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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하자마자 '반수' 준비하는 새내기들..왜?

일산백송 2015. 3. 7. 10:29

입학하자마자 '반수' 준비하는 새내기들..왜?
대학·학과 실망, '쉬운 수능' 영향…학원들 대입 '반수반' 운영
머니투데이 | 김현정 기자 | 입력 2015.03.07 06:02


#강원도에 거주하는 이 모씨(21)는 올해 서울 A대학 영어영문학부에 합격했다.
그는 합격의 기쁨보다 '반수'를 떠올렸다.
재수는 실패하면 어쩌나 불안하지만 반수는 실패해도 다시 대학에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더 낫다는 판단이 들었다.
한편으론 지방보다 서울이 반수를 준비하기 더 편하기 때문에
일단 대학에 들어가고 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새학기가 시작된 3월, 설렘을 안고 대학생활을 즐기기 보단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아
괴로워하는 신입생들이 적지 않다.
재수를 해야 하나 고민하다 일단 대학에 들어가서 생각해 보자는 이들도 상당수다.
입시전문가들은 최근 재수보다 반수(대학에 들어가서 입시를 준비하는 것)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입을 모은다.

↑ 지난 1월 서울 강남구 도곡동 숙명여자고등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2016 최상위권 재수성공전략 설명회를 찾은 재수를 결심한 한 학생이 메모하고 있다./사진=뉴스1 제공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최근 수능이 워낙 쉽게 출제되는 경향이 있어 학생들이 수능성적을 올리는 데 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현행 입시가 반수생을 부추기는 것 같다"고 증가 원인을 분석했다.

이런 추세에서 사교육업체들이 운영하는 대입 '반수반'에 대해 그는 

"수강하는 학생들이 부족할 때 반수반이 또 하나의 대체제가 될 수 있다"며 

"상위권 학생만 일부 모으면 소수 인원으로 학원의 진학 실적에 상당히 기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신입생들은 주위에서 반수에 성공한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A대학 신입생 김 모씨(20·남)는 "친척 누나가 반수에 성공해 더 좋은 대학, 가고 싶은 학과로 갔다"며 

"재수는 삼수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지만 반수는 그런 불안감이 없어서 차라리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꼽는 반수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감'이다. 

이미 정해진 대학이 있어 실패에 대한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

재수를 해서 대학에 들어왔다는 B대학 신입생 박 모씨(21)는 

"수시에서 다 떨어지고 재수할 마음에 정시는 지원하지 않았다"며 

"재수는 학교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불안감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위에서 반수를 고민하는 친구도 있고 성공한 친구도 있다"며 

"재수를 한번 한 친구는 이번에 대학에 들어가 반수를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단 대학에 들어왔지만 크게 실망해 재수로 눈을 돌린 경우도 있었다.

C대학 김 모씨(26·여)는 

"동기 중에 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1년 넘게 준비했지만 실패한 친구가 있다"며 

"다시 재입학해 마지막 학기를 함께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의 입장에서는 반수를 시도하는 학생들에 대해 난감한 부분이 적지 않다.

김봉철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는 

"1학년에서 2학년으로 넘어갈 때 어느 정도 교과에 대한 지적 수준을 끌어 올릴 필요가 있는데 

반수를 시도하게 되면 역부족"이라며 

"만약 실패해서 학교로 다시 돌아올 경우 공황상태에 빠져 학업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학생들이 반수를 고민하는 이유는 점수에 맞춰 학과를 선택해 막상 들어오면 

본인이 생각한 것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라며 

"입시 홍보에 있어서 교과과정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전달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한해 재수나 편입학을 위해 자퇴, 미복학, 미등록 등으로 

대학을 중도에 그만둔 학생은 14만5595명이었다. 

2013학년도 수능 응시자가 62만명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수능 응시자의 4분의 1 가까이 대학을 포기한 셈이다.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