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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사고 때 출동 필요없어요, 일본도 반한 아이디어

일산백송 2019. 12. 19. 13:51

머니코드

차 사고 때 출동 필요없어요, 일본도 반한 아이디어

60,260 읽음2019.12.19

 

콜센터와 영상으로 상담하는 시스템

수화 상담, 고장 신고, 사고 신고 등에 활용

금융사 등에 납품 성공

 

스타트업은 젊은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40대 이상 창업자들이 성공률은 더 높다. 영상 공유 프로그램을 서비스하는 ‘페르미’의 조남홍 대표를 만났다.

 

◇앱 깔 필요없이 영상 상담

 

페르미는 실시간 영상 공유 프로그램을 서비스한다. 소비자 상담에 주로 쓰이는데, 언뜻 영상통화와 비슷하다. 상담원과 내가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대화하는 것이다. 반드시 필요한 분야가 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은행 수화 상담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다양한 단말기에서 서비스가 가능하다.

 

출처서비스를 설명하는 페르미 조남홍 대표 / 페르미 제공

영상통신 시스템은 어플리케이션 기반이 대부분이다. 앱을 깔아야 상대 얼굴을 보며 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페르미의 시스템은 앱을 깔 필요 없다. 예를 들어 BC카드 고객이 수화 상담을 하고 싶으면 BC카드 홈페이지에 들어가 수화 상담 버튼을 누르면 된다.

 

전화로 상담하다가 영상 확인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상담원이 영상 상담 URL을 고객에게 문자로 보낸다. 고객이 URL을 클릭하면 영상상담 화면으로 연결되고 바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상담을 위해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라고 안내하면 많은 분들이 귀찮아 하거나 어려워 하십니다. 그런 설치를 하지 않아도 되는, 웹 기반 기술이 저희 핵심 경쟁력입니다.”

 

수화 상담 외에 AS, 고객지원, 비대면계약 등에도 활용된다. 예를들어 IPTV 회사로 가장 많이 오는 고객 문의가 리모콘 조작 관련이다. 상담원이 본인 화면을 통해 고객이 갖고 있는 것과 같은 리모콘을 보여주면서 '어떤 어떤 버튼을 눌러라' 안내하면 소비자를 빠르게 이해시킬 수 있다. 소비자가 상담원의 화면을 통해 리모콘 조작법을 보고 익히는 것이다. 말로 설명하는 것과 비교해 상담 효율을 크게 올릴 수 있다.

 

고장신고일 경우 고객이 화면을 통해 고장 부위를 수리기사에게 보여주면서 문의할수 있다. 문제를 빨리 파악해서 바로 조치할 수 있다. “AS를 나가보면 아주 간단한 조작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상 상담으로 처리하면, 사소한 일에 굳이 출동하지 않아도 됩니다. 수리기사 출동 횟수를 크게 줄일 수 있는 거죠.” 보험 사고 접수 때도 유용하다. 직원 출동 없이 영상으로 사고 부위를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출처제품 AS 상담에 시스템을 활용하는 모습 / 페르미 제공

 

◇두 번의 폐업과 세번째 창업

 

열화상시스템으로 한양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96년 현대전자(현 하이닉스)에 들어갔다. 반도체 칩 개발 업무를 맡았다. 일하면서 계속 창업을 생각했다. “일단 취업을 했지만, 원래 창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엉뚱하지만 라면집 아이디어를 구상한 적도 있습니다. 재료를 펼쳐놓고, 내가 원하는 재료를 골라 손수 끓여먹는 DIY 라면집이죠. 실현하지는 못했는데 요즘 유행하더군요.”

 

떠오른 아이디어 중 하나를 실현시키기로 했다. ‘샘플 테스트 사이트’를 만들었다. “제품이 나오기 전 샘플 테스트를 원하는 기업과 간단한 벌이를 원하는 유저그룹을 연결하는 개념이었죠. 소프트웨어, 화장품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기업이 유저를 모집할 수 있는 사이트였습니다. 당시엔 없던 개념이었죠. 괜찮았습니다. 한때 직원을 4명까지 두면서 1년 정도 운영했습니다.”

 

-괜찮았는데 1년만에 접은 이유가 뭔가요.

 

“현대반도체 회사가 지방에 있었습니다. 저는 지방에 근무하면서, 사무실은 서울에 뒀습니다. 직원을 옆에 두고 관리해야 하는데 원격운영을 하니 힘들었습니다. 지금은 샘플 테스트 사이트가 많은데요. 5년 정도 버텨보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샘플 테스트 사이트를 접자 공허함이 밀려왔다. 업무는 더 지겨워졌다.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2001년 회사를 관두고 친구와 IT 제조회사를 공동 창업했다. 처음 외장형 휴대폰 카메라 후레쉬를 개발했다.

 

예전 휴대폰은 내장 후레쉬가 없어서, 밤에 사진을 찍기 어려웠다. 외부에 부착할 수 있는 후레쉬를 개발해, 지금은 없어진 휴대폰 제조사 큐리텔에 납품했다. 큐리텔은 휴대폰 구매 고객들에게 번들로 제공하거나 옵션 판매했다. “10만개 넘게 납품하면서 초반 자리잡는 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출처BC카드 수화상담센터 / 각사 제공

이후 블루투스 기술을 활용한 MP3 플레이어, 헤드셋, 무선 오디오 등을 개발했다. “반도체 회사 있으면서 무선 기기의 가능성을 봤습니다.” MP3 플레이어가 주력제품이 됐다. 유럽, 홍콩 등에 수출하고 삼성전자 납품도 하면서 매출이 80억원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창업 7년만인 2008년 폐업했다. 애플 아이팟이 전세계적으로 유행한 탓이었다. 군소 MP3 플레이어 제조사는 살아남기 어려웠다. “거대 기업의 공습에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웠습니다.”

 

방송통신장비 개발 회사에 들어갔다. 연구소장을 맡았다. 9년 넘게 꽤 오래 일했다. “공연장 등에서 쓰이는 스피커 음질을 개선하는 장비 개발 등을 진행했습니다. 글로벌 스피커 회사 하만에 납품하고, IT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산업자원부 장관상을 받는 등 성과를 냈습니다.” 그리고 작년 세번째 창업을 했다.

 

출처KB손해보험 콜센터 / 각사 제공

 

-다시 창업한 이유는요.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같은 회사 오래 있다 보니 매너리즘이 느껴졌습니다. 신제품 개발이 아니라, 있던 제품의 성능을 개선하는 쪽으로 업무가 집중되면서 무료함도 커졌습니다.

 

‘곧 은퇴할 나이다. 지금 못하면 영영 창업 못하고 후회할 것’이란 두려움도 생겼습니다. 마침 주변에 함께할 좋은 분들이 있어서,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도전했습니다.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기반의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목표도 있었습니다.”

 

-소프트웨어를 하는 데 낯설음은 없었나요.

 

“하드웨어를 개발한다고 해서 소프트웨어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하드웨어를 작동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함께 하니까요. 전체적인 개발 시스템은 비슷합니다.”

 

출처페르미 공동 창업자들과 조남홍 대표(맨 오른쪽) / 페르미 제공

사업 아이템은 이미 구상해 놨다. “고객 관리 직원이 수시로 외근 나가는 것을 보면서 개선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지방에서 간단한 고장 문의만 들어와도 그 먼 곳까지 내려가야 하죠.

 

문의가 한꺼번에 들어오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고객 불만이 생기고. 사소한 일로 직원들이 사무실을 비운 사이 정말 급한 현장이 생기면,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서 회사 이미지에 타격이 오는 경우도 생깁니다. 완벽하게 대응하려면 담당 직원을 늘려야 하는데, 비용 부담이 무척 큽니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AS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떠올린 게 웹 기반 영상통신 시스템입니다.”

 

구상하고 두 달만에 사업 준비를 마치고, 회사를 나와 3명이 공동창업했다. 기획에 들어간지 1년만에 제품 출시에 성공했다. BC카드에 수화상담용으로 첫번째 납품을 하고, 여러 금융회사와 공공기관에 뒤이어 납품했다.

 

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 국민권익위원회, NH농협, KB손해보험 등 20곳 이상 고객을 확보했다. 프로그램 공급료와 월 이용료를 받아 수익을 낸다. "기존 콜센터 시스템에 연동할 수 있어 호응이 좋습니다. 영상 상담을 위한 별도 장비 구축 등 불편이 없어 선호하는 거죠."

 

출처제품 AS 상담에 시스템을 활용하는 모습 / 페르미 제공

 

◇영업 위한 공유 플랫폼 출시

 

영업 전용 플랫폼 출시를 앞두고 있다. 자동차 회사가 오프라인 영업소 없이 온라인에서 차를 판매하는 것 등이 가능하다. “몇몇 자동차 회사와 시스템 공급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쇼핑에서 상담원이 물건을 보여주면서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상담 받는 한 사람만을 위한 TV홈쇼핑인 셈이다. 중고거래를 하는 데도 좋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원하는 물건을 클릭하면 판매자와 영상으로 연결되고, 실제 물건을 확인한 후에 거래할 수 있는 것이다.

 

프로그램 업그레이드도 계속 하고 있다. 최근 채팅과 문서공유 시스템을 추가했다. 영상으로 상담하면서 채팅과 문서 공유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자동차 구입 상담을 받을 때 매장에 직접 가지 않고도 영상으로 자동차의 내외관을 확인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차 제원이 담긴 문서를 받으면서 채팅창에서 실시간 견적도 뽑아볼 수 있다. 단순 영상통화에서 훨씬 진일보한 서비스다.

 

상담원이 화면에 대고 표시를 할 수도 있다. 소비자가 화면으로 고장 부위를 보여주면, 상담원이 화면 상에 전자펜으로 표시를 하면서 ‘어디와 어디를 연결하라’고 알려줄 수 있는 식이다. “소비자 이해도를 높이면서 서비스 질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다양한 부가 기능을 탑재했습니다. 실시간 녹화 등이 가능해서요. 상담 내용을 파일로 남겨 추후 증빙으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 평가하는 본인만의 경쟁력이 있다면요.

 

“기술자 출신이라 시장 방향과 기술 트렌드를 읽는 데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예전에 MP3플레이어 회사를 운영하면서 소비자 니즈를 고민했던 경험도 도움이 됩니다. 좋은 기술을 빠르게 캐치해서 소비자가 간편하게 쓸 수 있는 서비스를 계속 내놓고 싶습니다.”

 

출처차량 사고 접수에 시스템을 활용하는 모습 / 페르미 제공

-시니어 창업자가 나은 점이 뭔가요.

 

“시장을 읽을 수 있는 역량, 자금 동원력, 위기 대응력 등에서 나은 것 같습니다. 공격과 안정 사이 힘을 안배하는 균형 감각도 좋은 편입니다. 무조건 성장을 추구하면 수익성이 떨어지고, 수익만 추구하면 확장성이 떨어지는데요. 어떤 지점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할지 경험이 판단을 해줍니다. 일이 잘될 때 안정감을 찾거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하는 능력도 중요한데요. 이 부분도 시니어 창업자들이 확실히 나은 것 같습니다.”

 

-불리한 점이 있다면요.

 

“작은 아이디어도 빠르게 테스트해볼 수 있는 순발력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요. 아이디어를 정제하다가 때를 놓치는 경우가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계획은요.

 

“글로벌 진출이 당면한 목표입니다. 이미 일본 수출에 성공했습니다. 수출국을 계속 넓혀가야 합니다. 더 열심히 해서 영상 공유 시스템 시장에서 1등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