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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가 청주 여고생도 살해했다?…화성연쇄살인 이춘재 의혹과 진실
최종수정 2019.09.25 13:41 기사입력 2019.09.25 11:17
청주 여고생 살해, 모 대학 국사학과 재학, 손가락 봉숭아 물 등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수완 인턴기자]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이춘재(56)가 특정되면서 이춘재를 둘러싼 확인되지 않은 각종 억측·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의혹은 1991년 1월 발생한 '청주 여고생 살해사건'이다. 사건 발생 당시 이춘재가 취업과 결혼을 목적으로 청주에 거주해 이 사건의 범인도 이춘재가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졌다.
그런가 하면 모 대학 국사학과에 재학 중이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춘재를 둘러싼 루머에 대한 사실관계를 알아봤다.
청주 여고생 살인사건…속옷으로 양손 뒤로 묶여 '화성 연쇄살인사건' 범행수법과 유사
1991년 1월27일 오전 10시50분께 충북 청주시 가경동 한 택지개발공사장에서 당시 한 공단에서 근무하던 박 모 양이 속옷으로 양손이 뒤로 묶인 채 입이 틀어막혀 목 졸려 숨져있는 것을 경찰이 발견했다.
경찰은 박양의 상의가 반쯤 벗겨져 있었고 주변에 박양의 가죽점퍼와 속옷 등이 널려있는 것으로 보아 성폭행을 당한 후 살해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갔다.
공교롭게도 당시 이춘재는 이 때 청주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청주 처제 살인사건'으로 이춘재를 검거했던 김시근(62) 당시 청주서부경찰서(현 청주흥덕경찰서) 형사는 이춘재 행적에 대해 한 매체에서 "1992년 전후로 청주시 부강면 골재회사에 굴착기 기사로 취직했다"면서 "이 회사 경리 A 씨와 연인으로 발전해 (청주에) 자리를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이춘재가 경기 화성과 청주를 드나들면서 이런 범행을 하지 않았겠냐는 의혹이 일었다. 피해자를 결박하는 등 유사한 범행수법은 이런 의혹에 신빙성을 더했다.
피해자 손을 뒤로 묶고 결박을 하는 등 이춘재가 벌인 '화성 연쇄살인사건' 5·7·9차 사건 모두 피해자는 모두 속옷 등을 이용해 재갈을 물린 채 손이 결박된 채 발견됐다. 청주 여고생 역시 속옷으로 양손이 결박, 입이 틀어막혀 숨진 채 발견됐다.
1988년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 /연합뉴스
종합하면 △범행수법 △이춘재가 청주에 머물렀던 시기 △범행 발생 시기 등을 근거로 이춘재가 저지른 범행일 수도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경찰 확인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충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해당 사건은 당시 범인을 검거해 사건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의 범인은 상습절도혐의로 수감된 박모(당시 19)군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박군은 91년 1월26일 오후 8시께 가경택지개발공사장에서 귀가중이던 박양을 위협, 인근 공사장으로 끌고가 손발을 끈으로 묶고 폭행하다 반항하자 속옷등으로 입을 막고 목졸라 숨지게 한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박군은 또 같은날 오후 8시50분께 같은 장소에서 길가던 김모(당시 32)씨를 위협, 현금과 반지 등 금품을 빼앗은 뒤 폭행하려다 김 씨가 달아나 미수에 그친 혐의로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박군은 또 같은날 오후 8시50분께 같은 장소에서 길가던 김모(당시 32)씨를 위협, 현금과 반지 등 금품을 빼앗은 뒤 폭행하려다 김 씨가 달아나 미수에 그친 혐의로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박군은 사건 발생 1년전인 90년 8월초부터 91년 1월 중순까지 청주시내 주택가와 상가등을 무대로 모두 12차례에 걸쳐 절도행각을 벌인 혐의로 구속기소돼 청주교도소에 수감중에 있었다.
경찰은 박군에게 범행 일체를 자백 받고, 강간치사 등 혐의를 추가했다. 그는 만화가게에서 성인만화를 본 후 이를 흉내내고 싶어 범행했다고 자백했다.
1993년 7월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가 화성군 정남면 관항리 인근 농수로에서 유류품을 찾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춘재, 모 대학 국사학과 재학했다?…학교 측 사실무근
이춘재를 둘러싼 또 다른 루머는 1980년대 그가 화성 인근에 위치한 모 대학 국사학과에 재학 중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학교 관계자 확인 결과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루머 내용 일부를 보면 이춘재에 대해 '이춘재는 학술답사 때마다 술만 들어가면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고 학교도 졸업 안하고, 중간에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다. 월요일엔 호탕하다가도 화요일엔 또 음침해지기 일수였다'고 묘사했다.
이춘재 새끼 손가락 봉숭아 물…알고보니 혈흔
또 다른 루머는 이춘재가 오른손 새끼손가락에 봉숭아 물을 들였다는 것이다. 이는 98년 9월7일 7차 사건 관련 이춘재로 추정되는 한 남성을 목격한 버스기사로부터 나왔다.
이날 밤 발안에서 수원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에 한 남성이 올라탔다. 발안은 피해 여성이 살해당한 곳에서 400m 떨어진 지점이다.
버스기사는 "남자의 운동화와 바지가 젖어 있었다"고 진술했다. 스포츠형 머리에 165~170cm가량의 키, 25~27세 사이의 남성으로 진술했다. 이는 이춘재 몽타주와 비슷하다.
또 버스기사는 해당 남성이 자신에게 담뱃불을 빌리기도 했다고 증언했는데, 그때 오른쪽 둘째 손가락에 작은 흉터와 새끼손가락에 봉숭아 물을 들인 흔적이 보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는 봉숭아 물이 아닌 피해자의 혈흔으로 확인됐다.
화성사건 수사팀이었던 하승균(73) 전 총경은 유튜브 '김복준 김윤희의 사건의뢰'에서 "당시 이춘재 오른 새끼손가락에 봉숭아 물이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실 이는 혈흔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이춘재에 대한 대면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춘재는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김수완 인턴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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