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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도 소개된 맛집…그런데 식당이 아니다?
“황교익이 극찬한 자유로 맛집”···그런데 식당이 아니다?
74,267 읽음2019.07.03
플레이그라운드브루어리 천순봉 대표
수제맥주 창업 3년 만에 연 매출 30억 돌파
“맥주도, 안주도 ‘한국인 입맛’ 맞추는 게 중요”
보통 ‘수제맥주집’하면 번화가에 이국적 분위기를 점포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 수제맥주집에 가려면 도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유로를 달리다 논밭이 보이는 주유소로 빠지면 브루어리(Brewery·맥주 양조장)가 나타난다.
플레이그라운드브루어리는 일산서구 법곳동에 있는 브루어리다. 손님들이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공간뿐만 아니라 생산·연구·관리 시설이 같이 있다. 그래서 천순봉 대표는 도시 한복판이 아닌 자유로 변을 택했다.
조선비즈가 개최한 대한민국 주류대상 라거맥주 부문 2년 연속 수상. 비어포스트 선정 국내 수제맥주 라거맥주 부문 선호도 1위. 이곳은 맥주가 아닌, 맛있는 ‘음식’으로도 언론에 등장한 적이 있다고 한다.
/jobsN
-‘플레이그라운드’라는 이름은 어떻게 탄생했나.
“플레이그라운드(Playground)는 우리 말로 ‘놀이터’다. 누구나 어린 시절 놀이터에 대한 추억이 있다. 그네, 시소, 미끄럼틀을 타면 아무 걱정 없이 즐거웠다. 하지만 클수록 그런 기분을 느끼기 어렵다. 어른이 되고, 가족이 생기고, 회사일에 치여 살다 보면 웃을 일이 줄어든다. 손님들에게 어릴 때처럼 즐거운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어른들의 놀이터’를 만들고 싶었달까. 그래서 ‘플레이그라운드’라는 이름을 지었다.”
-브루어리 사업을 시작한 계기.
“미국 애틀랜타에서 MBA 과정을 졸업하고 코카콜라에서 일했다. 음료 브랜드가 오랜 기간 명맥을 이어오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언젠간 비슷한 일을 해보고 싶었다. 2015년 초, 미국에서 브루어리를 운영하던 지인이 “한국으로 맥주 수입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하더라. 이미 있는 맥주를 수입해서 팔기 보단 직접 브루어리를 차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한국에서도 조금씩 다양한 맥주에 대한 수요가 생기던 참이었다. ‘우리 문화, 입맛에 잘 맞는 맥주를 만들어 보자’고 결심했다.”
/jobsN
-이곳 브루어리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양조 시설, 탭 하우스, 창고, 사무실이 있다. 양조시설은 맥주를 만드는 곳이다. 연간 최대 생산 가능량은 100만 리터다. 전국에 공급하는 플레이그라운드브루어리 맥주는 모두 여기서 생산한다. 탭 하우스는 일반 소비자들이 맥주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자 펍이다. 창고엔 완제품을 냉장 상태로 보관한다. 모두 28명이 이곳에서 일한다. 양조팀원, 탭 하우스 직원(쉐프,홀매니저 등), 사무실 직원이다. 평균연령 29.5세 젊은 회사다.”
-시내에서 좀 떨어져 있는 것 같은데.
“생각보다 멀지 않다. 차타고 상암에서 20~30분, 여의도에서 30~40분 걸린다. 물론 직접 찾아온 일반 소비자들에게 파는 것이 주목적인 브루어리들(‘브루펍’이라고 한다.)보단 외곽에 있다. 하지만 생산 시설 위주 브루어리들 중에선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자유로 바로 옆이다. 물류 공급에 유리한지, 일반 소비자들이 찾아오기 괜찮은지를 모두 고려해 결정했다. 대중교통은 불편하지만, 제휴한 대리운전 업체가 있어 차타고 와도 문제 없다. 대형 업체라 기사를 신청하면 언제든 신속하게 배정해준다. 대화역까지 약 1만원, 합정역까지 약 2만5000원 나온다.”
(좌) 음식과 맥주를 맛볼 수 있는 탭 하우스. (우) 맥주를 생산하는 양조시설.
출처jobsN
-이곳 맥주만의 특징이 있다면.
“한국인의 입맛·음주문화에 맞춰서 만든다. 예전엔 한국에서도 대부분 외국인들이 브루어리를 세웠다. 설립자는 한국인이어도 요직은 외국인들이 맡은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맥주 생산과정에서 한국 문화나 특수성을 반영하는 일이 드물었다. 하지만 여긴 온전히 한국인들 힘으로 만들었다. 우리나라 문화를 반영하고, 입맛에 맞는 맥주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대표적 예가 ‘젠틀맨라거’다. 라거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거품이 많이 나고 색이 연한 맥주다. 보통 라거의 알코올 도수는 4~5도 정도다. 하지만 젠틀랜라거는 알코올 함량이 7.6%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맥’과 비슷한 느낌이 나게 만든 것이다.”
-안주도 많이 신경을 쓴다고 들었다. ‘수요미식회’에도 나왔다고.
“보통 수제맥주집에서 파는 메뉴는 다 비슷하다. 어딜 가나 감자튀김, 피자, 치킨, 햄버거 등을 판다. 시쳇말로 ‘기본은 하는’ 맥주용 안주다. 하지만 우린 그외에도 다양한 음식에 도전한다. 예를 들면 콩을 으깬 중동음식 ‘훔무스’, 베트남 스타일 치킨, 오리껍질 샐러드 등이 있다. 다른 수제맥주집에선 거의 볼 수 없는 메뉴들이다. 생소한 조합일지라도 맥주에 곁들이기 좋은 메뉴를 연구한다. 이를 위해 매년 한 차례 탭 하우스를 일주일 정도 닫고 직원 전부를 해외로 보낸다.직원들은 길거리 음식부터 고급 식당 메뉴까지 맛보고 돌아온다. 그리고 각자 어떤 음식이 맛있었는지, 한국인 입맛에 맞추려면 어떻게 변형해야 할지를 토론한다. 외국 음식을 우리 입맛에 맞게 바꿔 받아들이려는 노력이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맛을 평가하기 위해 여러 명을 보낸다.”
/플레이그라운드브루어리 홈페이지 캡처
-현재 매출은 어느 정도.
“작년 매출은 30억원이 조금 넘었다. 올해는 40억원 정도 예상한다. 내년부터 맥주엔 종가세가 아닌 종량세가 붙는다. 생산 원가가 비싼 수제맥주든, 대량으로 생산하는 맥주든 똑같이 1L당 840.62원이다. 수제맥주 제조업체에겐 희소식이다. 같은 비용으로 더 좋은 재료를 쓸 수 있고, 시설 개량을 위한 투자도 할 수 있다.”
-수제맥주 사업에서 가장 어려운 건 무엇인가.
“계절별 편차가 심하다. 맥주는 여름에 가장 잘 팔리고, 겨울에 가장 안팔린다. 겨울은 추워서 행사나 축제도 없지 않나. 그래서 겨울에 대비한 여러 대책을 세우고 있다. 작년부터 중국, 싱가폴 등지로 수출을 시작했다. 또 국내 판매를 늘리기 위해 지방 영업도 열심히 하고 있다. 부산, 제주 쪽은 날씨가 상대적으로 따뜻해 서울보다는 겨울에도 잘 팔린다. 소매점 공급량도 늘리려 한다. 음식점이나 술집은 맥주 소비량이 겨울에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하지만 편의점이나 마트에선 15~20% 밖에 줄어들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수제맥주 시장동향은.
“최근 2년간 많은 사람들이 브루어리를 열었다. 내년 3~4월, 주세가 종량세로 바뀌면 더 빠르게 창업자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맥주 품질은 평균적으로 올라갔다. 플레이그라운드브루어리를 시작했을 때만해도 ‘이런걸 팔아도 되나’싶을 정도로 맛없는 수제맥주를 파는 업체도 있었다. 요샌 그런 맥주를 보기 쉽지 않다. 해외 유명 브루어리랑 비교해도 안 밀리는 ‘잘 만든’ 맥주가 많이 늘어났다. 국제 주류대회 심사위원들도 “한국 수제맥주들 품질이 빠르게 올라갔다”고 한다.”
(좌) 양조장에서 포즈를 취한 천순봉 대표. (우) 2019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출처본인 제공
-종량세 영향에 대해 좀더 설명해줄 수 있나.
“기존엔 맥주가 비쌀수록 세금도 더 많이 붙었다. 그래서 수제맥주 생산자는 대형 맥주업체보다 똑같은 용량 대비 더 많은 세금을 냈다. 원재료비, 생산비 등이 배로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량세는 가격이 아닌 양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 모든 맥주엔 똑같이 세금이 붙는다. 수제맥주 업체 입장에서는 같은 비용으로 더 좋은 맥주를 만들 수 있는 기회다. 기존 제품은 이전보다 가격을 낮출 수도 있다.”
-앞으로의 계획.
“맥주는 근본적으로 ‘서민의 술’이었다. 종량세 도입에 맞춰 더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려고 한다. 생산량을 늘리면서, 새로운 맥주를 연구할 계획이다. 와인처럼 오크통에 숙성하는 맥주, 신 맛이 나는 ‘사워 맥주’ 등을 생각하고 있다. ‘다른 곳에 없는 맥주를 만든다’는, 수제맥주 양조장으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을 할 것이다.”
-브루어리를 창업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언한다면.
“단지 맥주를 좋아한다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브루어리를 연다면 본인이 좋아하는 맥주를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단 남들이 찾는 맥주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맥주 애호가로서)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생산, 유통, 판매 등 사업 전반적인 과정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우선 브루펍(외부 공급보단 현장 판매를 위주로 하는 맥주 양조장)을 먼저 시작하는 건 어떨까. 그리고 노하우가 쌓이면 브루어리(현장 판매를 넘어 외부 공급도 활발히 하는 맥주 양조장)로 확장하는 게 안전한 방법이다. 개성 있는 맥주, 그리고 그런 맥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국민적 수요는 충분하다고 본다.”
글 jobsN 김지상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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