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거주자우선 주차권 사고 파는 얌체 주민들.. 전입자들 분통
이동환 기자 입력 2019.03.07. 04:04
이사갈 때도 지인들에게 넘겨 다른 전입자는 배정 못받아.. 단속 강화·주차공간 확보해야
서울 성북구 주민 이모(49·여)씨는 지난달 9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거주자우선주차구획 이용권을 배정받은 주민 3~4명이 이사를 가며 지인 등에게 불법양도해 다른 전입자가 주차구획을 확보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씨는 이용권을 받기 위해 무려 8개월을 기다렸다.
이씨는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안그래도 한양도성길 근처엔 거주자주차구획이 부족해 정당한 절차를 밟아도 배정받기 어렵다”며 “이용권을 자의적으로 넘기는 행위가 만연하지만 단속이 이뤄지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서울 각 지역의 거주자우선주차구획 한 달 이용요금은 전일(24시간) 기준 4만~5만원 정도다. 저렴한 가격에 주차구역을 보장 받을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때문에 이사를 가며 도시관리공단 등에 반납하지 않은 채 돈을 받고 이용권을 넘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성북구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울시내 다수의 지역은 한번 이용권을 얻으면 이사 가기 전까지 사용할 수 있어 발각되지 않는다면 임의로 양도 받은 사람이 이용료만 내면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허점이 있다.
최근 동작구시설관리공단에는 이 지역 거주민 A씨가 본인 소유의 건물 1층과 2층의 명의를 타지에 사는 자녀 둘 앞으로 두고, 총 3곳의 거주자우선주차구획 이용권을 배정 받았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A씨가 자녀의 이름으로 배정 받은 이용권을 세입자에게 매매하는 꼼수를 부린다는 내용도 있었다.
온라인에서는 부동산 매매 시 거주자우선주차구획 양도행위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는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거주자우선주차구획을 양도 또는 구매한다는 내용의 글이 300개 가까이 검색됐다. 지난해 말 중고물품매매사이트의 한 회원은 ‘거주자우선주차구획 이용권을 12만원에 판매한다’고 글을 게재하고 “내 차를 잠시 다른 것으로 바꾼 것이라고 관련 기관에 말하면 문제없이 양도할 수 있다고 한다”고 밝혔다.
엄연한 불법행위지만 이를 단속·관리할 인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성북구의 경우 견인기사 3명 등 총 8명이 구내 19개 동에 설치된 거주자우선주차구획을 모두 관리한다. 성북구도시관리공단 관계자는 “단속은 전적으로 신고에 의존해서 이뤄지고 이용권 불법양도 행위는 1년에 1~2건 정도 적발한다”며 “사전예방을 위한 감시·단속은 현실적으로 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동작구의 단속인원은 4명뿐이다. 동작구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구청으로부터 인력증원과 견인차량 구매 등을 위한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단엔 개인정보열람권한도 없어 배정받은 사람이 직접 반납하지 않으면 확인할 방법도 없다.
정창무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형평성 있는 거주자우선주차구획 배정을 위해 관리·단속 인력 증가 및 정기적인 이용권 추첨 등의 방안마련이 시급하다”며 “지역 내 학교 등과 협조해 주차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정 교수는 “무엇보다 본질적인 주차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주차공간을 확보한 주택을 짓도록 규정하는 제도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웃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5·18은 北 특수작전' 지만원, 국가 상대 손배소 2심도 패소(종합) (0) | 2019.04.11 |
---|---|
방학기간 '반짝' 복직해 급여 챙긴 교사들…비용 10억원에 달해 (0) | 2019.03.08 |
이명박 전 대통령 보석 허가?…반대 60.3% vs 찬성 30.4%[리얼미터] (0) | 2019.03.04 |
20km 끌었다고 50만 원?..견인차 '바가지 요금' 극성 (0) | 2019.02.24 |
경복궁 가린 총독부청사, 해방 후 반세기 어떻게 생명을 이어갔나 (0) | 2019.0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