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0일 쉬는날 아니야? 첫 대체휴일 '희비 교차'

9월10일 쉬는날 아니야? 첫 대체휴일 '희비 교차'
한겨레 | 입력 2014.08.25 09:30

[한겨레]추석에 일요일 겹쳐 하루 더 쉬지만
관공서·학교 등에만 의무적용될 뿐
민간기업은 노사합의 사항에 해당

"연휴 일정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결정 늦어진 회사에선 직원들 혼란

중견기업에 다니는 권아무개(38)씨에게 올해 추석연휴는 나흘뿐이다.
권씨 회사는 9월10일을 대체휴일로 하지 않기로 했다.
권씨는 24일 "9월10일에 쉬고 싶은 사람은 연차를 쓰라고 한다.
맘 편히 쉬기도 그렇고, 일한다고 해도 휴일근로수당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회사만 이익이 아니냐"
고 했다.

이번 추석연휴는 대체휴일제가 적용되는 첫 명절이다.
토요일인 9월6일부터 9일까지는 '무조건 빨간 날'이다. 대체휴일을 붙이면 5일 연휴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원론적으로 따지면 대체휴일은 관공서나 학교에만 해당된다.
적용 '의무'가 없는 민간기업들의 경우 어떤 곳은 쉬고 다른 곳은 일하는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달력도 어떤 것은 10일을 '빨간 날'로 표시했지만 '검은 날'로 돼 있는 것도 많다.

아직 대체휴일 실시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회사원 신아무개(33)씨도
일정을 어떻게 잡을지 난감하다고 했다.
그는 "사장실 달력에 10일이 빨간 날로 돼 있으면 쉴 것도 같다"는 나름의 '분석'을 했다.

혼란의 1차적 원인은 '법정공휴일'의 해석과 관련이 있다.
법정공휴일은 '법으로 누구나 쉬게 정한 날'로 보는 게 자연스럽지만,
현실에서는 '법으로 정한 공무원들의 휴일'로 좁게 해석되기도 한다.

대체휴일제는 지난해 11월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신설됐다.
설날과 추석 연휴 중 일요일과 겹치는 날이 있거나,
어린이날이 토·일요일이면 연휴 다음 날인 비공휴일이 대체휴일이다.
대체휴일은 관공서나 학교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법정휴일이다.
하지만 민간기업에는 노사협의 등으로 관공서 휴일에 따를지 말지를 결정하는 '약정휴일' 대상이다.
기존 국경일도 이런 식으로 기업들이 휴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은 대체휴일을 보장하는 곳이 많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24시간 계속 작업해야 하는 필수 근무자를 제외하고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모든 계열사가 대체휴일제도를 적용해 10일에 쉬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에스케이그룹·엘지그룹·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케이티도 추석연휴가 10일까지 넣어 닷새다.
중소기업들은 아직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쉬는 곳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휴일 제도의 맹점 때문에 쉬지 못하는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클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들은 대체휴일을 인정하면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휴일근로수당을 줘야 해, 이를 더욱
꺼릴 수 있다. 정부가 적극 나서지 않는 것을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한 공인노무사는 "공휴일은 일반적으로 관공서의 공휴일을 의미하지만,
사규 등에 '관공서의 휴일에 관한 규정이 변경될 경우 이를 따른다'는 단서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대체휴일제를 도입하지 않는 기업들도 있다.
고용노동부도 대체휴일에 대한 노사간 합의를 권장할 뿐 명확한 해석을 내놓지 않았다"고 했다.

일부 기업들이 '상식'을 외면하고 편의적으로 휴일제도를 운용한다는 시각도 있다.
대기업 계열사 소속 노무사는 "사규에 관공서의 휴일을 따른다는 단서가 없이
'공휴일'이라고만 명시하고 있어도 대체휴일제를 적용하는 게 마땅하다.
근로자에게 폭넓은 휴식의 기회를 제공하려고 도입된 대체공휴일제의 취지가 그렇다"고 말했다.

오가현 노무법인 한영 대표는 "요즘 직장인들은 대체로 돈을 적게 받아도 더 쉬는 것을 선호한다.
앞으로는 직원들 불만을 의식해 대체휴일제를 시행하는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우리 정남구 기자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