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원래 인간이 먹기 위해 지은 것입니다.
따라서 밥은 밥그릇에 담겨 있어야 합니다.
밥은 밥그릇에 담겨 있어야
인간의 생명을 돌보는 제 값어치를 지닙니다.
그런데 밥이 모셔져야 할 마땅한 자리에 있지 않고
다른 데 있으면 문제가 생깁니다.
밥이 개 밥그릇에 담기면
그만 더럽고 초라한 개 밥이 되고 맙니다.
밥알이 사람의 얼굴이나
옷에 붙어 있어도 그만 추하게 느껴집니다.
밥이 밥그릇을 벗어나
제 본연의 자리를 잃음으로써 동시에
제 본연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조차 잃은 것입니다.
우리가 밥을 먹다가 땅바닥에 흘린 밥을
잘 주워 먹지 않는 것도 더럽고
불결해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은 밥이 제자리를 벗어나 이미
밥으로서의 존재가치를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보름달이 휘영청 뜬 바닷가에 버려진 흰 쌀밥이나,
남의 집 대문 앞에 뿌려진
제삿밥이 신성하게 느껴지지 않고
지저분하고 추하게
느껴지는 것도 바로 그런 까닭입니다.
세상 모든 사물에는
제 있을 자리가 다 정해져 있습니다.
간장 종지에 설렁탕을 담지 않고,
설렁탕 뚝배기에 간장을 담지 않습니다.
버섯이 아무리 고와도 화분에 기르지 않습니다.
인간도 자기 인생의 자리가 정해져 있습니다.
인간이라면 그 자리를
소중히 여기고 제대로 지킬 줄 알아야 합니다.
내가 내 마음속에 있어야지 다른
인간이나 짐승의 마음 속에 있으면 내가 아닙니다.
그리고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있는 자리에서 분별있게 행동하는 것도 중요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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