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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이야기

운전하다 너무 졸려서, '졸음쉼터'서 10분 잤더니..

일산백송 2021. 4. 25. 18:37

운전하다 너무 졸려서, '졸음쉼터'서 10분 잤더니..

남형도 기자 입력 2021. 04. 25. 11:46 

 

졸음쉼터 첫 이용기..'졸리면 잔다', 이 당연한 걸 안 해서 5년간 437명이나 숨졌다

13일 오전 9시쯤, 취재하러 가던 길이었다. 차로 운전해서 가고 있었다.

목적지는 대전, 달리던 곳은 천안 인근. 아직 60여킬로미터는 더 가야 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너무 졸려 미칠 것 같았다. 처음엔 창문을 열어 잠을 깨보려 했다. 거센 바람이 큰 얼굴을 쉴새 없이 때렸다.

정신이 좀 들었다. 한 20여분쯤 지나자 다시 졸음이 쏟아졌다.

이번엔 허벅지를 사정 없이 꼬집었다. 순간 잠을 깼지만 별 소용 없었다. 정신은 이미 다른 차원을 헤매고 있었다.

처음 가본 졸음쉼터, 고작 10분 잤는데도…

700미터 앞에 '졸음쉼터(풍세)'가 있단 파란 간판이 보였다. 잠시 고민했다.

빨리 취재하러 가야 하는데, 조금만 더 참아볼까. 이러다 사고날 수도 있으니 잠시만 자고 갈까.

아내와 똘이(반려견) 얼굴을 떠올렸다. 그외 사랑하는 가족들 생각도 났다. 10분만 자고 가야겠다 맘 먹었다.

속도를 늦춰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려 서서히 졸음 쉼터로 진입했다.

기어를 P(주차)로 바꾼 뒤 시동을 껐다. 알람을 10분 후로 맞춘 뒤, 등받이를 한껏 젖혀 누웠다.

너무 편안해 금세 졸음이 쏟아졌다. 10분 뒤 귀를 휘젓는 듯한 알람 소리에 깼다.

잠깐 잤는데도 무척 개운했다. 졸음이 싹 가셨다.

바깥에 나와 공기를 쐬고, 스트레칭도 했다. 화장실에 가서 볼 일을 시원히 봤다. 졸음쉼터엔 차들이 일렬로 서 있었다. 잠자는 운전자들이 꽤 보였다.

20분 자고 일어났다는 신영식씨(51)는 "운전하다 조금만 졸려도 바로 졸음 쉼터로 온다"며

"무리하단 큰일난다"고 했다. 그는 지켜야 할 아내, 딸, 아들이 있다고 했다. 멋있었다.

그리고 다시 차로 돌아와 시동을 걸고 운전을 시작했다. 정신이 맑아 온전히 운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졸음쉼터서 보낸 시간은, 고작 15분이었다. 무사히 대전에 도착해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을 만나, 취재할 수 있었다.

'졸리면 잔다', 이 당연한 걸 안 해서 매년 87명씩 숨졌다

2018년 8월,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에서 남산2터널 방면 도로에서 1톤 트럭이 도로를 벗어나 지하도로 추락해

출동한 경찰과 119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였다. 사고 원인은 졸음운전이었다./사진=뉴스1

 

졸리면 자야 하는데, 이 당연한 걸 안 해서 5년간(2015~2019년) 437명이 졸음운전으로 숨졌다. 

월별로는 5월이 52명으로 가장 많았다. 봄철이 춘곤증 때문에 졸음운전이 가장 많다.

그래서 4월에 미리 쓴 기사다. 졸리면 제발 잤으면 해서.

졸음운전 사망률(경찰청 통계)은 4.51%로 음주운전 사망률보다 2배 가까이 높다.

고속도로서 시속 100km로 운전할 때, 1초만 졸아도 28미터를 나가고, 4초면 100미터를 무방비로 나가게 된다.

올해 1~3월에도 벌써 졸음운전으로 35명이 숨졌다. 고속도로 교통사고 원인 중 1위였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이가 졸음운전을 할까 염려하던, 가족들의 메시지를 담는다.

 

서울 광화문서 인터뷰를 했다.

"여보, 지방 출장 많아서 걱정되네. 운전할 때 졸리면 꼭 자고 가. 당신 건강이 제일 중요해."(35세, 이아영씨)
"엄마, 아빠, 졸리면 운전하면 안 돼요. 사랑해요."(7세, 김하연양)
"딸, 운전 많이 하는데 사고 안 나게 조심해. 봄이라 졸음 운전 특히 ! 엄마 너 없으면 못 산다."(61세, 윤모씨)

남형도 기자 human@mt.co.kr