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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스님 "물러나겠다"..의혹·논란 '세속의 짐'에 1년도 못채우고

일산백송 2018. 8. 1. 18:36

매일경제

설정스님 "물러나겠다"..의혹·논란 '세속의 짐'에 1년도 못채우고

허연 입력 2018.08.01. 17:48

 

학력위조·은처자 문제 등 의혹 불거지며 퇴진 압박..설조스님 단식으로 갈등 증폭

조계종, 60일 이내에 새 총무원장 선출 절차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오는 16일 이전에 용퇴하겠다고 1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설정 스님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속한 시일 내 진퇴를 결정하겠다"고 밝히는 모습. [사진 제공 = 연합뉴스]

 

조계종 총무원장의 사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설정 스님은 지난해 9월 제35대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에 입후보하면서부터 각종 의혹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당시 몇몇 인터넷 교계언론이 설정 스님 관련 의혹을 보도하기 시작했고 설정 스님 측은 이들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전임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의 지원을 받은 설정 스님은 지난해 10월 12일 경쟁자였던 수불 스님을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총무원장에 당선됐다. 설정 스님이 임기를 시작하자 의혹은 더욱 불거지기 시작했다.

 

문제가 된 의혹은 은처자 문제, 거액 재산 축적, 학력위조 등 세 가지였다.

 

은처자 의혹은 1990년 무렵 설정 스님과 여승 사이에서 태어난 딸 전 모씨가 있다는 것이었다. 전씨는 설정 스님 큰형의 자녀로 키워졌다. 설정 스님 측은 "오갈 데 없는 사람을 입양하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라며 "전씨의 행방이 확인되면 유전자 검사라도 할 의향이 있다"고 의혹에 맞섰다. 그러나 전씨를 찾지 못해 의혹이 허위라는 증명을 하지 못하면서 의혹은 점점 커졌다.

 

재산 관련 의혹은 설정 스님의 형인 대목장 전 모씨가 수덕사 인근 토지 2만평(6만6115㎡)에 세운 한국고건축박물관이 경매 위기에 처하자 설정 스님이 담보대출을 받아 이것을 되찾았다는 것이었다. 설정 스님 측은 "곧 수덕사로 소유권을 넘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잦아들지 않았다.

 

학력 위조 의혹은 설정 스님 측도 인정했다. "서울대 원예학과라고 서류에 기재했던 것은 입학 당시 방송통신대학에 서울대 부설로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한 적이 있으며 죄송하다"는 내용의 사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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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결과적으로 설정 스님의 발목을 잡은 것은 은처자 의혹이었다. 지난 5월 MBC PD수첩은 '큰 스님께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고발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방송 내용은 총무원장인 설정 스님을 비롯해 포교원장 지홍 스님, 교육원장 현응 스님 등 이른바 조계종을 이끌어가는 '3원장' 스님들에 대한 의혹 제기였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역시 설정 스님의 은처자 의혹이었다.

PD수첩은 딸로 지목되는 전씨에게 10여 년 동안 송금된 통장 등을 제시하며 은처자 의혹을 증폭시켰다. 방송이 나간 다음에도 설정 스님 측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조계종은 PD수첩을 불교 탄압 프로그램으로 규정하고 방송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총무원장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조계종은 '교권자주 및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자체 진상 규명을 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PD수첩이 지난 5월 31일 후속 프로그램을 방영하자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설정 스님 퇴진에 기름을 부은 것은 불국사 주지를 지낸 원로 설조 스님의 단식이었다. 설조 스님은 지난 6월 20일 단식을 시작하면서 "조계종 적폐청산과 설정 스님이 퇴진할 때까지 단식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죽음을 불사하겠다는 스님의 단식이 장기화 하면서 시민단체와 다른 종교 지도자들까지 나서 설정 스님의 퇴진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지난 7월 27일 설정 스님은 기자회견을 열고 "종단의 의견을 모아주면 종헌종법에 의거해 거취를 정하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곧이어 29일 설조 스님이 병원으로 이송되고 교구본사주지회의가 사퇴를 요구하자 결국 용퇴 의사를 밝히게 됐다.

 

설정 스님은 과거 서의현 총무원장과 더불어 임기를 마치지 못한 총무원장으로 남게 됐다. 조계종은 설정 스님이 사퇴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후임 총무원장을 선출해야 한다.

 

[허연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