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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명’ 이유로 윤석열 징계 가능한가?

일산백송 2020. 1. 10. 22:28

세계일보

항명’ 이유로 윤석열 징계 가능한가?

기사입력 2020-01-10 19:35:08

기사수정 2020-01-10 21:19:23

 

징계 법령 파악해보라는 秋… 檢 내부선 “보여주기식 경고” / 징계 위해선 감찰관실 감찰 선행돼야 / 법조계, 尹 내보내기 위한 의도 분석 / 인사의견 미제출 징계사유 의견 분분 / 징계 현실화 땐 적절성 논란 불가피

 

직제에 없는 수사팀을 꾸릴 때 장관 승인을 받으라고 대검에 지시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0일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과천=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법무부 간부에게 징계 관련 법령을 파악해보라고 지시한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추 장관은 물론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이번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놓고 추 장관과 맞선 윤석열 검찰총장이 ‘항명했다’고 규정하는 상황이다. 그런 만큼 ‘항명’을 이유로 윤 총장 징계에 착수해 퇴진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추 장관 카톡 메시지 징계대상 누구

 

추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정책보좌관에게 ‘지휘 감독 권한의 적절한 행사를 위해 징계 관련 법령을 찾아놓으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이를 두고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인사 의견 청취 요청 거부 행위를 징계하기 위한 검토를 지시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날 “추 장관의 징계 검토 지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4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정책보좌관에게 징계 법령 파악을 지시하고 있다. 뉴스1

법조계에서는 추 장관의 이러한 지시는 징계를 근거로 임기가 다음 해 7월 끝나는 윤 총장을 내보내기 위한 의도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검찰청법은 검찰총장의 임기를 2년으로 보장하고 있어 총장은 스스로 사퇴를 하거나 징계를 받지 않는 한 해임이 불가능하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징계하기 위해선 법무부 내 감찰관실을 통해 총장에 대한 감찰 지시가 선행돼야 한다. 현행법상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는 법무부 장관이 청구하도록 규정돼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취임 후 법무부의 감찰권 행사 강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윤석열 징계설’은 법무부의 ‘1·8 인사’ 후 당·정·청이 윤 총장을 압박하는 와중에 나왔다. 추 장관이 전날 “(윤 총장이) 제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말한 뒤 이낙연 국무총리가 추 장관에게 “필요한 대응을 검토하고 실행하라”고 지시했고 해당 내용이 공개된 지 3시간30분여 만에 추 장관이 징계 관련 법령 파악을 직접 지시한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인사 의견 미제출 징계사유 논란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의견 제출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가 징계사유가 될 수 있는지는 논란거리다.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검사에 대한 징계는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게을리했을 때,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 등을 한 경우에 가능하다. 한 검찰 간부는 윤 총장 징계 논란에 대해 “대놓고 수사하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총장이 끝까지 버티며 수사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니 수족을 다 쳐낸 분풀이 인사로도 부족해 징계사유에 해당하지도 않는 것을 들고나와 압박하고 결국 내보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현직 검사는 “검찰 수사 대상에 놓인 청와대 인사들의 범죄 혐의는 번번이 감싸는 모습을 보여놓고 총장 징계 운운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내부적으로 법무부가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절차를 실제로 밟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검찰 간부는 “징계거리가 안 된다는 걸 법무부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추 장관의 문자 노출은 징계는 하고 싶지만 실제로 그럴 수는 없으니 보여주기식으로 윤 총장을 향해 경고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을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며 입술을 꼭 다물며 걸어가고 있다. 뉴시스

만약 윤 총장에 대한 징계가 현실화하는 경우 적절성 논란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정기인사를 앞당기고 통상 1년은 있어야 하는 자리인데 6개월도 안 된 시점에서 보직 전보 인사를 내면서 (서초동 대검청사에서 과천 법무부까지) 1시간 걸리는 곳에서 열리는 회의를 1시간 전에 참석하라고 통보해놓고 안 왔다고 ‘항명’이라고 트집 잡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총장이 사퇴하도록 압박하려면 뭔가 꼬투리 잡을 게 필요하고 그래서 ‘항명’이라고들 단체로 트집 잡고 나선 것”이라며 “당·정·청의 어벤저스들이 모두 나선 것을 보니 돌아가는 상황이 급박하긴 한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여권의 ‘내로남불’이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조 전 장관은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던 윤 총장이 항명 시비에 휘말려 수사팀에서 배제되자 “상관의 불법 부당행위를 따르지 않는 것은 ‘항명’이 아니라 ‘의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윤 총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권력에 당당하기 위해서는 검찰도 부정하게 개입하는 권력에 대해서는 당당히 맞서야 한다. 동의하십니까”라고 물었고 윤 총장은 “예”라고 답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