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가족비리' 조국 기소 차일피일.. 檢, 공범 증거 확보 못했나
윤경환 기자 입력 2019.12.15. 14:08 수정 2019.12.15. 15:20
수사 개시 넉달 지났는데 '묵비권' 소환만 세 차례
정경심 구속기소 한 달 넘게 지나면서 의구심 커져
'감찰무마' 사건 사법처리 속도 더 빠르다는 전망도
총선·추미애 인사권 행사 고려.. 연내엔 기소해야
물증 없어 핵심 혐의 기소 못하면 윤석열 총장 위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서울경제DB
[서울경제] 검찰이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의 입시비리·사모펀드 의혹을 파헤친 지 벌써 4개월이 돼 가는데도 정작 논란의 주인공이었던 조 전 장관을 재판에 넘기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11일 배우자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를 구속 기소하면서 사실상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는 진단이 나온 지 벌써 한 달이 넘게 지났는데도 조 전 장관 사법처리에 이유 없이 머뭇거리고 있어 윤석열 검찰총장의 입지가 좁아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아직도 조 전 장관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관련 수사를 8월27일부터 대대적으로 개시했는데도 한참 뒤에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수사에 착수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이정섭 부장검사)가 조 전 장관을 먼저 사법처리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당초 검찰이 조 전 장관 5촌 조범동(36)씨, 조 전 장관 동생 조모(52)씨에 이어 정 교수까지 구속 기소하면서 조 전 장관 기소도 시간 문제일 것으로 봤다. 검찰이 이미 자택·금융계좌·사무실 등을 전방위적으로 강제수사한 데다 조 전 장관이 장관직까지 내려놓아 더 이상 걸림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예상을 깨고 정 교수 구속 기간을 모두 넘긴 지난달 14일 처음 조 전 장관을 소환했다. 두 번째 소환 이후에는 시간을 끌 듯 20여 일이나 지난 이달 11일에야 조 전 장관을 다시 불렀다. 조 전 장관은 내내 묵비권만 행사하고 있지만 검찰은 4차 추가 소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검찰의 이 같은 행보를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검찰이 배우자까지 모두 구속해 놓고 한 달이 넘도록 조 전 장관의 자백만 기다리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조 전 장관과 관련해서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와 서울동부지검에서 ‘하명수사’, ‘감찰무마’ 의혹까지 추가 수사 중이라 기존 수사의 존재감은 점점 옅어지고 있다. 총선 90일 전인 내년 1월 중순 이후까지 수사를 끌 경우 검찰의 정치개입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과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월 취임 직후 검사장 인사권을 행사할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늦어도 올 연내에는 반드시 조 전 장관을 재판에 넘겨야 할 것이란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찰이 애초에 조 전 장관의 공범 혐의를 입증할 만한 결정적 물증과 진술을 확보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법조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별건 수사들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소 시점을 늦추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10일 정 교수의 1심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을 불허하면서 조 전 장관 사법처리에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범 혐의를 걸 만한 5촌, 동생, 아내 누구도 검찰 앞에서 조 전 장관의 공범 혐의를 진술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파다하다”며 “검찰은 재판에서 무죄를 받는 것을 가장 수치스럽게 생각하는데 물증까지 확보하지 못했다면 중대 핵심 혐의에 대해선 기소를 아예 안 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만약 조 전 장관에 대한 사법처리가 검찰의 호언장담과 반대로 갈 경우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판과 함께 윤 총장의 입지도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17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은 “수사 결과가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은 수사 내용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검찰이 많이 틀어막았기 때문”이라며 “수사 결과가 조만간 다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지만 그로부터도 벌써 두 달이나 지난 상태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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