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자금 1억원 모으기
저금리 별곡 / 시집·장가 가기 프로젝트
머니위크 | 정채희 기자 | 입력 2014.09.12 05:04
#1. "넌 결혼 안하니?" 또 시작됐다. 추석명절 친척들의 '잔소리 폭탄'.
집었던 송편을 슬그머니 내려놓은 노은례씨(27·여)가 방으로 들어가 적금통장을 꺼내든다.
"최소 5000만원은 있어야 한다는데…. 결혼은 아무나 하나." 돈 나올 곳 없나 신문을 뒤적이니 아뿔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 현재 2%대 금리가 더 내려갈 전망이란다. "결혼자금, 어디서 어떻게 모으지?"
#2. 김이한씨(33·남)는 추석명절이 두렵다.
결혼을 원하는 애인의 입에서 부모님을 뵙자는 얘기가 나올까봐서다.
"결혼하려면 남자는 최소 1억원이 필요하다는데 요즘 같은 저금리시대에 군제대하고 취업해서
어느 세월에 1억원을 모으겠어요. 결혼은 하고 싶은데 부모님께 손 벌리기는 싫고…. 진퇴양난이에요."
88만원 세대가 운다.
간신히 취업문을 뚫었더니 이젠 결혼문에 가로막혔다. '짝'없는 설움보다 '돈'없는 설움이 더 크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지난해 1월 최근 2년 이내 결혼한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결혼준비에 필요한 평균 비용은 6698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웨딩패키지, 예식장 등 예식비용과 예물, 예단, 혼수용품 등 예식 외 비용을 합친 것으로
주택마련 비용은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다. 주택마련 비용을 포함하면 총 결혼비용은 2억원대로 늘어난다.
사회통념상 남성이 집을, 여성이 혼수를 준비하는 것을 감안하면
신랑이 1억5598만원, 신부는 9398만원을 결혼자금으로 사용했다고 듀오는 밝혔다.
◆결혼자금, 男 1억5598만원·女 9398만원
한마디로 '억소리'나는 비용에 이 땅의 미혼남녀들은 짝 구하는 것보다 돈 나올 곳 찾기에 혈안이 됐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통곡의 결혼문이 더욱 단단해졌다.
최근 기준금리 인하로 향후 시중은행에서 출시되는 예금상품의 금리가 1%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적금상품 역시 2% 중반에서 2%대 초반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예·적금으로 돈을 모았던 이들이라면 계산기를 다시 두드려야 할 시점이 다가온 것이다.
양현우 리더스리치 자산관리팀장은 "상담고객의 95% 이상이 예·적금과 CMA로 재테크를 하고 있다"며
"2% 초중반대의 예·적금 이자로는 3~4%의 물가상승률을 이길 수 없다.
이자소득세 등을 제하면 실제 이자는 1.2% 정도로
사실상 돈을 '굴리는' 게 아닌 '묶어두는' 정도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결혼자금으로 1억5598만원을 모아야 하는 남성 3명 중 A씨는 매달 100만원을 금고에,
B씨는 금리 2%의 적금에 불입했다. C씨는 연 예상수익률 기준 10%의 펀드에 투자했다.
자금의 시작은 같았지만 세 사람의 결혼시기는 현격하게 달라진다.
그저 묶어두기만 한 A씨는 13년이 걸린 반면 은행에 넣어둔 B씨는 11.9년, 펀드에 투자한 C씨는 8.6년 안에 혼자 힘으로 결혼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에셋플러스의 송대영 자산운용리테일 차장은
"결혼자금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은 첫번째 재테크 관문으로 예·적금과 펀드 사이에서 갈등한다"며
"내가 어떤 자산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결혼을 일찍 할 수도, 늦게 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저금리시대, 어떻게 하면 남들보다 더 빠른 시간에 결혼자금을 모을 수 있을까.
◆男-女 재태크, 변수는 주택청약과 기간
이를 위한 재테크 방법은 다양하다.
개인의 연봉과 라이프스타일, 투자성향 등에 따라 재테크 방법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먼저 남녀별로 목표 결혼자금 수준이 다르다면 재테크도 달라야 한다.
(1) 월급여 300만원 기준
우정옥 미래에셋증권 센터원영업부 과장은 세후 월급여 300만원을 받는 미혼남녀를 기준으로
'결혼자금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남녀 공통으로 단기 목돈마련을 위해 1년 만기 정기적금에 급여의 20%를 불입한다.
저금리에 대한 대비책으로 적립식펀드에서 수익성을 찾는다.
급여의 30%를 넣지만 변동성이 있는 펀드의 특성상 투자기간은 2~3년으로 잡는다.
적금과 펀드로 목돈을 만들었다면 이제 투자로 돈을 굴릴 때다.
우 과장은 투자상품으로 중위험·중수익군인 주가연계파생결합증권(ELS)과 글로벌인컴펀드, 글로벌멀티에셋펀드를 추천했다. 이와 함께 주택마련 자금이 필요한 남성을 위해서는 주택청약종합저축(10%)을 추가했다.
2년 이상 장기가입할 경우 시중금리보다 높은 연 4.5%금리를 지급해 수익률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여성의 경우 주택청약종합저축보다는 안정성과 복리효과를 볼 수 있어 수익성이 좋은 복리형 저축보험(10%)을 구성했다. 단 생활자금으로 활용하는 단기자금은 하루만 넣어도 이자가 지급되는 CMA를,
생애 전반에 걸쳐 진행돼야 하는 노후대비를 위해서는 연금저축(연금저축펀드, 10%)을
포트폴리오에 넣어야 한다.
(2) 월급여 200만원 기준
김혜선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PB센터 팀장은 월급여 200만원을 기준으로 할 때
급여의 60~70%를 투자해야만 1억원대 결혼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팀장은 "저금리상황에서 정기예금, 일반적금으로는 목돈을 만들기 어렵다"며
목표금액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2%대 초중반의 예·적금보다는 연 7%를 목표로 하는 투자상품에
5년간 매월 140만원씩 넣는 것을 추천했다.
5년 후 세후 지급액은 약 9660만원으로 여성의 경우 5년 안에 목표한 결혼자금 달성이 가능하다.
남성은 앞서 짠 여성의 포트폴리오로 5년간 운용한 뒤 9000만원대의 목돈을 마련,
이를 지수형 ELS상품에 2년간 예치한다.
현 수준에서 7% 운용이 가능해 세후이자는 약 1140만원, 총 1억800만원이 모아진다.
또한 5년간 연봉인상을 가정했을 때 매월 140만원을 200만원으로 늘려 적금불입이 가능하다.
ELS에 예치하는 2년 동안 만기 2년 적금에 따로 가입해 세후 5906만원을 얻을 수 있다.
이를 2년간 거치한 상품과 합산하면 약 1억5800만원으로, 월 200만원을 받는 남성이 총 7년간 주택마련 등을
포함한 결혼비용을 모을 수 있다는 포트폴리오다.
김 팀장은 투자상품으로 재형저축이나 소득공제 장기펀드, 해외주식형 펀드 중 선진국 위주의 배당인컴과
하이일드채권 등을 추천했다.
◆부자 간 매칭펀드 활용… "전체 숲을 봐라"
보다 현실적인 조언도 있다.
"부모한테 손 벌리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하소연하는 이들에게
신수연 유안타증권(구 동양증권) PB는 '매칭펀드'를 이용하라고 조언한다.
매칭펀드란 공동으로 출자하는 자금을 국내외 증권시장에 분산투자하는 것으로
자녀가 결혼을 위해 준비하는 저축액만큼 부모도 함께 불입해 저축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신 PB는 "부모로서는 자녀의 자립성을 키움과 동시에 자신들의 노후자금에 타격을 받지 않고
자녀를 지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100세시대를 살아야 하는 20~30대에게 재테크의 주목적이 '결혼자금'이 돼서는 안된다고 복수의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양현우 팀장은 "한곳에 '몰빵'하면 전체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격"이라며 "결혼비용은 단기적인 자금인 만큼 수입의 10%가량은 연금저축 등으로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추석합본호(제347호·제34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정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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