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광객에 제주 렌터카 운전 허용 '불발'

中 관광객에 제주 렌터카 운전 허용 '불발'
세계일보 A13면1단| 기사입력 2015-04-29 19:50 96

국회 안행위서 안전 우려 제동 교통사고 위험 보상문제 들어 특례도입 ‘시기상조’ 지적 많아
중국인 관광객이 제주에서 자기 나라 면허증으로 렌터카를 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제동이 걸려 정부와 제주도가 무리하게 제도 도입을 추진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9일 제주도에 따르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전날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열어 5단계 제도개선과제를 담은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하지만 안행위는 정부가 제출한 90일 이내 단기체류 외국인 관광객에게 운전면허를 발급하는 조항에 대해
교통사고 증가 등으로 주민안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삭제했다.

제주도내 렌터카 교통사고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특례’까지 도입해
중국인의 운전을 허용하는 것을 놓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면서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팽배했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국제도로교통협약’을 맺지 않아
중국 운전면허 소지자 가운데 90일 미만의 단기 체류자는 국내에서 운전할 수 없다.
정부와 제주도는 중국인 관광객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확대하고 늘어나는 중국인 개별 관광객을 위해
이 같은 특례 도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최근 관광객 급증으로 내국인 렌터카 사고 사상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에게 운전이 허용되면 사고가 그만큼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교통사고 위험과 인명 피해에 따른 법 적용, 피해 보상을 둘러싼 외교적 문제 등
손실이 더 많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었다.

도로교통공단제주지부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운전문화가 후진적이고 우리와 교통법규 체계가 다른 중국인들에게 운전을 허용하는 특례는 면밀한 검토와 공론화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렌터카 업계도 중국 자본이 렌터카 업체를 운영하면서 제주를 찾는 자국 관광객까지 독점할 수 있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한편 제주도내에서 발생한 렌터카 교통사고는 2010년 233건에서 2011년 237건, 2012년 334건,
2013년 394건, 2014년 393건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하루 한 건 이상 사고가 발생하는 셈이다.
사상자수도 2010년 455명에서 2011년 427명, 2012년 571명, 2013년 655명, 2014년 693명으로
최근 3년 사이 급증했다. 5년간 사상자만 2800여명에 달한다.

지난 2월 말 현재 렌터카 사고건수는 7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2명)에 비해 36% 증가했다.
사상자도 100명에서 119명으로 19%나 늘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