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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AI' 한돌의 착각… 이세돌 78수에 무너졌다

일산백송 2019. 12. 18. 19:10

파이낸셜뉴스
'토종 AI' 한돌의 착각… 이세돌 78수에 무너졌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 2019.12.18 18:36 수정 : 2019.12.18 18:36

이세돌, 한돌경기 첫판 불계승
알파고때와 같은 수서 승부 갈려


이세돌 9단이 18일 서울 양재천로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은퇴대국에서 한국형 알파고라 불리는 NHN AI '한돌'과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은퇴를 앞둔 이세돌 9단(36)이 '토종' 바둑 인공지능(AI) '한돌'과 첫 번째 맞대결에서 완승했다.

이세돌은 18일 서울 도곡동 바디프랜드 본사에서 열린 '이세돌 vs 한돌' 1국에서 92수만에 흑 불계승했다. 불계승은 일반적으로 상대가 기권을 했을 경우에 이뤄진다.

이번 은퇴 대국은 접바둑 형태의 '치수고치기'로 진행됐다. 인간이 AI를 극복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16년 이세돌이 구글 알파고와 대국할 때는 맞바둑(호선)으로 대결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세돌이 흑을 잡고 두 점을 깔고 시작했다.

당초 한돌의 승리를 점쳤지만 이세돌은 초반부터 밀어붙이며 우세를 지켰다. 대국은 50수까지 팽팽하게 진행됐다. 이세돌은 한돌이 친 포위망에 갇히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승부는 알파고때와 같은 78수에서 갈렸다. 이세돌의 흑돌을 공격하던 한돌이 착각을 일으켜 백돌의 요석 3점이 오히려 죽어버린 것이다. 이세돌은 고개를 갸웃했고 해설을 맡은 김만수 프로 8단은 "한돌이 흑을 잡으려고 집과 땅을 포기하고 갔는데 실패했다"면서 "AI의 의도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창율 NHN 게임 AI 팀장은 "이세돌 9단이 둔 78수를 한돌은 전혀 예상을 하지 못했다"라며 "78수에 의해서 한돌이 무너졌다. 78수 이후 79수부터 승률이 확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이세돌 9단은 "알파고 때 78수는 정상적으로 받으면 안되는 수였다면 이번 78수는 너무 당연한 수였다"라며 "한돌이 생각을 못했다는게 의외다. 프로라면 누구나 그렇게 두는 당연한 한 수 였다"라고 답변했다.

이세돌 9단은 "근래 10일 정도 바둑만 생각하고 바둑만하며 준비했다"라며 "이번 도전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준비를 많이 했는데 개인적으로도 허무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오는 19일 같은시각, 같은장소에서 열리는 2국과 오는 21일 이세돌 9단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에 위치한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개최되는 3국에서의 결과에도 이목이 쏠린다.

한편 한돌은 NHN이 지난 2017년 12월 선보인 바둑 AI다. 지난해 12월, 올해 1월 열린 국내 상위권 바둑기사 5명(박정환·신진서·김지석·이동훈·신민준 9단)과의 대국에서 모두 승리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