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년퇴직자 '알바'로 대체".. 연세대 청소·경비노동자 반발
권오석 입력 2018.01.03. 17:13 수정 2018.01.03. 17:18
"비정규직 대상 명백한 구조조정" 반발
고려대, 홍익대 등 유사 사례 잇따를듯
학교 측 "등록금 동결 등 학교 재정 어려워"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연세대 비정규직 청소, 경비 노동자들이 3일 오전 신촌 연세대 학생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글=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정년 퇴직으로 생긴 빈자리를 채우지 않고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대체하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한 구조조정입니다.”
연세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학교 측이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서경지부) 연세대분회는 3일 신촌 연세대 학생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7년 12월 31일자 정년퇴직으로 발생한 결원을 채우지 않았다”며 “이 자리를 일명 ‘알바’로 대체하는 등 정원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감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70세의 청소·경비 노동자 31명(민주노총 조합원 19명·비조합원 12명)은 정년을 맞아 퇴직했다.
이경자 연세대분회장은 “학교 측은 현재 200억원 정도 소요되는 용역비를 절감해야 한다고 통보했다”며 “학교·용역업체와 함께 사전에 3자 회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었지만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오전 6~9시 근무하는 5명과 오후 근무자 1명 등 아르바이트들이 결원을 채우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또 학교 측이 인력 충원 등 노동자의 근무 환경 개선보다 수익 사업 등에 더 치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연세대 재단적립금이 2016년 기준 5307억원 정도로 최근에는 교비회계로 1497억원을 유가증권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학교는 지난해 청소·경비 노동자 시급 인상에 따른 추가 예산을 13억원으로 산정했는데 이는 적립금 규모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측은 노동자들의 파업시 자체 인력으로 최소한의 청소, 경비 등 대응하고자 한다”며 “정년이 도래하는 인원을 신규 채용하지 않고 인력을 축소 운영할 계획이 내부 문건을 통해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이에 연세대 관계자는 “그간 등록금 동결로 학교 재정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존에 청소노동자들의 급여 등 근무 조건은 변함이 없으며 해고를 통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퇴직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인원 감소”라고 해명했다.
연세대분회에 따르면 고려대·홍익대 역시 학내 비정규직 결원을 아르바이트 고용자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거나 시도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고려대는 정년퇴직한 청소노동자 10명을 시간제 노동자로 대체할 예정이다. 홍익대도 용역업체를 바꾸는 과정에서 청소노동자 4명과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서경지부는 지난해 8월 대학·용역업체와 시급 830원 인상에 합의해 연세대 청소노동자는 시급 7780원, 경비 노동자는 6890원을 지난해 1월부터 소급 적용하고 있다.
권오석 (kwon032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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