민이 된 피해 지역 주민들은 대피소로 피신했다.

그러나 대피소에는 칸막이도 없었고, 거대한 강당에 담요를 깔아둔 것이 전부였다.

문제는 대피소에선 난민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이 상습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이다.

NHK에 따르면 지진으로 남편을 잃었다는 한 여성은 대피소장으로부터 성행위를 강요받았다고 했다.

그는 "대피소장이 수건이나 음식을 줄 테니 밤에 자신에게 오라며 노골적으로 성관계를 강요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20대였던 한 여성은 "대피소에 있는 남자들이 밤이 되면 남자가 여자가 누워있는 담요 속으로 들어오기도 하고,

여자를 잡아 어두운 곳으로 데려가 옷을 벗기기도 했다"고 전한다.

그런데도 주위 사람들은 도와주기는커녕 ‘젊으니까 어쩔 수 없다’며 보고도 못 본 척했다고 한다.

또 다른 여성은 여러 남자들에게 피해를 봤다면서 "이런 사실을 주변에 알렸다가 살해당할까 두려웠다.

살해당해도 바다에 버려져 쓰나미 탓을 할까 싶어 주변에 알릴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대피소에선 끔찍한 범죄가 수도 없이 발생했다는 게 대피소에 있던 여성들의 설명이다.

실제 일본 전용 상담 라인 ‘동행 핫라인’이 지난해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2018년 사이 접수된 36만여 건의 상담 내용을 분석한 결과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인 3개 현에서 접수된 상담의 50% 이상은  성폭력 피해 관련 내용이었다.

특히 피해자의 40% 정도가 10대와 20대인 젊은 여성이었다고 한다.

엔도 토모코 사무총장은 "재난이 일어날 때마다 그 뉴스와 정보를 보고 피해 경험이 떠올라

불안과 공포에서 시달리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여성이 많다"며

"앞으로 여성들과 아이들이 지진 재해 약자가 되지 않도록 사회 전체가 폭력 근절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