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사라진 '캐럴'..이게 다 저작권 때문?
박가영 기자 입력 2018.12.18. 06:00
지난 8월 저작권법 개정 후 자영업자들 우려 높아져..한음저협 "오해로 빚어진 현상"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열린 대형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에서 미키마우스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뉴스1
매년 이맘때쯤이면 거리를 가득 채우던 '캐럴'. 그 소리가 사라지고 있다.
저작권료(공연사용료·공연보상금)가 두려운 자영업자들이 마음껏 음악을 틀지 못해서다.
전문가들은 저작권에 대한 오해가 불러온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정부는 지난 8월 저작권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창작자 권익 강화를 위해 음악 공연권 행사 범위를 확대한 것.
그간 유흥주점, 대형마트, 백화점 등에서만 인정하던 저작권을 커피전문점 등 비알코올 음료점,
생맥주 전문점, 헬스장 등으로 범위를 넓혔다.
공연사용료는 업종과 면적별로 차등 부과한다.
공연사용료는 공개된 장소에서 저작물을 보여줄 권리(공연권)를 가진 저작자에게 지급하는
저작권 사용료다. 즉, 매장처럼 공개된 장소에서 음악을 트는 행위를 일종의 공연으로 간주해
사용료를 징수하는 것이다.
저작권자가 아닌 가수와 연주자에게 돌아가는 공연보상금은 공연사용료와 동일한 규모로 책정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주점 및 음료점업(커피 전문점, 생맥주 전문점 등)은 매장 면적에 따라 월 2000원~1만원
△체련단련장은 월 5700원~2만9800원 등이다. 다만 면적 50㎡(약 15평) 미만의 소규모 매장은 면제된다.
저작권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캐럴은 점차 모습을 감추게 됐다.
자영업자들이 저작권료에 대한 부담을 느낀 탓이다.
여기에 한 백화점이 2010년부터 2년간 디지털 음원을 전송받아 스트리밍 방식으로 매장에 틀었다가
한국음반산업협회에 2억3500만원을 배상한 사실이 알려지며 캐럴 트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더욱 확산됐다.
이 같은 분위기에 시민들은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직장인 김진실씨(27)는 "주말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좀 느껴볼까 싶어서 나갔는데 재미가 없었다"면서
"거리도 허전하고 캐럴도 안 나와서 괜히 섭섭했다"고 말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한음저협)는 캐럴 저작권에 관련된 잘못된 사실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음저협에 따르면 규모 50㎡(약 15평) 미만의 소형 커피숍과 매장, 길거리 노점에선 캐럴을 틀어도
문제가 없다. 전통시장은 면적과 관계없이 저작권료 징수 대상이 아니다.
캐럴에 따로 저작권료가 책정돼있다는 것 역시 잘못된 상식이다.
캐럴은 다른 음악과 동일하게 취급된다.
따라서 저작권료를 내고 있던 대형 유통업계나 호텔, 카페 등은 캐럴을 틀 수 있다.
원저작자를 찾을 수 없는 캐럴은 저작권료 징수 제외 대상이다.
또 비영리기관인 교회에서도 자유롭게 캐럴을 틀 수 있다.
다만 교회에서 운영하는 카페는 저작권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한음저협 관계자는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캐럴만으로도 연말 분위기가 따뜻해지기 마련인데,
저작권 때문에 캐럴이 사라졌다는 오해가 마치 사실인 양 알려지는 것이 매우 아쉬웠다"며
"모든 국민이 캐럴과 함께 따뜻한 연말을 보내기 바란다"고 전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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