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닭갈비 포장' 알리바이, 왜 깨졌나

김경수 '닭갈비 포장' 알리바이, 왜 깨졌나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20.11.09 11:35

[theL] 김경수 '포장 닭갈비 같이 먹었다' 경공모 일당 '김경수가 늦어 우리끼리 먼저 식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사진=공동취재단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드루킹 김동원씨의 댓글조작 공작을 조종한 혐의를 부인하면서 증거로

'닭갈비 포장' 알리바이를 제시했다.

닭갈비로 저녁식사를 한 시간을 생각하면 드루킹의 '킹크랩 시연회' 참관 주장은 모순이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김 지사의 알리바이는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킹크랩 시연회가 있었던 2016년 11월9일의 행적에 대해서는 드루킹 조직원들의 진술이 더 믿을 만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함상훈 김민기 하태한)는 지난 6일 김 지사의 댓글조작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김 지사가 제시한 닭갈비 포장 알리바이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 과정에서 김 지사 측은 2016년 11월9일 김씨 조직원들과 저녁식사를 한 뒤

김씨가 이끄는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과 회의를 하고 자리를 떴다면서

킹크랩 시연회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의 행적에 대해 김 지사 측은 저녁 6시50분에 김씨 조직원들의 사무실에 도착해 저녁 7시40분까지 저녁식사를 하고 밤 9시까지 경공모 회원들과 전략회의를 했다고 했다.

그 이후 15분 정도 드루킹 김씨와 따로 자리를 가진 뒤 밤 9시15분에 사무실을 나왔다고 했다.

특검은 댓글조작 매크로프로그램 킹크랩의 프로토타입 구동 기록이 11월9일 저녁 8시7분~23분에 남아있다면서

이 시간대에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참관했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 주장대로라면 특검이 주장하는 시간 대에 김 지사는 경공모 회원들과 전략회의 중이었으므로,

드루킹 김씨, 둘리 우모씨가 킹크랩 구동을 시연하고 김 지사가 참관했다는 특검 측 주장에 모순이 생긴다.

이에 따라 법정에서 김 지사의 당일 행적이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고, 사무실 도착 후 첫 일정이 저녁식사였는지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김 지사 측은 사무실에서 김씨 일당이 포장해온 닭갈비를 먹었다면서 인근 닭갈비집 주인을 증인으로 소환해 신문했다. 김씨 조직원들 이날 저녁 5시50분쯤 이 닭갈비집에서 닭갈비 15인분을 포장 결제했다.

닭갈비집 주인은 이날 김씨 조직원들이 닭갈비를 포장해간 것이 맞다고 진술했고, 김 지사 측은 이 진술로 알리바이가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씨 조직원들은 수사 초반 김 지사 없이 닭갈비로 저녁식사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김 지사가 예정보다 20분이나 늦게 도착해 자기들끼리 먼저 먹었다는 것이다. 김 지사 측에서는 김씨 조직원들 주장대로라면 그날 김 지사가 저녁을 걸렀다는 말이 되는데, 김 지사 같은 손님을 모셔놓고 저녁식사를 대접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후 법정에서 김씨 일당이 닭갈비를 포장해갔다는 사실이 김 지사가 이 닭갈비를 먹었다는 사실과 곧바로 연결되는지 등을 놓고 토론이 벌어졌다. 김 지사 측은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인정하면서도 알리바이는 사실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면서도 김 지사는 저녁식사 메뉴에 대해 정확히 진술하지 못했다. 김 지사는 특검 조사에서 김씨 조지원들의 사무실을 방문해 한 번 식사를 한 기억이 있는데 11월9일이었던 것 같고, 메뉴는 고기구이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김씨측이 결제한 카드 영수증을 보면 고기를 구워먹은 것은 11월9일이 아니라 9월28일이었다.

진술에 오류가 드러나자 김 지사는 법정에서 "고기를 구워먹은 것은 분명히 기억이 난다. 고기를 구워먹은 것이 기억나서 식사는 한 번 했을 것 같다고 설명을 했는데 지금도 한 번인지 두 번인지 기억이 명확하지 않다"고 진술했다.

기억이 정확하지 않음에도 11월9일 저녁을 먹었다고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김 지사는 "항소심 준비 과정에서 1심에서 나온 자료들을 다시 살펴보면서 2차 방문 때(11월9일)도 식사를 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김 지사는 메뉴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판결에서 재판부는 "김씨 일당의 진술 당시 김 지사의 식사 여부가 쟁점이 되지는 않았고 특검이 주장하는 (킹크랩) 시연 로그도 확인되기 전에 이뤄진 것으로 김 지사의 식사 여부에 대해 허위로 진술했을 가능성이 낮다"면서 김 지사와 저녁식사를 같이 하지 않았다는 김씨 측 진술이 더 믿을 만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김 지사가 11월9일 킹크랩 시연을 참관했고, 김씨의 댓글조작 활동을 허락한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김 지사가 뉴스기사 URL을 보내면 김씨가 이 기사에 'AAAA' 등급을 매겨 일당에게 조작활동을 지시하고, 김 지사에게 따로 보고서를 올려 킹크랩 개발상황을 알렸다는 점도 근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