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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숙여!" 승무원 고함, 승객들 울고..세부 비상착륙 순간 "죽음의 공포"

일산백송 2022. 10. 25. 08:34

"머리숙여!" 승무원 고함, 승객들 울고..세부 비상착륙 순간 "죽음의 공포"

문영진입력 2022. 10. 25. 07:30
 
23일(현지시간) 필리핀 세부 막탄공항에서 악천후 속 착륙 후 활주로를 이탈(오버런·overrun)하는 사고가 발생한 대한항공 여객기가 동체가 파손된 채 멈춰서 있다. 출처=트위터 캡처, 뉴스1

[파이낸셜뉴스] 23일 밤 필리핀 세부 공항에 비상 착륙한 대한항공 여객기 승객이 극도의 공포감에 휩싸였던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승객과 승무원 173명을 태운 대한항공 KE631편이 인천에서 출발해 필리핀 세부 막탄 공항에 도착한 건 밤 11시경이다.

하치만 악천후 속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 착륙 시도는 실패했고 세 번 만에 비상착륙 했지만 활주로를 이탈해 수풀에 가까스로 멈췄다.

승객들은 착륙 시도 당시 비행기 흔들림이 심상치 않았다고 증언했다.

세부 전문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린 A씨는"사고 직후 구글맵 켜보니 공항 끄트머리에 비행기가 있었다. 도로를 넘어 민가를 쳤을 뻔했으나 다행히 구조물을 박고 멈춘 듯하다"며 "탈출 후 보니까 바로 앞에 민가였다. 민가를 덮치지 않게 일부러 구조물을 박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했다. 이어 "랜딩 자체는 스무스했는데 비 때문인지 속도가 생각만큼 줄지 않고 미끄러진 듯하다"고 했다.

그는 "진짜 영화 한 편 찍었다"며 "비상착륙한다는 기장의 방송 이후 랜딩 시도하자 모든 승무원이 소리를 지르는데, 처음에는 이 소리 지르는 것 때문에 더 놀랐다"고 했다. 이어 "승무원이 머리박아(head down)를 반복하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며 "무릎 사이에 얼굴을 박으라는 데 임산부라 쉽지 않았다. 배도 찡기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상황에서 생각보다 스무스한 랜딩에 사람들이 하나둘 고개를 들고 웃으며 박수치며 안도하는데, 남편한테 아직 고개 들지마, 혹시 모르니까 고개 숙이라고 하자마자 쾅쾅쾅 엄청난 소리와 함께 미친듯한 충격이 가해졌다"며

"5초 이상 충격이 가해진 것 같다. 비행기 전체가 정전되고 매캐한 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울고불고 난리 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다른 탑승객은 "기장이 방송으로 '기상이 너무 안 좋아서 안전을 위해 고어라운드(착륙시도 후 다시 상승)한다 했다"고 떠올렸다.

또 다른 승객은 "(두번째 시도에서)활주로에 닿는데 '쾅' 소리가 났다. 소리가 너무 컸다"고 했다.

두 번의 착륙에 실패한 여객기는 이후 상공을 30분가량 맴돌다 비상 착륙을 결정했다.

당시 승무원들이 "머리 숙여"라고 소리를 질렀고, 이에 진짜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탑승객은 설명했다.

그는 "조명 같은 것도 영화처럼 깜빡깜빡 거리고, 뒤에 있는 승객분은 막 울었다"며 "비상착륙한다는 말을 듣고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한 탑승객은 "비행기가 멈춘 후 바로 탈출하진 못하고 어디 화재가 있는지, 혹시 위험하진 않은지 전 크루가 확인 후 미끄럼틀을 펼쳐 내려왔다"고 전했다. 그는 "탈출 후에도 비행기 폭파 위험 때문에 멀리 떨어져야 했다"며 공항서 대기 후 새벽에 현지에 있는 호텔로 이동해 휴식을 취했다고 했다.

활주로를 이탈해 수풀에 멈춰선 여객기에서 승객들은 비상 탈출 장치를 이용해 비행기를 빠져나왔다.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약 1시간가량 승객들은 극도의 공포에 떨어야 했다.

대한항공 측은 기상 악화로 비상 착륙을 시도했다며, 탑승객과 가족들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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