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복 안하면 죽음뿐.." 탈레반 싹쓸이엔 '협박 전술' 통했다
노재현 입력 2021. 08. 19. 16:20 수정 2021. 08. 19. 16:21
NYT 아프간 '10일 만에 함락' 요인 분석..파키스탄 등 외부지원도 한몫
탈레반(PG)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장악하고 승리를 선언하면서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탈레반이 이달 6일을 전후해 아프간 주요 거점 도시들을 점령한지 약 열흘 만이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예상보다 아프간 함락이 빨리 진행됐다며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8일 탈레반이 미국 등 서방의 예상과 달리 아프간 전역을 빨리 장악할 수 있었던 비결을 '정부군 회유' 전술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탈레반 재집권의 결정적 원인으로 미군의 철군 발표를 빼놓을 수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4월 14일 아프간에서 미군을 철수한다고 발표했고 그 시한을 9·11 테러가 발생한 지 20년 되는 9월 11일로 제시했다.
아프간 정부군을 지원해온 미군의 공백은 탈레반을 활개 치도록 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NYT는 이미 수세에 몰린 아프간 정부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탈레반을 대담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의 철군 발표 4개월 만에 카불 대통령궁에 탈레반 깃발이 올라갔다.
탈레반은 아프간 곳곳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정부군을 무력으로 제압하지 않고 설득 전술을 통해 피해를 줄였다.
여러 분석가는 탈레반 승리 요인으로 정부군을 위협하고 회유하는 전술을 꼽는다고 NYT가 전했다.
영국 런던에 있는 왕립연합서비스연구소의 안토니오 기우스토치 연구원은 "그들(탈레반)은 모든 사람에게 접촉한 뒤 돈을 포함한 인센티브를 통해 항복하거나 편을 바꿀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예컨대 올해 5월 초 탈레반의 한 지휘관은 아프간 북부 바글란주의 부족 원로에게 전화를 걸어 그 지역의 정부군에 "항복하지 않으면 우리는 죽일 것이다"는 메시지를 전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협상을 거쳐 정부군은 싸우지도 않고 기지 2곳과 전초지역 3곳을 탈레반에 넘겼다.
탈레반은 이런 방식으로 아프간 전역을 빠르게 휩쓸었다.
탈레반은 정부군에게 항복을 유도한 뒤 무기, 차량 등을 획득했고 더 많은 도로를 차지했다.
탈레반에게 항복하면 목숨을 건질 수 있다는 메시지는 정부군에 빠르게 퍼져 정부군 부대의 연쇄적인 항복을 유도했다.
미국 매체 '롱워저널'에 따르면 탈레반은 올해 4월 13일 아프간 전역 400개 구역 가운데 77개 구역을 통제했지만 6월 16일에는 장악 구역이 104개로 늘었고 이달 3일에는 그 수가 절반을 웃도는 223개로 증가했다.
외부 지원은 탈레반에 날개를 달아줬다.
전문가들은 탈레반이 파키스탄, 러시아, 이란으로부터 자금, 물자 등을 지원받은 것으로 분석한다.
또 파키스탄에서 탈레반을 지원하려고 아프간에 온 자원자가 1만∼2만명이나 된다고 기우스토치 연구원은 전했다.
그는 자원자들의 가세로 탈레반 전투원이 10만명을 넘으면서 당초 전문가들의 추정치 6만∼7만명보다 훨씬 많다고 주장했다.
반면, 아프간 정부군 병력이 30만명이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장부상에만 존재하는 '유령 군인'이다.
1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궁을 장악한 탈레반 조직원들.[AP=연합뉴스 자료사진]
아울러 탈레반은 정부군을 항복하는데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에 대한 분노를 활용했다고 NYT는 강조했다.
탈레반은 소셜미디어와 마을 원로들을 통해 정부가 부당하고 자신들이 곧 이슬람 통치를 회복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쏟아냈다.
아프간 모비미디어그룹의 대표 사드 모흐세니는 탈레반의 전술에 대해 "그들은 사람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인종, 종교, 이념적 차이를 이용했다"며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만도 최대한 활용했다"고 말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탈레반을 피해 국외로 도피할 때 돈을 챙겼다는 외신 보도는 아프간 정부의 부패상을 보여준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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