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살아있는 권력 눈치 안보고 수사해야 진짜 검찰개혁"
정유진 입력 2020.11.04. 00:10 수정 2020.11.04. 06:30
신임 부장검사들 앞 강연서 강조
"여러분들이 그런 검찰 만들어 달라"
추미애 "검찰총장이 정치중립 훼손"
윤석열 직접 비난하며 사퇴 압박
"검사들 개혁의 길 동참할 것 기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또다시 서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추 장관이 검찰개혁을 강조하면서 “검찰총장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했다”고 선제공격하자
윤 총장은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할 수 있는 게 진짜 검찰개혁”이라고 맞받아쳤다.
추 장관은 ‘커밍아웃한 검사들의 사표를 받으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서명 인원이 40만 명을 넘어서자
이날 오후 3시쯤 입장문을 냈다.
그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어느 기관보다 엄중하게 요구된다”며
“그 정점에 있는 검찰총장의 언행과 행보가 오히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국민적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매우 중차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담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도 했다.
윤 총장을 직접 거명하면서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이다.
추미애, 국민청원 빌미로 총장 공격
하지만 추 장관은 일선 검사들의 집단반발에 대해서는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피해갔다.
그는 입장문에 “모든 검사들이 법률가로서 긍지를 갖고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검사들과 소통하며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검사들의 다양한 의견에도 귀 기울이고 있다”
“검사들도 개혁의 길에 함께 동참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커밍아웃’ 논란은 수사지휘권 발동과 윤 총장에 대한 감찰 지시 등에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가 반발하면서
글을 올리자 추 장관이 이를 ‘반(反)검찰개혁 커밍아웃’이라고 규정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가 “나도 커밍아웃하겠다”고 반발하고 300여 명의 검사가
댓글로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디지털 검란(檢亂)으로 확대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자 여권 지지자들이 이들의 사표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면서 추 장관 지원에 나섰다. 해당 청원에는 3일 현재 39만여 명이 동의했다.
추 장관의 이날 답변은 청원 마감 기한(11월 29일)이 도래하기 전에 나온 것이다.
국민적 관심이 지대하고, 검찰 내부 논쟁도 치열해 장관의 입장 표명이 필요했다는 게 법무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국민 청원을 고리로 사실상 윤 총장에게 검찰 혼란의 책임을 떠넘기고
사퇴 압박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예고돼 있던 윤 총장의 법무연수원 강연 직전에 입장문을 낸 데 대해서도 “공교롭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윤 총장을 겨냥한 칼 중 하나인 라임자산운용 사건과 관련해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가
이날 라임 펀드 판매사들을 검사·감독하는 금융감독원 금융투자검사국을 압수수색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이 입장문을 발표한 지 2시간쯤 뒤인 오후 5시쯤 반격에 나섰다.
그것도 추 장관이 소명으로 내세우고 있는 검찰개혁은 진정한 검찰개혁이 아니라는 취지로 정면 비판하면서다.
윤 총장은 충북 진천군 법무연수원에서 열린 신임 부장검사(30명) 대상 리더십 교육에서
“그동안 검찰개혁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많지 않았다.
검찰을 공정하고 평등한 법 집행기관으로 만드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검찰 제도는 프랑스혁명 이후에 수립된 공화국의 검찰에서 시작됐다”며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공화국 정신에서 탄생한 것인 만큼 국민의 검찰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검찰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해 권력의 비리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을 하고,
그것을 통해 약자인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민이 원하는 진짜 검찰개혁은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를 눈치보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하는 검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검찰이 되는 것”이라며
“새로 부장이 된 여러분이 이런 검찰을 만드는 데 앞장서 달라. 나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진천서 한동훈 검사장 만나
윤석열 검찰총장(왼쪽)이 신임 부장검사를 대상으로 강연 하기 위해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에 도착해 강연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은 배성범 법무연수원장. [뉴시스]
윤 총장의 발언은 검찰을 대형 수사 기관에서 수사 지휘 및 공소유지 중심의 조직으로 탈바꿈시킨다는
추 장관의 검찰개혁 방향을 정면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추 장관은 이날 입장문에서도 “직접수사 위주의 수사기관이 아니라 진정한 인권 옹호 기관으로 거듭나는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 고위 간부는 “윤 총장이 ‘내가 생각하는 검찰개혁은 사회적 강자의 범죄를 엄벌하는 것’이라고 명확히 밝힌 뒤
‘도대체 추 장관이 생각하는 검찰개혁은 무엇이냐’고 따져물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강의 전 최측근으로 불리는 한동훈(법무연수원 연구위원) 검사장과도 짧게 만났다.
추 장관은 지난 6월 채널A 사건을 이유로 부산고검 차장이던 한 검사장을 직무배제하면서
경기도 용인시 법무연수원 분원에서 근무하도록 했다가 지난달 14일 다시 진천 본원 근무명령을 내렸다.
정문 앞에서 100여m 떨어진 진입도로에는 ‘윤석열 총장님은 우리의 영웅입니다’ ‘한동훈 검사님 힘내십시오’ 등의
글귀가 적힌 화환 3개가 놓여 있었다.
현장에 나온 일부 지지자는 윤 총장이 탑승한 승용차가 지나가자 “윤석열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정유진·김수민 기자, 진천=최종권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Copyrightⓒ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말이 아닌 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동훈 "秋, 권력비리 수사 보복위해 자유민주주의 원칙 방기" (0) | 2020.11.14 |
---|---|
민경욱 "트럼프, 부정선거 이제야 이상하다고 느낄 것" (0) | 2020.11.05 |
[최강시사] 이혜훈 "현직 검찰총장이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현상, 원인제공은 문 정권" (0) | 2020.11.03 |
"진실은 못 가둘것" 재수감된 MB, 구치소 첫 식사는 꽁치조림 (0) | 2020.11.02 |
류호정, 이건희 조문 안 간 이유 "노조 탄압 고려" (0) | 2020.10.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