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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이야기

'피의자'라 쓰고 '총리'라 읽는다

일산백송 2015. 5. 15. 10:57

'피의자'라 쓰고 '총리'라 읽는다
이완구 소환 조사 안팎
국민일보 | 이경원 신훈 기자 | 입력 2015.05.15. 10:15

호칭은 총리님, 신문조서에선 피의자였다.
14일 '성완종 리스트' 인사로서 두 번째로 검찰에 소환된 이완구(65) 전 국무총리는
지난 8일 홍준표(61) 경남지사가 다녀갔던 '서울고검 1208호'의 피의자석에 앉았다.
수사팀과 피의자 측 인원 구성, 평행선을 달린 양측 주장도 6일 전과 비슷했다.

다만 조사 속도가 훨씬 빨랐다.
이 전 총리의 피의자신문은 오후 11시32분 마무리돼 홍 지사 때(오전 1시22분)보다
2시간가량 단축된 모습이었다.
수사팀 관계자는 "조사가 순조롭게 진행됐다.
홍 지사 때와 특별히 다른 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14일 서울거등검찰청에 출석하며 취재진에게 둘려싸여 질문을 받고있다.
그는 “조사 전 구체적인 문제에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 며 답변을 피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오전 9시55분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서울고검에 출두했다. 

총리 시절 대국민 담화에서 '부패와의 전쟁'을 천명한 지 2개월 만이었다. 

그는 "검찰 조사를 받기 전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취재진 질문을 피했다. 이 전 총리는 홍 지사와 달리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법리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 전 총리 측 인사들은 "수사팀이 패를 숨기는데, 굳이 멘트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보여 왔다.

9시59분, 1208호에 도착한 이 전 총리에게 특별수사팀장인 문무일(54·사법연수원 18기) 대전지검장이 

찾아와 커피를 권했다. 문 지검장은 "국민적 의혹을 조속하고도 말끔히 해소하려 노력하고 있다. 

결론을 갖고 수사에 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문 지검장이 소명 자료가 있으면 충분히 제출하라고 안내했지만 

이 전 총리는 그리 많은 양을 지참한 상태도 아니었다고 수사팀은 설명했다.

10시16분부터 미란다 원칙 고지를 시작으로 금품로비 수사 경험이 많은 주영환(45·27기) 부장검사가 

신문을 주도했다. 부부장검사 1명, 수사관 1명이 주 부장을 도왔다. 

이 전 총리 측 변호인으로는 주 부장과 연수원 동기인 김종필(44·27기) 변호사가 입회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스스로 많은 말씀을 하실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를 드렸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는 점심식사로 설렁탕을 원했지만 배달이 여의치 않아 변호인과 함께 

김치찌개 도시락을 주문해 먹었다. 저녁에도 도시락을 먹었다.

이 전 총리는 14번째로 검찰 조사를 받은 총리 출신 인사가 됐다. 

역대 43명의 국무총리 가운데 13명이 검찰 수사대상이 됐고 6명이 기소돼 법정에 섰다. 

1960년대 정치적 이유로 재판을 받은 장면 장택상 전 총리를 제외하면 김종필 박태준 이한동 

한명숙 전 총리가 모두 불법자금 문제로 기소됐다.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9억원 수수 건은 2013년 9월 서울고법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된 뒤 

여전히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수사팀은 여러 부분에서 이 전 총리를 세심하게 배려했다. 

총리직 사퇴 이후 건강이 악화된 점을 고려해 소환 조율 과정에서 별도로 조치할 것이 있는지 문의했다. 

소환을 하루 앞둔 13일 청사 직원들은 불의의 사고를 막기 위해 소환자 동선을 점검했다. 

이 전 총리의 친구를 자처하는 이가 출두 과정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소리를 질렀지만 

경찰이 에워싸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피의자 신문이 시작된 뒤에는 대질까지 검토하는 등 긴장감 있는 분위기였다. 

실제 대질은 이뤄지지 않았다. 

수사팀은 이 전 총리가 휴식시간에 언론 기사를 접하고 수사 쟁점을 파악할까봐 조심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경원 신훈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