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물교회 2명 살해 잊고 협력하자"는 탈레반..살인범 처벌은
유동주 기자 입력 2021. 08. 26. 09:00
(카불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자비훌라 무자히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대변인이 17일(현지시간) 카불에서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아프간 전쟁은 종료됐다고 선언하며 여성 억압과 이슬람법에 따른 엄격한 사회 통제를 바꾸겠다고 밝히고 있다. (C) AFP=뉴스1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무장단체 탈레반의 공보 담당자 인터뷰가 국내 한 통신사를 통해 소개됐다.
한국과 경제협력과 교류를 희망하지만
과거 우리 국민이 희생당한 샘물교회 사건 등에는 '사과'를 할 의사가 없다는 취지였다.
인터뷰 내용이 알려지자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테러범들과 말 섞지 마라",
"우리 국민을 살해한 탈레반 대원들을 처벌하는 성의를 보이거나 최소한 사과라도 한 뒤에 손을 내밀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탈레반 주도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 공보 역할을 한다는 간부급 인물의 개인 인터뷰에 불과하지만
탈레반의 전반적인 입장이 반영된 발언이라면, 우리 국민들로선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탈레반 문화위원회 소속으로 주로 외신을 담당하는 압둘 카하르 발키는
경기 성남 샘물교회 선교단 자원봉사자 23명을 납치한 뒤 인솔자인 목사와 자원봉사자 남성을 살해한 사건에 대해선 "자결권에 따라 우리 권리를 방어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아프간은 외국군에 의해 점령된 상태였다"며
"이제 과거 속에 살지 않고 미래를 바라봐야 하는 게 시급한 문제"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탈레반은 미국에 의해 정권을 뺏기고 게릴라 활동을 하던 때,
샘물교회 사건 등을 일으켜 무고한 우리 국민을 희생시킨 바 있다.
샘물교회 선교단 피랍사건은 탈레반에 의한 전형적인 피랍 테러였다.
인솔자인 배형규 목사와 자원봉사자 심성민씨가 탈레반에 의해 살해당했다.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기자회견 하는 샘물교회 선교단 일행. 2007.08.
2007년 7월19일 선교활동을 위해 아프간에 입국해 전세 버스로 이동중이던 선교단 23명은 운전기사를 미리 매수해
함정을 팠던 탈레반에 의해 카불에서 140km떨어진 카라바그 지역 도로에서 납치됐다. 피랍 이틀후인 21일
오후 4시 30분까지 아프간에 파병돼 있던 한국군이 철군하지 않으면 인질들을 살해하겠다고 탈레반은 협박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대응팀을 현지에 급파해 협상에 나섰지만 협상이 결렬되자 탈레반은 두명을 차례로 총으로 쏴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했다.
샘물교회 사건은 14년전 일이지만 당시 수사를 했던 검찰은 관련된 탈레반 대원 6명에 대해 기소중지 처분을 내린 상태라 언제든 수사가 재개될 수 있는 상황이다. 사건을 담당했던 수원지검은 살인 및 특수감금 혐의로 적용해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과 오마이리, 샤키르, 아브잘, 차기르 등 5명 그리고 성명불상의 1명 등 모두 6명에 대해 2007년 11월 기소중지를 해 놓았다. 이들은 샘물교회 선교단원 살해와 피랍에 직접 관련된 것으로 확인된 이들이다.
기소중지는 사건에 대해 범죄의 객관적 혐의가 충분하더라도 피의자나 참고인의 소재불명 등 사유로 수사를 종결할 수 없는 경우 그 사유가 없어질 때까지 검사가 일시적으로 수사중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탈레반이 스스로 샘물교회 사건 피의자들인 대원들을 처벌한다면 우리 검찰이 자료를 넘겨 한국인 살해·감금 혐의를 적용하도록 요청할 수도 있다. 아프간에 들어설 새 정부가 우리 검찰이 특정한 6명에 대해 신병인도를 해 한국내에서 기소를 할 수 있는 길도 원칙적으론 열려 있다.
하지만 재집권에 성공한 탈레반 공보 담당자가 샘물교회 사건에 대한 사과조차 회피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에 대한 재수사나 한국으로의 신병인도를 통한 기소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할 수 있다.
김운용 변호사(다솔 법률사무소)는 "샘물교회 사건에서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태완이법 시행으로 '무기한'으로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자원봉사자 심씨의 유족들은 몇년 뒤 "출국금지를 하지 않아 사망 피해가 발생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3억5000만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선교단이 떠나기 전 여권사용을 미리 제한해 아프간 출국을 막았어야 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국가가 아프간을 여행제한국으로 미리 지정해 긴급한 용무가 아니면 여행을 취소·연기할 것을 계속 권고했고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도 이를 게재했으며, 납치위험성과 위험상황 발생경고 등을 언론에도 공표했다"면서 "여행객들에게 일일이 알리지 않았더라도 국가가 취할 수 있는 유효적절한 수단을 취했다고 본다"며 국가 배상책임을 부인했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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