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억대 연봉자 될 수도 있는데"..법원 "미래 수입은 학력 평균임금 따져야"
입력 2019.01.03. 17:46 수정 2019.01.03. 17:56
법원, 사고당한 미성년자 장래 소득
일용 노동자 평균임금 아닌
학력별 평균임금으로 계산 첫 판결
<한겨레> 자료사진
사고를 당한 미성년자가 다치지 않았다면 벌 수 있는 ‘미래 수입’을 계산할 때 ‘학력별 평균 소득’을 기준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지금까지 법원은 도시 일용노동자의 평균 임금을 기준 삼아 미성년자의 장래 소득을 계산해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7부(재판장 김은성)는 대학생 한아무개(20)씨가 어릴 때 당한 사고와 관련해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택시조합)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보다 300여만원 많은 3200여만원 배상을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미성년자의 경우 도시일용노임을 기준으로 ‘일실수입’(사고 전 예상 장래 소득)을 산정한다면 장래 기대가능성을 모두 무시하는 결과가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010년 초등학생이던 한씨는 횡단보도를 걷다 신호를 위반한 택시에 치여 다리 골절상을 입었다. 한씨는 택시조합에 9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은 택시조합이 29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배상금 산정은 한씨가 만 20살이 되는 올해 9월부터 육체 노동자로 일할 수 있는 나이(가동연한)가 시작된다고 보고, 도시 일용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했다. 도시 일용노동자 월 평균 임금이 약 235만원인데, 여기에 한씨의 노동능력 상실률과 노동 가능 기간 등을 반영해 계산한 결과다.
2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한씨는 소송 도중 전문대에 입학했다. 재판부는 ‘학력별 통계소득자료’를 일실수입의 기준으로 삼았고, 그 결과 한씨가 월 310만여원의 임금을 받을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재판부는 “변호사나 억대 시이오(CEO)가 됐을 수도 있는 청소년이 사고를 당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직자에게 적용되는 기준으로 일실수입을 산정 받아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청소년인 피해자는 사고로 인해 다양한 직업 선택의 가능성을 상실하게 된다. 별 잘못 없는 피해자가 도시 일용노동자의 평균 수입만을 평생 올렸을 것이라고 재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설명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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