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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해 피살’ 감사, 적법절차 어겼다…의결도 없이 강행

일산백송 2022. 10. 5. 12:29

[단독] ‘서해 피살’ 감사, 적법절차 어겼다…의결도 없이 강행

등록 :2022-10-05 05:00수정 :2022-10-05 11:50

이우연 기자 사진
 
강재구 기자 사진
8월18일까지도 논의대상에서 빠져
감사원 ‘하반기 감사운용 계획’에
‘상시 공직감찰’에 한줄 끼워넣어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모습.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감사원은 유병호 사무총장 취임 이틀 뒤인 지난 6월17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 착수를 전격 발표했다. 해경이 ‘월북 시도가 있었다’는 문재인 정부 때 수사 결과를 뒤집은 바로 다음날이었다. 감사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수사 결과를 번복하는 인천해양경찰서 발표를 인용한 뒤 “감사원 특별조사국 소속 감사인력을 투입해 최초 보고 과정과 절차, 업무처리의 적법성과 적정성 등에 대한 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감사위원회의는 매주 목요일 열린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감사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6월17일 감사 착수 발표 전까지 개최된 감사위원회의는 모두 6차례이다.
여기서 심의·의결한 안건은 42건인데 서해 사건은 보이지 않는다.
 
감사 착수 발표 하루 전인 6월16일 열린 감사위원회의에서도
△학교시설 안전관리실태
△순천·광양·임실·구례군 정기감사
△속초해수욕장 관광테마시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공익감사청구)
△물품 다수공급자계약 업무처리기준 위반 관련(공익감사청구) 등 4건만 심의·의결했다.
이후 8월18일까지 6차례 더 감사위원회의(43개 안건)가 열렸지만, 역시 이 사건 감사는 논의 대상에 없었다.
토론이 필요하지 않거나 긴급 처리 사항, 감사원장이 필요성을 인정한 사항 등에는 감사위원회의를 열지 않고 서면의결도 할 수 있다. 같은 기간 6건의 서면의결에도 서해 사건은 빠져 있다.
그런데 감사원이 이 의원실에 함께 제출한 ‘5월10일~8월19일 감사실시 현황’ 자료에는 서해 사건이 ‘특정사안감사’로 실시되고 있다고 표기돼 있다. 그러면서도 감사원은 서해 사건 관련 감사위원회의 개최 날짜와 부의 사항, 의결 내용에 대해서는 “8월19일까지 관련 감사위원회의는 개최되지 않았다”고 이 의원실에 밝혔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연합뉴스
 
감사원은 8월23일 ‘2022년 하반기 감사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고위직 비리 등에 대한 상시 감찰 활동을 통해 공직사회에 엄정한 근무기강을 확립하겠다”며 감사계획 맨 아랫줄에 ‘상시 공직감찰(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포함)’을 한줄 넣었다.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친 것처럼 표기했지만, <한겨레> 취재 결과 감사위원들은 ‘선 감사 착수, 후 심의·의결’은 불가하다며 안건으로도 올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감사원은 8월31일 의결 절차를 무시했다는 논란이 일자 “서해 감사 등은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받았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어 4일에는 <한겨레>에 “상시 공직감찰의 경우 그때그때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받아 일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2022년 연간 감사계획’에 ‘상시 공직감찰’ 항목이 있는데, 이 항목으로 서해 사건을 분류해 감사를 진행하고 있으니 의결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의원실 제출 자료와 감사원 입장을 종합하면, 감사위원회의는 개최되지 않았다,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받았다, 감사위원회의 의결은 불가능하다는 모순된 입장이 혼재된 셈이다.감사원은 부인하고 있지만, 감사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는 최재해 감사원장이 구성을 지시한 티에프팀에서 감사 착수의 절차 위반 문제, 이렇게 진행된 감사에서 확보한 증거가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있는지 등을 따져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전 정권의 직권남용을 조사하겠다는 사람들이 직권남용을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해 사건 등의 감사 결과는 최종적으로 감사위원회의에서 심의·의결해야 효력을 갖는다.
법조계에서는 감사위원회의 의결도 없이 시작한 감사 결과를 나중에 감사위원회의가 의결할 수 있는지도 법적으로 따져볼 문제라고 지적한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법원 영장도 없이 압수수색하고 기소한 사건을 법원이 선고까지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설령 감사원이 뒤늦게 감사위원회의 의결 절차 등을 밟더라도 앞선 위법 행위까지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직권남용 혐의로 감사원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감사위원 사이에서 직권남용 가능성이 제기된 사실이 드러난 만큼 수사 여부를 가리기 위한 공수처 법리 검토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감사원 주장대로 서해 감사가 의결 없이 상시 감찰 사안에 포함될 수 있는지 등 직권남용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감사원의 절차 위반 문제가 있어 보인다. 직권남용 혐의까지 적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최소한 징계 사안은 될 수 있다”고 말했다.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