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푼돈 월급에 法도 외면..서러운 학습지교사들
박대의,박윤균 입력 2019.01.30. 17:51
최저임금·노동법 적용 안돼
본사 부당행위 보호 못받아
"몸이 아파 수업 거부했더니
조롱당한 기분들어 화 나"
SNS 하루 20만회 조회 시끌
구몬학습 소속 교사로 일하던 A씨는 지난 18일 급여통장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통장에 찍힌 금액이 단돈 40원이었기 때문이다. A씨는 최근 스트레스로 신우신염 진단을 받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아 퇴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후임 교사 인수인계 문제로 본사의 담당 관리자와 갈등을 겪었다. 관리자는 수업을 계속해 달라고 A씨에게 요구했으나 A씨는 거부했고 결국 급여 40원을 받은 것이다.
화가 난 A씨는 지난 21일 "조롱당하는 기분이 들어서 화가 난다"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본인의 경험을 담은 글을 올렸고 해당 글은 게시된 지 하루 만에 조회 수 20만회 이상을 기록했다. A씨가 올린 글은 곧 삭제됐지만 댓글 공간은 학습지 교사들이 토로하는 불만으로 가득했다.
본사의 갑질에 시달리는 학습지 교사들의 처우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은 물론 노동법 적용 대상도 아니어서 부당행위를 당하더라도 노동청에 신고조차 할 수 없는 보호 사각지대에 놓인 학습지 교사들을 위해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학습지 교사들은 A씨만 예외적으로 겪은 일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대전에서 교원 소속 교사로 일한 B씨는 "100원 단위로 입금되는 경우도 있었다"며 "A씨와 같은 일은 놀랍지 않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B씨는 우선 교원의 수수료 체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 회사의 기본급 수준은 1년 경력 교사가 하루에 6~7시간 수업 시 한 달에 90만원 정도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기본급이 빈약한데도 차등적인 수수료 체계까지 더해져 교사들을 쥐어짜고 있다는 것이다.
B씨는 특히 본사에서 1년 전부터 수수료 산정 기준을 근속 개월 수에서 교사 성과 평가로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사를 경쟁하게 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겠다는 의도지만 실제로는 수수료를 깎으려는 시도"라며 "제도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교사 동의를 받지 않고 새 계약서를 쓰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이 변경 조치는 '교사 평가'라는 무기로 교사들을 관리하기 위해서라는 지적도 있다. 지방에서 근무한 또 다른 학습지 교사는 "수수료 차등 산정 제도는 교사들을 컨트롤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방에 있는 교사에게도 수업을 하지 않는 시간에 서울센터 등으로 출근을 하도록 종용하고 압박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교원 측은 '월급 40원' 사태가 단순한 해프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교원 관계자는 "40원이 A씨 급여통장으로 입금된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교사에게 입금될 내역 중 일부가 잘못 보내져 발생한 일이며, A씨 급여는 이후 입금했다"고 해명했다. A씨가 받아야 할 급여 지급일은 지난달 20일이었다. 이에 대해 교원 측은 "A씨가 받은 수수료를 보내주지 않아 정산이 늦어져 입금할 수 없었다"며 "해프닝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수수료 문제에 대해서도 "예전에도 성과 위주 수수료 체계였고 지금은 이를 조금 강화한 것"이라며 "신(新)수수료 제도 전환 여부는 교사의 선택에 달려 있고 전환율도 현재 60% 정도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학습지 교사들이 본사의 갑질에 고통받고 있지만 이들을 구제할 방안은 미비하다. 학습지 교사는 부당한 행위를 당하더라도 노동청에 신고할 수 없다. 학습지 회사가 교사들을 개인 위탁사업자로 관리하고 있기에 노동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학습지 '교사'지만 교육부가 관리하는 대상도 아니다. 학습지 교사는 학원법상 신고 대상이 아니라 '방문판매에 관한 법률'에 관한 규율을 적용받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5일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에 학습지 교사를 포함한 특수고용직의 사업장 가입자 전환 내용을 담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문제가 되고 있는 사항은 계약 부당 해지나 급여 지급 방식 등에 대한 것"이라며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국민연금 관련 대응은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특수고용직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차이는 분명하며 이를 무작정 넓혀줄 경우 시장에 부담이 과중하게 가해질 수 있다"면서 "최소한의 인격권을 보호하고 부당대우를 방지할 수 있는 조항을 포함한 특별법 제정으로 범위를 명확하게 정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대의 기자 / 박윤균 기자]
'슬픈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천 미꾸라지가 행복한 나라.. 기준점은 월 100만원 (0) | 2019.02.10 |
---|---|
기간제 교사 지원자 "면접까지 왜 불렀는지..들러리 된 기분" (0) | 2019.02.04 |
연봉 한푼도 안쓰고 13.4년 모아야 한 채.. "올해 가격 조정 불가피" (0) | 2019.01.26 |
미 여행 중 추락 대학생..10억 병원비에 귀국도 난항 (0) | 2019.01.22 |
백혈병으로 떠난 외아들 생일날 극단적 선택한 40대 父 (0) | 2019.0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