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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야기

두자릿수 보복 한다면서..한국 드라마·달고나에 몸 달은 일본

일산백송 2020. 6. 11. 07:43

 

두자릿수 보복 한다면서..한국 드라마·달고나에 몸 달은 일본

김주동 기자 입력 2020.06.11. 05:39 수정 2020.06.11. 07:27 

 

 

[日산지석]

 

[편집자주] 고령화 등 문제를 앞서 겪고 있는 일본 사회의 모습을 '타산지석' 삼기 위해 시작한 연재물입니다.

 

 

지난달 말 일본 넷플릭스 화면. 당일 종합순위에서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클라쓰'가 1, 3위에 올라 있다. /사진=트위터

한·일 관계가 좋지 않다는 건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도 느끼고 있습니다. 얼마전(8일) 요미우리신문이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일본인 응답자 84%가 '한일관계가 나쁘다'고 했으며, 수치는 1995년 조사 이후 세 번째로 높았습니다.

특히 한국 법원이 최근 압류된 일본 기업의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하는 절차를 본격화하면서 일본 정부는 수입 관세 인상 등 '두 자릿수'에 달하는 보복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와 달리 일본에선 젊은층을 중심으로는 한국 문화가 인기를 끄는데요. 일본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한드)가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고, '달고나커피' 만들기가 유행합니다. 현지 언론은 한국드라마가 왜 인기인지 분석하고 있습니다.

 

'달고나커피' 새 소비 문화로 꼽혀

지난달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계열 매체 '닛케이X트렌드'는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젊은층 소비 문화 현상을 소개했습니다. 그 중에는 '집카페'(집에서 카페 분위기를 내는 것)가 있는데, 집카페 인기 품목으로는 '달고나커피'가 첫 번째로 꼽혔습니다.

 

'설탕+인스턴트커피+물'을 동일 비율로 넣고 400번을 저어 거품처럼 만든 뒤 우유에 얹어 만든다는 달고나커피는 코로나19 여파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국내에서도 유행했습니다.

트와이스, BTS 등 일본에서도 인기 있는 한국 아이돌이 이를 만들어 SNS에 올리자 일본 젊은층도 동참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는 해시태그 '#ダルゴナコーヒー'(달고나커피)를 붙인 게시물이 15만개가량 됩니다.

맛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재미, 스트레스 해소, 팔뚝 다이어트 등 여러 이유로 젊은층이 유행에 따라갑니다. 한 여대생은 "라인 메신저 단체방에서 친구가 달고나커피를 만든다고 한 뒤로 퍼졌다"고 마이니치신문에 말했습니다.

 

 

'달고나커피'를 직접 만들어 사진을 올린 한 일본인 트위터

 

"일본에선 볼 수 없는 모습"… 넷플릭스 휩쓰는 '한드'

지난 4일 일본 넷플릭스에서는 최근 국내에서 종영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공개됐습니다. 일주일도 안 됐지만 이미 "몰아서 봤다"는 글들이 올라옵니다. 이뿐 아니라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더킹', '동백꽃 필 무렵' 등 한국드라마(한드)들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폭발적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미 K팝, K뷰티(화장품), K푸드가 인기였는데 드라마까지 더해진 겁니다. 현지 매체들은 일본인들이 왜 한드를 보는지 그 이유를 진지하게 찾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계기를 만들었지만 그것만으론 설명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작가 기타하라 미노리(여성)는 8일 아사히신문 자매지인 아에라(AERA)에 '사랑의 불시착'의 인기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습니다. '사랑의 불시착'은 지난 2월 23일 넷플릭스에 전편 공개된 뒤 최근에도 일일 종합순위 1위에 오르는 등 한드 중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기타하라는 "남성이 요리하는 모습을 일본에선 볼 수 없다"며 남녀가 대등하게 나오는 모습이 멋있고, 여성끼리의 우정이 다뤄진 점이 신선했다고 평가합니다. 또 북한이 배경인 점도 관심의 이유로 꼽았습니다.

아사히신문은 다른 기사에서 새로운 가치관, 사회성을 지목했습니다. 입소문을 듣고 '사랑의 불시착'을 봤다는 20대 일본인 남성은 "한국 아이돌은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잘 낸다. 드라마도 전반적으로 가치관이 선진적('업데이트됐다'고 표현)"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드라마를 좋아하는 한 일본인 팬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한드' 관련 게시물들.

 

'아날로그 사회' 일본, 방송 콘텐츠는…

한국에 관한 책을 펴기도 했던 마이니치신문 논설위원 사와다 가츠미는 최근 IT미디어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좀 더 깊이 있는 지적을 합니다.

 

사와다 위원은 지금의 일본 젊은이들은 "2010년 이후의 한국을 본다"면서 이들에게 한국은 "화려하고 생기가 넘치는 이미지"라고 분석합니다.

이와 달리 일본이 만드는 콘텐츠는 약하다고 꼬집습니다. 미국, 유럽에서처럼 한국은 최근 수년간 지상파TV의 위세가 줄어들고 콘텐츠가 다양해졌는데 변화가 더딘 일본은 여전히 지상파TV를 중심으로 콘텐츠가 만들어지면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 아베마(ABEMA) 등 새로운 영상서비스가 일본에서도 인기 끌면서 일본인들이 한국 영화, 드라마를 접할 수 있는 통로는 넓어졌습니다.

한드를 직접 본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트위터에서 한 일본인은 "이태원 클라쓰,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최고를 넘어서 눈물까지 난다. 오랜만에 젊어진 느낌이다"라고 적었습니다. '동백꽃 필 무렵'을 추천받아 봤다는 일본인은 "한국드라마는 각본도 연기도 훌륭하다"고 했습니다. 재미(작품성을 포함한)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김주동 기자 news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