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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이야기

[르포]대전 지하상가 연결 공사장 인근…땅 꺼지고 벽은 '쩍쩍'

일산백송 2023. 7. 5. 20:02

[르포]대전 지하상가 연결 공사장 인근…땅 꺼지고 벽은 '쩍쩍'

 

"장마 시작됐는데 어쩌나" 인근 상인들 망연자실
"꽃 한 송이 못 팔고 가는 날이 너무 많았다" 영업 손실 피해도
안전진단 최하위 등급…시공사 측 "일일 순찰…균열 진행상황 예의주시"


 
"건물 자체가 위험하다 보니 여기서 생활하는 것 자체에 위협을 느끼고 있어요. 환자와 직원들이 공포심을 느끼는 수준입니다."

대전역전 지하상가(동구)와 중앙로 지하상가(중구)를 하나로 잇는 연결 공사가 마무리되고 개통을 앞둔 가운데 공사장 인근 건물에 균열이 가고, 철근이 그대로 노출되는 등 주민들이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

지하상가 연결 공사가 진행된 목척교 인근 지하 1층, 지상 4층짜리 건물.

이 건물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봉희씨가 비상계단의 균열 부위를 설명하고 있다. 김미성 기자
이 건물에서 병원을 운영 중인 이봉희씨는 지하상가 공사와 함께 건물의 균열과 누수, 파손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공사가 진행이 되면서 균열이 굉장히 심하게 진행됐고, 그 전 과정을 시공사와 대전시에서 모두 알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건물의 비상계단을 사용할 수 없게 돼 엘리베이터만 사용하는데, 이런 위험한 상황에 대한 시와 시공사의 조치가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비상계단 입구에 붙어있는 안내문. 김미성 기자
이 건물의 비상계단은 지난해 5월부터 안전상의 이유로 사용이 금지됐는데, 현재까지 40여 개의 봉을 설치한 것 외에는 별다른 조치가 없는 실정이라고 이 씨는 말한다.

폐쇄된 비상계단에 들어서자, 바닥부터 옆면, 천장까지 마치 선을 그어놓은 것처럼 균열이 보였다. 대리석 계단은 쩍쩍 갈라졌고, 건물 내부 자재가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틈이 벌어진 곳도 많았다.

특히 옥상층과 이어지는 계단은 파손이 심각해 철근이 곳곳에 노출되기도 했다. 계단실뿐만 아니라, 계단실 하부에 있는 1층 상업시설 내 창고, 2층 창고, 3층 병원 내 간호사실에도 균열이 추가로 발생한 상태였다.

이씨는 "비상계단이 폐쇄되면서 통행은 엘리베이터로만 가능한데, 엘리베이터가 고장나거나 멈출 경우 꼼짝없이 건물에 갇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바닥이 갈라지고 벽면에 균열이 간 상태. 봉을 세워 지지 중인 모습. 김미성 기자
이 건물에는 아트 갤러리, 의류 매장, 2곳의 병원이 정상 운영 중이다. 그러다보니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없어 쩍쩍 갈라진 비상계단을 통해 손님들이 외부로 나간 일도 있었다.

특히 구조안전진단을 실시한 결과에서도 최하위 등급을 받으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접한 건물에서 수십 년째 약국을 운영 중인 A씨도 공사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다. A씨는 "문이 안 열렸고, 바닥 균열과 외벽에 금이 갔다"며 "공사로 인해서 정문은 2년 넘도록 폐쇄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약국을 찾은 손님들은 "약국이 이사 간 줄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고, 매출도 2, 30% 급감했다는 게 A씨 설명이다.

실제로 이 약국의 일부 바닥은 울퉁불퉁했고, 곳곳에 벌어진 틈이 보였다. 공사 전에는 평평했던 바닥이었다. 약국 직원들이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공사 진동으로 인해 컵에 담긴 커피가 마치 끓는 것처럼 보였고, 약들이 떨어지기도 했다.

옆에서 꽃집을 운영 중인 김일만씨는 소음과 진동으로 두 차례 응급실에서 실려 가기도 했다. 전정신경염을 앓고 있는 김씨는 공사 중 발생한 매연, 진동, 소음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왔고, 이로 인해 지난 5월에도 응급실에 내원했다는 것이다.

장마가 시작되면서 상인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김씨는 "지금 이 건물의 침하도 진행 중이다. 장마철이라 비가 계속 오니까 앞으로 불안한 상황 속에 살아야 한다"며 "공사를 하며 펜스도 오래 쳤는데, 그때 가게 앞 통로 중 제일 좁은 곳이 95cm였다. 우산을 펴고 갈 수 없던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땅도 여러 번 꺼져서 사람들이 이쪽으로 통행하기 힘들다 보니, 30년 장사의 단골이 다 없어졌다. 꽃 한 송이 못 판 날이 허다했다"고 했다.

병원을 운영 중인 이봉희씨 역시 "진료하다 말고 물 떨어지는 것을 조치해야 했고, 화재 경보기에 물이 들어와 건물 전체에 화재 경보기가 울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4일 이씨가 촬영한 동영상에는 빗물이 쉴 새 없이 병원 안으로 들어오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기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시공사 측은 "지난해 5월 경부터 이 건물의 비상계단측에 미세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해서 시공사는 크렉보수, 실리콘코킹, 외부 창틀보수 등 민원처리에 협조했다"며 "2002년 증축된 비상계단은 증축 과정에서 철근 누락과 구조적 결함으로 피해가 확대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명했다.

또 "화재, 비상상황을 대비해 임시폐쇄구간 내 비상출입문을 별도로 설치했으며, 현장 직원과 책임감리원이 일일 순찰을 하며 균열 진행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전시 관계자도 "이번 공사로 건물 세 동의 피해가 확인됐다"며 "공사로 인한 균열 등은 시공사에서 제3자 배상보험 신청을 접수한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1년째 비상계단이 폐쇄된 것에 대해서는 "당시 하천변에 터파기 해놓은 구간이 있었는데 되메우기가 안 된 상황에서 보수를 하게 되면 또 문제가 될 수 있었다"며 "지난해 1차 안전 진단을 받았는데, 당시 의견서에 터파기가 되메우기 돼서 지반이 안정돼야 추가 균열이 확인될 수 있다고 해서 기다렸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시와 시공사 측에서는 빨리 철거하고 싶으나, 개인의 재산이기 때문에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건물주, 시공사 등과 회의를 여러 차례 진행했지만, 보상금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소송으로 이어진 상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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