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운명 그것이 알고 싶다.

웃긴 이야기

스마트폰 중국에 아웃소싱 충격 .. 부품사 설자리 더 좁아진다

일산백송 2018. 11. 5. 08:43

중앙일보
스마트폰 중국에 아웃소싱 충격 .. 부품사 설자리 더 좁아진다
이상재 입력 2018.11.05. 00:06 수정 2018.11.05. 06:43

삼성 "중국 내수 중저가 모델 대상"
국내 업체 타격 입는 건 시간문제
신사업 추진, 공급 다변화 안간힘

무너지는 스마트폰 생태계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터치스크린 모듈을 만들어 주로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에스맥은 올 상반기 26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이 2013년 상반기(2630억원)와 견줘 10분의 1로 쪼그라든 것이다. 게다가 5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2년에서 3년으로 길어지고, 기술 변화도 빨라져 실적이 악화했다”고 말했다.

코스닥 상장 기업인 피앤텔에선 지난달 200억원대 대주주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한때 폰케이스 1, 2위를 다투던 이 업체는 현재 주식 매매가 정지된 상태다.

터치스크린 업체인 시노펙스엔 2013년 상반기 500명 넘게 일했으나 지금은 80여 명만 근무 중이다.
중앙일보가 조사한 42곳 중 100명 이상 직원이 늘어난 곳은 대덕전자·대덕GDS 등 8곳 뿐인데,
이마저도 상당수는 인수합병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따른 ‘착시’일 뿐이다.

빼어난 기술력과 높은 성장세로 부러움을 사던 스마트폰 부품업체들이 불과 5년 새 ‘반기 매출 -2조6022억원, 일자리 -3795개’를 기록한 데는 크게 봐서 두 가지 이유가 있다. ­

먼저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하는 와중에 국내 완성 스마트폰 업체들이 압도적인 입지 구축에 실패한 탓이다. 또 신기술이 도입되면서 하루아침에 설 자리를 잃기도 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올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14억8100만 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2007년 이래 첫 역성장이다. SA는 세계 1위 삼성전자의 출하량이 2억9850만 대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3억 대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중국·인도에서 중국 업체에 밀리고 있고, LG전자는 북미를 제외하곤 해외에서 존재감이 사라졌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기술도 부품업체의 숨통을 죈다. 스마트폰 패널은 대세가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바뀌었다. 또 OLED 공정 중에 터치스크린을 형성시켜 투명전극 필름을 커버 유리에 붙이는 후공정이 필요없어지면서 ‘조 단위’ 시장이 사라졌다.

최근 더블(2개)·트리플(3개) 스마트폰으로 카메라 부품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여기도 고민거리가 있다. 익명을 원한 카메라모듈 업체의 한 임원은 “이전에 도입한 설비의 감가상각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또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해 수익성이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또 다른 악재가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중국 업체의 주문자개발방식(ODM) 아웃소싱을 도입한 것이다. 삼성은 현재 20.2%인 세계시장 점유율을 유지·확대한다는 전략 아래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에서 제품 라인업을 보강하는 중이다.

그중 일부 중저가 모델을 ODM 형태로 조달한다는 방침인데, 이달부터 중국 윈테크가 생산과 개발을 맡은 갤럭시A6s를 출시할 예정이다. 익명을 원한 부품업체의 한 임원은 “(이번 ODM 결정이) 중국 내수용이라고 하지만 중국 등지에서 조달되는 부품 역시 늘어난다는 의미”라며 “국내 업체가 타격을 입는 건 시간 문제”라고 우려했다.

업체들은 필사적으로 신사업이나 공급 다변화 등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김학권 재영솔루텍 대표는 요즘 개성공단 재가동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재영솔루텍이 생산하는 스마트폰 카메라 자동초점장치는 수작업 공정이 핵심이다. 김 대표는 “(북한 노동자의) 언어 이해와 숙련도가 높아 200억원을 들여 클린룸까지 도입했었다”며 “공단 재개를 통해 경영 여건을 호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폰케이스 업체인 모베이스는 자동차부품·전기배터리 쪽으로 사업 확장을 진행 중이다. 스피커를 만들던 이엠텍은 최근 전자담배 ‘릴’을 공급하면서 사업구조를 바꾸고 있다. 카메라모듈 업체인 파트론 관계자는 “지문인식 센서와 자동차용 카메라모듈 부품을 육성하고 있으나 성장이 더디다”고 말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요 스마트폰 부품 업체의 실적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다”며 “지금으로선 (수익을 끌어올릴) 묘안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동원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프트웨어에 기반을 둔 ‘스마트폰 스타트업 신데렐라’를 키워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