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시민 반발 거센 '전좌석 안전띠·자전거 헬멧 의무'
방윤영 기자 입력 2018.09.30. 15:53
시민들 "카시트 들고 택시? 말도 안돼..자전거 5분 타는데 헬멧 착용 의무화는 비상식적"
이달 28일 서울 종로경찰서 경찰들이 광화문 사거리에서 뒷좌석 안전띠 착용을 의무화 한 도로교통법 개정안 홍보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다. /사진=임성균 기자
전좌석 안전벨트 착용과 자전거 운전자 헬멧 착용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되자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이유에서다.
◇아이와 택시 타려면 카시트 들고 다녀라?… 비판 거세자 경찰 "단속 유예"
전좌석 안전벨트 착용 의무화의 경우 아이들을 데리고 택시 등 영업용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가 문제로 지적된다.
어린 아이들은 안전띠가 오히려 위험할 수 있어 카시트를 이용해야 하는데 택시를 이용하는 보호자가 이를 들고 다닐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경찰이 새 도로교통법을 적용해 단속에 나설 경우 영유아를 동반한 보호자의 택시 이용이 어려워질 것이란 불만이 나왔다.
2·5살 두 아이의 엄마 김모씨(30)는 "차가 없는 엄마들은 아이 용품만 챙겨도 짐이 한가득"이라며 "택시를 이용할 때 카시트까지 챙기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만 6세 미만 영유야는 반드시 카시트를 착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택시나 버스 등 사업용 차량에도 적용된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 6만원이 부과된다.
당초 경찰은 "택시에 카시트를 설치하는 것은 경찰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가 비판 여론이 들끓자 곧바로 단속하지 않기로 방침을 바꿨다.
경찰청은 "카시트 보급률이 낮은 상황에서 전 좌석 안전띠 단속과 더불어 카시트 미착용을 단속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계도기간(10~11월, 2개월) 이후에도 현행과 같이 영유아 카시트 미착용 단속을 유예하겠다"고 28일 밝혔다.
자전거 운전자와 동승자의 안전모(헬멧) 착용 의무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된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강물빛공원 인근에서 경찰이 계도를 위해 안전모 없이 자전거를 타던 시민들을 멈춰 세우고 있다. /사진=임성균 기자
◇"동네서 5분 타는데 헬멧 착용?…대여해줘도 비위생적이어서 꺼려져"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도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장거리 라이딩족들의 안전을 위해 헬멧 착용을 의무화한 것은 대체로 동의하지만 짧은 거리를 이용할 때도 헬멧을 착용해야 하는지는 의문을 제기했다.
조길홍씨(70·자영업자)는 "팔당댐이나 강화도 등 자전거를 이용해 장거리를 이동할 때는 안전을 위해 헬멧착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30년 동안 영등포구에 살면서 한강으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데 나처럼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도 헬멧을 꼭 착용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전거 운전자와 동승자는 인명보호장구(안전모)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다만 단속·처벌규정이 없는 훈시 규정이다.
공유자전거 따릉이 이용자들을 위한 헬멧 무상대여 사업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시설공단은 지난 7월20일부터 8월19일까지 한 달 동안 여의도에서 500개의 안전모를 무료로 대여했다.
하지만 한 달 간 진행한 따릉이 헬멧 대여 시범운영 결과 자전거 헬멧 1500개 중 357개를 분실(23.8%)하고 따릉이 이용고객 1605명 중 안전모 착용자는 45명(3%)에 불과했다.
따릉이를 애용하는 직장인 최모씨(30)는 "이용자 입장에서 대여하는 헬멧은 비위생적이어서 이용하기 꺼려진다"며 "자기 헬멧을 들고 다니라고 강제하게 되면 공용 자전거 이용률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 폐지를 위한 시민모임인 '맨머리유니언' 등은 전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전거 이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자전거로 5분 마실 나가는데 헬멧을 쓰라는 것은 비상식적인 규제"라며 "생태교통·대안교통 수단으로서 자전거를 권장하는 세계적 흐름과 달리 우리나라는 자전거를 이용하고 즐기는 행위에 대한 규제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는 이미 이달 21일 자전거 헬멧 의무 착용 조항을 수정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재개정안은 '헬멧을 착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 대표 발의자인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동네에서 잠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거나 공용 자전거를 빌려 타는 경우 인명보호 장구(안전모)를 매번 갖추기 어려운 상황이 있을 수 있다"며 "인명보호 장구를 반드시 착용하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표=김다나 디자인 기자
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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