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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비즈니스석 출장 파격' 언론보도, 검증해보니 [오마이팩트]

일산백송 2022. 6. 30. 22:24

'한동훈 비즈니스석 출장 파격' 언론보도, 검증해보니 [오마이팩트]

김시연 입력 2022. 06. 30. 19:48 
 
[팩트체크] 워싱턴D.C행 대한항공 일등석 없어.. '비즈니스석 파격' 의미 부여 과장

[김시연 기자]

 

  (워싱턴=연합뉴스) 방미 일정에 나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워싱턴 덜레서 국제공항에 도착해 취재진 앞에서 현안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2022.6.30 [워싱턴 특파원단]

ⓒ 연합뉴스

 
[검증대상] "한동훈 미국 출장 '비즈니스석 이용' 파격" 언론 보도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지난 29일 미국 워싱턴D.C.로 첫 외국 출장을 떠나면서 '예산 절감을 위해 일등석 대신 비즈니스석을 예약했다'는 미담성 보도가 쏟아졌다. 그동안 장관급 인사들이 외국 출장 때 '일등석'만 이용하던 관례를 깼다는 것이다.

<문화일보>는 지난 25일 "한 장관의 미국 일정을 앞두고 출발 항공편은 애초 퍼스트 클래스(일등석) 좌석이 없어, 비즈니스로 예약했다"면서 "대신 돌아오는 항공편은 규정과 전임 장관들 관례에 따라 퍼스트 클래스로 예약할 예정이었지만 한 장관은 급을 낮춰 비즈니스로 예약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라고 보도했다(관련 기사 : 한동훈 "1등석 예약 말라"… 계속되는 '파격').

이어 <조선일보>를 비롯한 다른 언론들도 "일등석과 비즈니스 항공권의 차액은 500만 원 정도"라면서, 예산 절감을 위한 한 장관의 '파격 행보'로 추켜세웠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이 같은 보도를 두고 '한비어천가'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과연 한 장관의 '비즈니스석 출장'을 파격적인 행보로 볼 수 있는지 따져봤다.

 

[검증내용] 2년 전 워싱턴 노선 '일등석' 폐지... 뉴욕·LA 노선만 이용 가능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가 지난 25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용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미국 출장 관련 주요 언론 보도
ⓒ 김용진 페이스북
 
 
공무원 여비 규정과 기획재정부 예산집행 지침 등에 따르면 국무위원(장관급)은 외국 출장 시 일등석(퍼스트 클래스) 항공편을 실비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수익성을 이유로 국제선에서 '일등석'을 폐지하거나 축소해 명맥만 남은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2015년부터 일등석을 없애기 시작해 2019년 9월 A380을 끝으로 모든 노선에서 일등석을 없앴다.

대한항공도 2019년 6월 당시 국제선 111개 노선 가운데 30%인 35개 장거리 노선만 남겨놓고 일등석을 없앴다. 이후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일등석 노선은 더 줄었고, 6월 30일 현재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노선만 남았다.

대한항공 커뮤니케이션팀은 30일 <오마이뉴스>에 "2019년 6월부터 일등석이 포함된 노선을 줄이기 시작해 현재 2개 노선만 남았고, 워싱턴D.C. 노선의 경우 2020년 4월 중순에 일등석을 없앴다"고 밝혔다. 항공사 입장에서 수요가 적은 일등석을 없애고 비즈니스석을 늘리는 게 수익성도 좋고, 좌석 운영 면에서도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비즈니스석인 프레스티지 클래스_ 프레스티지 스위트(Prestige Suites) 2.0
ⓒ 대한항공
 
 
국내 항공사 '일등석' 폐지 추세... 장관도 워싱턴 출장시 '비즈니스석' 이용해야

공무원 출장시 주로 대한항공 등 국내 항공사를 이용하는 걸 감안하면, 워싱턴 출장시 장관급이라도 일등석 이용은 '불가능'하다. 한동훈 장관 역시 국내 항공사를 이용해 FBI 본부가 있는 워싱턴D.C.만 방문하는 일정이었다면, 왕복 항공편 모두 '비즈니스석'만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법무부에 따르면 한동훈 장관은 29일부터 오는 7월 7일까지 워싱턴D.C.에 있는 미국 연방수사국(FBI) 본부뿐 아니라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 등도 방문할 예정이다.

한 장관이 어느 공항에서 어느 항공편을 이용해 귀국하는지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방문 일정상 워싱턴D.C. 덜레스 국제공항으로 입국한 뒤, 7월 7일쯤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을 출발해 귀국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워싱턴 덜레스행 항공편은 일등석이 없어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귀국 항공편의 경우 뉴욕 JFK발 대한항공 편을 이용할 경우 일등석을 이용할 수도 있다.

6월 30일 대한항공 앱으로 조회했더니, 오는 7월 7일 대한항공 뉴욕-인천공항 직항 편 일등석 최저가(편도 기준)는 1546만 원, 비즈니스석(프레스티지석)은 1033만~1367만 원, 이코노미석(일반석)은 342만~533만 원 정도다.

항공권 가격은 좌석 등급뿐 아니라 예약 시점, 할인 적용 여부 등에 따라 천차만별인 걸 감안해야 하지만, 일등석 대신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면 180만~513만 원 정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셈이다.

결국 한동훈 장관이 뉴욕 공항을 이용해 귀국할 경우 '일등석'을 이용할 기회도 있었기 때문에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한 장관이 애초 워싱턴 등 다른 공항을 이용해 귀국한다면 어차피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 다른 대부분의 국무위원들도 뉴욕이나 LA 출장이 아닌 경우 비즈니스석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장관의 선택을 '파격'으로만 추켜세우는 것은 과도하다고 볼 수 있다.

 

김근태 전 장관도 '비즈니스석' 이용... 박원순 전 시장은 '이코노미석 출장'도

 

특히 이 같은 사례는 지금보다 '일등석' 노선이 많았던 과거에도 있었다는 점에서 새롭지는 않다. 장관급 인사가 일등석 대신 비즈니스석이나 심지어 이코노미석을 이용한 경우도 있었다. 그때도 '격식 파괴'라며 언론의 관심을 끌었지만 지금처럼 반응이 뜨겁지는 않았다.

노무현 정부 당시 고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은 2006년 4월 세계보건기구(WHO) 총회 참석을 위해 스위스 제네바 등을 방문하면서 일등석 대신 비즈니스석을 이용해 화제가 됐다.

당시 언론은 '격식 파괴'라면서도 오히려 부정적 반응을 더 강조하는 경우도 있었다. <연합뉴스>는 관련 기사에 "장관이 고급 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단순한 관행이라기보다는 업무 효율성과 국가 체면 등을 고려한 것인데 너무 비용과 탈 격식 측면만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목소리를 담거나, "WHO 사무총장이 우리나라 사람인데 총회 때 세 과시를 통한 간접 지원이 필요한 측면도 있다. 김 장관이 과도하게 엄격한 잣대를 대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는 익명 취재원 발언을 전달했다(관련 기사 : 김근태 장관 해외출장 '격식 파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경우 2012년 1월 첫 일본 출장 때 '일반석'을 이용하면서 역대 서울시장들이 출장시 일등석이나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던 관례를 깼다. 이후 <동아일보>는 그해 6월 박 시장이 브라질·아르헨티나 등 남미 출장 때는 '비즈니스석'을 이용하자 '비즈니스석 방학을 보내게 됐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박 시장은 일본 등 짧은 거리는 일반석을 이용하고, 13시간 이상 장거리 비행은 비즈니스석을 이용하겠다고 밝혔었다(관련 기사 : [수도권] 박원순 시장 다음달 17일간 해외출장).

 

[검증결과] "한동훈 장관 '비즈니스석 출장' 파격" 언론 보도는 '사실 반 거짓 반'

 

한동훈 장관이 뉴욕 공항을 이용해 귀국할 경우 '일등석'을 이용할 수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 항공사들은 뉴욕과 LA를 제외한 대부분 국제선 노선에서 '일등석'을 폐지했다. 그렇기 때문에 장관급 인사의 외국 출장시 '비즈니스석' 이용을 더는 파격 행보로 보기 어렵다. 과거에도 관례를 깨고 비즈니스석을 이용하거나 때로는 이코노미석을 이용한 사례도 있었다.

이에 한 장관의 '비즈니스석 이용'이 파격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를 '사실 반 거짓 반'으로 판정한다.
 
 
 
[오마이팩트]
언론 보도
"한동훈 장관 미국 출장 '비즈니스석 이용'은 파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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