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운명 그것이 알고 싶다.

자녀 이야기

어린이집용 손수건까지 특별제작.. '빗나간 엄마들'

일산백송 2015. 3. 12. 13:56

어린이집용 손수건까지 특별제작.. '빗나간 엄마들'
‘귀한 내 자식 특별 대우를’ 無言의 압박
문화일보 | 이근평기자 | 입력 2015.03.12 11:31

"이렇게 해야 무시 안 당해"… 주문 몰려 제작업체 호황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세 살 딸을 키우는 조모(여·34) 씨는
올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맞춤형 소지품을 장만했다.
아이의 이름이 새겨진 연필, 손수건, 개인 파우치 등을 특별히 주문 제작했던 것.
조 씨는 "별것 아닌 어린이집 준비물에 10만 원가량이 들었다"며
"이렇게 해야 왠지 우리 애가 무시당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개원 시즌을 맞아 필기구, 개인수건, 스케치북 등 자녀 소지품을 주문 제작하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단순 기성품에 자녀 이름을 손수 쓰는 수준에서 벗어나 아이 이름이 인쇄된 소지품을
따로 주문하는 것이다.

어린이집 폭행 사건이 불거지면서 '우리 아이가 더 존중받아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심리가
표출되고 있다는 분석이지만 이에 따른 위화감 조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12일 어린이집 용품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아동들을 위한 맞춤형 소지품 업체들이 호황을 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어린이집 학부모 모임의 온라인 카페에는 자녀의 이름과 연락처가 인쇄된 손수건, 파우치,
스티커 이름표를 공동구매한다는 글이 넘쳐나고 있다.
손수건은 한 장당 5000원, 파우치는 1만 원 이상이나 하는 등 높은 가격대에서
'공구(공동구매) 가격'이 형성되지만 5개 이상을 한꺼번에 구매하거나
여러 제품을 세트로 사려는 사람들도 많다.

지난 2010년부터 온라인에서 어린이집 용품을 제작·판매하는 M업체 신모(여·36) 씨는
"2012년만 해도 수제 어린이집 소지품이 있다는 사실이 홍보조차 안 돼 판매가 많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올해 2∼3월은 2년 전 비슷한 시기에 비해 판매량이 3∼4배 정도 늘었고 대부분 다량 구매고객"
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인기를 반영하듯 최근 한 맞춤형 어린이집 준비물 주문제작 사이트에는
"현재 주문이 폭주해 일부 상품은 제작이 불가능하다"는 공지문이 올라올 정도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최근 어린이집 폭행 사건, 1가구 1자녀 풍조 등 여러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학부모들이 사소한 단서를
통해서라도 '내 아이는 소중한 존재'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려 한다"며
"그러나 이같이 소지품으로 표출되는 자녀에 대한 우월의식이 또래 집단 내 위화감을 조성하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