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운명 그것이 알고 싶다.

신문 이야기

MBC 근조 리본으로 바꾸고, KBS·SBS·YTN 검은 리본 단 까닭

일산백송 2022. 11. 4. 09:54

MBC 근조 리본으로 바꾸고, KBS·SBS·YTN 검은 리본 단 까닭

조현호 기자입력 2022. 11. 4. 07:20
 

최형두 "어느 방송은 지침 내려왔다고 한다…한심한 관료주의"
KBS 보도본부 "사고 직후 첫날부터 달아, 자율적 결정" 정부지침? 사실무근
SBS YTN 보도국장 "31일부터 검은리본 패용, 누구 지침도 없어"
1일부터 근조 리본 패용 MBC 뉴스룸국장 "경위 파악후 통상 근조 리본 패용"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정부의 '근조' 표기 없는 리본 패용 지침 논란과 관련해 주요 방송사들 가운데 KBS SBS YTN 진행자들이 사고 초기부터 검은 리본을 패용한 반면, MBC는 논란이 벌어진 이후 '근조'가 쓰여진 리본으로 바꿔 달고 진행한 것으로 밝혀져 그 배경이 주목된다.

저녁 메인뉴스 기준으로 이태원 참사 이튿날부터 검은 리본을 패용하고 방송을 진행한 곳은 KBS와 MBC다. 두 방송사는 각각 지난달 30일자 메인뉴스인 '뉴스9'와 '뉴스데스크'에서 앵커가 '근조'가 없는 검은색 리본을 패용하고 뉴스를 진행했다. 이후 31일자부터 SBS와 YTN도 저녁 메인뉴스인 '8뉴스', '뉴스나이트'에서 앵커들이 동일한 검은 리본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경향신문이 지난 1일자 기사에서 인사혁신처가 공공기관에 공문을 통해 '근조'라는 말이 없는 검은 리본을 달도록 했다고 보도하면서 논란이 생겼다. 정부가 사건을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이에 MBC는 1일 저녁 뉴스데스크에서부터는 앵커와 스튜디오에 출연한 기자들이 '근조'라고 쓰여진 검은 리본을 달고 진행했다. 다른 방송들은 계속 그대로 '근조' 없는 리본을 달고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JTBC '뉴스룸', MBN '뉴스7', TV조선 '뉴스9', 채널A '뉴스A', 연합뉴스TV '뉴스리뷰'는 아예 리본을 착용하지 않고 진행하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 모 방송이 정부 지침에 따라 '근조' 없는 검은 리본을 달았다는 주장이 나와 진위 여부가 논란이 됐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저희 당도 어제(1일) 아침에 바로 희생자 애도라는 걸 다 썼다. 그런데 방송국에 갔더니 검정 핀을 갖고 있어요. 검정 리본을. '왜 그러냐' 했더니 이게 지침이 내려 왔다는 거예요. 나는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고 … 참 한심한 일이고. 그 방송에서 이렇게 자율적. 언제 그러면 방송이 정부 말을 들었냐고 그런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라고 말했다.

▲MBC가 지난 2일 뉴스데스크에서 앵커와 기자가 근조 리본을 패용하고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영상 강조 표시
▲MBC가 지난달 30일 이태원 참사 이튿날 성장경 앵커의 가슴에 근조 글자 없는 검은 리본을 패용한 채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데스크 영상 갈무리 강조 표시

박재홍 진행자와 진중권 작가 등이 “어느 방송이 리본만 착용하라는 지침을 (받았나)”, “그런 지침을 받는 방송사는 또 어디야”라고 물었으나 최형두 의원은 어느 방송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최형두 의원은 3일 정부 지침을 받고 '근조' 없는 리본을 달았다는 방송이 어디냐, 방송독립성을 훼손했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냐는 미디어오늘의 질의에 문자메시지 답변에서 “내가 방송에서 말한 그대로”라며 “방송을 특정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그 방송을 탓하는 것이 아니었다”며 “다만 우리당은 월요일아침부터 ('이태원 사고 희생자 애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쓰여진 리본을 달았는데, 우리 당과 달리 그런 지침을 생각했다는 관료주의에 대해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일부 친이재명계 인플루언서는 KBS를 지목해 단정적인 표현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2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KBS 앵커와 기자들의 글자 없는 검은 리본을 패용을 두고 “정부의 지침에 따라 글자가 없는 까만 리본을 달았다”며 “KBS 종사자들은 스스로 정부의 한 구성원이므로 정부의 지침을 따라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KBS는 공영이라지만 사실은 국영이라고 스스로 믿고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겠죠”라고 주장했다.

▲KBS가 참사 이튿날인 지난달 30일부터 앵커의 가슴에 근조 글자 없는 검은 리본을 달고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강조 표시

이에 글자 없는 검은 리본을 패용하고 있는 KBS와 SBS, YTN은 모두 정부 지침에 따른 것이라는 의심이나 추측에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KBS의 경우 시점도 행정안전부 공문이 시행되기 전부터 검은 리본을 패용해 정부 지침에 따른 것이 말이 안 된다는 설명이다. KBS 보도본부는 3일 미디어오늘의 문의에 별도의 '검은 리본 착용 관련 KBS 보도본부 입장'을 작성해 배포하기도 했다.

KBS 보도본부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애도의 뜻으로 출연자에게 검은 리본을 착용토록 한 것은 KBS 보도본부의 자율적 결정이었다”며 “KBS 보도본부는 '압사 사고'가 '압사 참사'로 확인되어 가던 10월30일 일요일 오전 '너무나 큰 참사가 발생했다'고 판단해 방송에서도 '애도'의 표시가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이후 애도 리본을 실제 착용한 것은 당일 오후 3시10분쯤부터”라고 밝혔다.

KBS 보도본부는 '근조(謹弔)' 글자가 없는 검은 리본을 착용하기로 한 이유를 두고 “당시 아직 병상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던 중상자들도 많았던 상황에서, 사망자에 대한 애도의 뜻을 담고 있는, '근조(謹弔)' 글자가 없는 검은 리본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글자 없는 검은 리본이 더 깔끔해 보인다는 의견도 있었고, 모두 KBS 보도본부의 자율적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KBS 보도본부는 행정안전부의 글자 없는 검은 리본 착용 공무이 지난달 30일 밤 9시30분 각 정부 부처와 지자체로 시행됐다면서 “시기적으로 KBS 보도본부가 검은 리본 착용을 결정하고 스튜디오 출연자들이 검은 리본을 착용하고 나온 한참 뒤였다. KBS에는 관련 공문이 전파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KBS 보도본부는 “스튜디오 출연 기자들에게는 검은 리본을 착용하도록 했지만, 출연 전문가들에게는 착용 여부를 자율적으로 판단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SBS가 지난 2일 8뉴스에서 앵커의 가슴에 근조 없는 검은 리본을 패용한 채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SBS 영상 갈무리. 강조표시

KBS 보다 하루 늦게 '근조' 없는 검은 리본을 패용하기 시작한 SBS와 YTN도 정부 지침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조정 SBS 보도국장은 3일 오후 미디어오늘에 보낸 SNS메신저에서 “SBS 보도본부는 정부는 물론 그 누구로부터 리본 착용 지침을 받은 적도 들은 적도 없다”며 “월요일 아침부터 앵커들이 '근조' 글자 없는 검정 리본을 착용했는데, 참사 이튿날인 일요일부터 달아보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통일된 리본도 준비되지 않고 해서 다음날부터 의상실이 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국장은 “앵커와 기자, 뉴스 출연자가 검정색 계통의 옷을 입도록 하자는 부분은 공유되었”다면서 '리본달기 정부지침'이라는 주장에 “다른 나라 이야기 같다”고 반박했따.

유투권 YTN 보도국장도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 및 SNS메시저 답변을 통해 “최형두 의원이 지적한 방송국이 당연히 YTN은 아니다”라며 “31일 오전 9시27분에 앵커팀장에 전화를 해 '근조' 리본을 구해서 패용할 것을 지시했으나 앵커팀장이 시중에서 리본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는 이야기만 들었고 오후 5시50분 뉴스부터 (근조 없는 리본을) 패용한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부터 '근조' 없는 리본을 대량 구매해 지금까지 쓰고 있다고도 말했다.

유 국장은 “리본의 형식과 관련해 어떠한 의견도 주고받은 바 없으며, 정부 지침과 관련해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특히 외부의 연락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유 국장은 “정부의 리본 지침이 엉뚱한 것이지 그 전(과거 사건 때)에는 두 가지 형태를 혼용해서 써왔다”며 “(논란이 된다고 해서) 지금 와서 일부러 다른 걸로 패용하라는 것 또한 방송 독립성을 훼손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요구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YTN이 지난 2일 저녁 뉴스나이트에서 앵커의 가슴에 근조 없는 검은 리본을 패용한 채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YTN 영상 갈무리. 강조표시

이와는 달리 지난 1일부터 '근조'가 쓰여진 리본을 착용하고 방송하기 시작한 MBC는 경위를 파악한 이후 통상적으로 달던 '근조 리본'을 패용하도록 다시 지시했다고 밝혔다.

박성호 MBC 뉴스룸국장은 3일 오후 미디어오늘에 보낸 SNS메신저 답변서에서 “이태원 참사 사망 인원이 150명을 넘어 국가적 재난 상황으로 확인되면서 30일 당일 방송진행자들도 추모의 뜻을 나타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리본을 달도록 조치했다”며 “당시에는 리본의 형태나 문구 등을 특별히 신경 써서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 국장은 “이에 뉴스룸 행정직원이 방송 화면에 등장하는 정부 측 인사들이 달고 나온 '검은 리본'을 보고, 그와 같은 리본을 본사 의상팀에 제작을 의뢰해, 앵커들이 31일까지 패용했다”고 말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한 방송사가 정부의 지침이 내려와 글자 없는 검은 리본을 패용했다고 들었다고 전하면서 한심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는 그 방송사가 어디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사진=CBS 영상 갈무리

박 국장은 지난 1일부터 '근조' 리본으로 바꿔 달게 된 경위를 두고 “그러던 중, '근조'라는 문구가 리본에 들어가지 않은 게 이상해 제작 경위를 파악했고 실무 직원을 통해 위와 같은 경위를 파악해, 통상적으로 달아오던 '근조 리본'을 패용하도록 다시 지시했다”고 밝혔다.

정부 지침이 있었다는 최형두 의원 주장에 박성호 국장은 “방송사에 정부지침이 있었다는 말은 미디어오늘의 질문을 통해 처음 접한다”고 답했다.

Copyrights ⓒ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