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집에선 핀잔, 밖에선 눈총.. 갈 곳 없는 '담배 난민'
담배 유해론 확산되면서 곳곳 충돌…거리서 피우면 행인들 불쾌한 시선
국민일보 | 조성은 기자 | 입력 2014.10.04 04:23
"주민 여러분, 화장실에서는 흡연을 삼갑시다.
내 집에 갓난아기가 있다는 심정으로 타인을 배려하기 바랍니다."
서울 중랑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는 요즘 오후 4시만 되면 안내방송이 나온다.
베란다 없이 밀폐된 주상복합아파트의 특성상 한 집에서 화장실 환풍기를 켜고 담배를 피우면
순식간에 연기가 이웃집에까지 전달된다.
때문에 "내 집에서 내가 담배 피우는 게 무슨 문제냐"는 흡연자와 "연기 때문에 살 수가 없다"는
이웃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담뱃값 인상안을 발표하고 담배의 인체 유해론이 강조되면서 흡연자들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흡연자들이 뿜어내는 연기를 어쩔 수 없이 들이켜야 하는 간접흡연에 대한 반발 때문이다.
흡연자들은 집에서도 야외에서도 마음 놓고 담배를 피울 수 없는 '담배 난민' 신세가 됐다.
대학생 시절부터 10여년간 담배를 피워온 이모(34)씨는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울 때마다 고역을 치른다.
인도에서 담배를 피우려니 행인들의 노골적인 불만이 두렵다.
그렇다고 사람이 적은 빌딩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면 금세 경비원이 나타나
"금연 장소니 길가에 가서 피우라"며 내몬다.
재떨이가 놓인 흡연 장소에서 담배를 피워도 담배 연기를 맡은 행인들이 불쾌한 시선을 보낸다.
이씨는 3일 "시간이 지날수록 흡연자들은 설 곳을 잃어가는 것 같다"며
"여기저기서 눈치를 보느니 차라리 담배를 끊어야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역 앞.
이곳에는 컨테이너 박스로 만든 흡연시설이 설치돼 있었지만 사용자는 고작 4명이었다.
반대로 시설 입구 근처에는 10여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기차 여행을 마치고 역 앞에서 담배를 꺼내 문 김모(31)씨는
"흡연시설이 있어도 너무 좁아 마치 감옥 같은데다 환기시설도 시원치 않아 담배연기가 자욱해
이용하기 힘들다"며
"흡연자들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것은 이해하지만 흡연시설만큼은 제대로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담뱃값 인상으로 최근 주목받는 전자담배도
'담배 분쟁'의 예외가 아니다. 취업준비생 임모(25)씨는 올 초부터 연초담배를 끊고 전자담배를 피웠다.
냄새도 없고 건강에도 덜 해로운 것으로 알려진데다 가격도 연초담배와 비슷했다.
특히 금연 장소인 실내에서도 전자담배를 피울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올 여름부터 임씨는 전자담배를 피울 때마다 주위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느낀다.
최근에는 한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무심코 전자담배를 피우다 종업원에게
"전자담배 연기에도 해로운 물질이 있다고 하니 밖에 나가서 피우라"는 말을 들었다.
임씨는 "담뱃값 인상 소식과 함께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우려하는 언론 보도가 나오는 등
전자담배까지 덩달아 백안시되는 것 같다"며
"이제는 일반 연초담배를 피우던 때와 마찬가지로 전자담배도 꼭 흡연 장소에서 피우려 한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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