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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엄중 주의' 받은 날 "혀 깨물고 죽지" "둥지 옮겨 사는 뻐꾸기냐"

일산백송 2022. 10. 7. 22:57

권성동, '엄중 주의' 받은 날 "혀 깨물고 죽지" "둥지 옮겨 사는 뻐꾸기냐"

조문희 기자입력 2022. 10. 7. 16:20수정 2022. 10. 7. 16:53
 
김제남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 막말
"정의당, 민주당 정부, 윤 정부 밑에서..
재단이 놀이터냐, 투명인간 취급할 것"
김 이사장 사과 요구에..박성중 "어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7일 국회 과방위 국감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제남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이 7일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제남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게 “이 둥지 저 둥지 옮겨 사는 뻐꾸기냐” “혀 깨물고 죽지” 등 막말에 가까운 발언을 했다. 김 이사장이 “폭언에 가까운 말씀”이라며 사과를 요구하면서 고성이 오가는 등 소동이 일었다. 권 의원은 이날 새벽 당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엄중 주의’를 받은 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날 국감에서는 여야는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김 이사장의 거취 문제로 강하게 부딪쳤다. 여당은 김 이사장의 ‘탈원전’ 활동 이력과 지향이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결이 맞지 않는 만큼 자진 사퇴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권 의원은 김 이사장이 과거 정의당 소속으로 탈핵에너지전환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이력을 근거로 사퇴를 압박했다. 권 의원은 “재단 이사장을 고액 알바 수준으로 폄하하는 것이다. 왜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일을 하느냐. 신념을 지키려면 밖에 나가서라도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정책이 잘못된 것이다. 탈원전 해야 된다’고 피켓 들고 시위를 해야지, 봉급 좀 받기 위해 먹고살기 위해 그러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어 “정의당에 있다가, 민주당 정부에 가 있다가, 또 윤석열 정부 밑에서 일을 하고, 이 둥지 저 둥지 옮겨가며 사는 뻐꾸기냐. 나는 부끄러워서 고개를 못 들겠다”며 “혀 깨물고 죽지 뭐 하러 그런 짓을 하냐”고 말했다. 또 “원자력안전재단이 탈핵운동가의 놀이터냐. 탈핵운동가가 원자력 안전에 무슨 전문성이 있느냐”며 “앞으로 우리 당은 국감 끝나고 상임위에서 김 위원장을 투명인간 취급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이사장은 “의원님은 질문할 자유가 있지만, 저의 신상에 대해 폭언에 가깝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는 사과하십시오”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지금 무슨 말이야. 어디”라고 고함을 질렀다. 박 의원은 “국감 피감사인이 (국회의원에게) 충고하는 것도 아니고, 창피한 줄도 모르고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국감을 6∼7년 하면서 처음 본다”며 김 의사장을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부당한 사퇴 압박이라며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윤영찬 의원은 “정책이나 가치관, 신념은 서로 다를 수 있다. 그것에 대해 지적하는 것은 얼마든 좋다”면서 “‘혀 깨물고 죽으라’는 표현을 어떻게 국감에서 하느냐. 말씀하실 때도 정해야할 선이 있다. 한 개인에 대해 아주 모욕적이고 폭언에 가까운 말씀”이라고 했다. 민주당 소속인 정청래 위원장도 “‘혀 깨물고 죽으라’는 발언은 좀 심했다. 인신공격성, 모욕성 발언은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김 이사장에게 “의원들이 불편한 이야기를 해도 참고 견뎌달라. 이 자리에서 이기는 사람이 꼭 이긴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욕설과 막말로 국격을 떨어뜨리니, 국민의힘 의원들은 막말로 국감을 지켜보는 국민이 고개를 돌리게 만들려는 거냐”면서 “민주당은 권 의원 막말에 대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징계를 요구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여야 간 충돌을 빚은 권 의원의 격한 발언은 당 윤리위가 권 의원에게 ‘엄중 주의’를 촉구한 지 하루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왔다. 윤리위는 권 의원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윤리위 징계로 자리를 비우는 등 사유로 당이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한 지난 8월 연찬회 현장에서 술자리에 참석해 노래를 부르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주의를 촉구했다.

김 이사장은 환경단체 출신으로, 정의당 의원 시절 탈핵에너지전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 때는 대통령 기후환경비서관으로 참여했다. 이어 시민사회수석을 지냈으며, 문재인 정권 말기인 지난 2월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이 됐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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